2017 F/W 시즌 패션위크를 맞이해 한 달 동안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를 찍고 돌아온 더블유 패션 에디터들. 그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열광한 사적이고도 유쾌한 패션 취향을 공개한다.

아이 러브 뉴욕
거리 곳곳마다 사랑으로 가득했던 뉴욕 패션위크. 날씨는 별로 안 좋았지만, 모든 날이 좋았다.

눈에서 하트가 발사될 것만 같았던 델포조의 사랑스러운 런웨이. 아름다운 연주와 함께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하트 실루엣의 의상들이었다.

1 IMG_9214뉴욕 패션위크 둘째 날, 제레미 스콧의 쇼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쇼장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그룹을 볼 수 있었다. 연인이 되어달라는 내용의 플래카드였는데, 주인공인 듯한 여성의 노란 드레스에 쓰인 이름은 놀랍게도 ‘TRUMP’였다. 아마도 연인을 구하긴 힘들지 않을까?

8 IMG_9223밸런타인데이 저녁 식사는 더블유, 보그, 얼루어 등 두산 매거진 팀이 모두 모이는 자리였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부사장님의 센스 있는 선물과 함께 근사한 식사를 즐겼다. 가득 차 있는 수많은 테이블 중 커플이 아닌 팀은 우리 일행뿐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식사 후 돌아온 호텔 1층에서 재즈 밴드의 감미로운 연주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4 IMG_9499마이클 코어스 쇼가 시작되기 전 몰래 혼자 찍은 셀카 한 장. ‘I LOVE YOU’라는 사랑의 메시지가 가득 새겨져 있다. 하지만 밸런타인데이 당일에는 못 입고 다음 날 입었다. 이유인즉슨 부끄러워서. 재미있는 건 정작 밸런타인데이엔 ‘fuck’이라는 단어가 씌어진 재킷을 입었더니 길에서 솔로들에게 몇 차례나 사진 요청을 받았다는 것.

밸런타인데이를 연 첫 쇼는 다름 아닌 토리 버치. 아침 9시, 뉴욕의 칼바람을 뚫고 들어선 쇼장 입구에서는 센스 넘치게도 귀여운 하트 컵에 핫 초콜릿을 담아 나눠주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좌석마다 사랑 시, 사랑 노래를 담은 책을 올려두는 센스까지. 완벽한 밸런타인데이를 만들어준 토리 버치에게 감사를! 단, 그 핫 초콜릿이 그날 유일하게 받은 초콜릿이라는 사실은 비밀.

요즘 식물 인테리어에 푹 빠져 있기에 존 데리안의 문진을 구입했다. 존 데리안은 데쿠파주라는 리폼 기술로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 브랜드다. 올드스쿨 폰트로 쓰인 ‘LOVE’라는 글씨체가 마음에 든다. 심지어 쇼 중간 막간을 이용해 간 랄프 바에서 주문한 카푸치노에는 이렇게 귀여운 하트가 그려져 있는게 아닌가. 다닐 때는 몰랐는데 와서 사진을 모아보니 온통 사랑으로 가득하다. 이렇게 ‘사랑(?)’을 주제로 원고를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다.

9 IMG_9684슈프림은 15년 넘게 나의 올타임 넘버원 브랜드다. 뉴욕 컬렉션의 마지막 날은 마침 슈프림의 2017 스프링 첫 라인업이 발매되는 날이었다. 슈빠’인 내가 빠질 수 없었다. 오전엔 쇼가 없었기에 부푼 기대를 안고 아침 일찍 줄을 서러 나갔다가 듣게 된 소식은 미리 넘버를 발급받은 사람들만이 순서대로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것. 무려 450여 명이 이미 넘버를 받아갔고, 마감 시간이 다 되도록 200명도 쇼핑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난 매장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라프가 돌아왔다! 패션위크가 시작되기 전부터 전 세계 패션계의 눈은 유럽이 아닌 뉴욕으로 집중됐다. 패션 피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라프 시몬스의 캘빈 클라인에서의 첫 컬렉션 때문이다. 환상적인 컬렉션, 라프가 가져온 여러 변화 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캘빈 클라인의 뿌리와도 같은 데님 라인!

밀라노판 블록버스터 쇼의 대표 주자 필립 플레인은 뉴욕 컬렉션을 부흥시키겠다는 그의 말처럼 컬렉션을 온통 뉴욕과 미국의 상징으로 채웠다. 남자는 직진이라 했던가. 자유의 여신상, 성조기, ‘I LOVE NEW YORK’이 쓰여진 티셔츠 등 꽉 찬 돌직구 사랑을 보여줬다. 제레미 스콧은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프린트를, 프라발 구룽은 여성들을 위한 텍스트로 감동적인 피날레를 선보이기도 했다. 에디터 | 정환욱

컬러테라피
뉴욕에서 채집한 빨주노초파남보, 레인보 패션 스펙트럼!

8밸런타인데이가 있는 주간, 뉴욕은 온통 핑크빛으로 물든다. 이번 뉴욕 패션위크 기간이 바로 그 시기! 빡빡한 쇼 스케줄로 바쁜 컬렉션 기간이었지만 사랑스러운 패키지 안에 든 새콤달콤한 캔디 덕분에 밸런타인 무드 지수가 대략 10 정도 상승한 듯!

11핫 핑크와 오렌지의 조합을 선택한 필립 림의 쇼장. 평소 좋아하는 컬러 매치라 어느 때보다도 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

10뉴욕에서 발견한 최고의 액세서리는 록산느 애술린의 플라스틱 레인보 초커. 신예 디자이너인 로지 애술린의 시어머니이기도 한 록산느 애술린이 만드는 이 초커는 색 배합과 키치한 디자인이 매우 사랑스럽다.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만능 액세서리!

디올하우스 있던 파리를 떠나 캘빈 클라인의 도시, 뉴욕에 입성한 라프 시몬스! 쇼장에는 그가 가장 애정하는 아티스트, 스털링 루비의 작품이 설치되었고, ‘미국에 대한 오마주’를 주제로 쇼를 선보였다. 경찰복, 작업복, 청바지 등 미국을 상징하는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룩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플라스틱 커버를 씌운 노란 퍼 코트! 뉴욕의 명물이자 상징인 옐로캡에서 영감 받은 룩이 아니었을지!4뉴욕에 가면 꼭 들르는 곳 중 하나는 5번가에 위치한 랄프로렌 플래그십. 2층으로 올라가면 랄프’s 커피가 자리하고 있는데, 뉴욕의 전경을 바라보며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기 때문. 초록색 찻잔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곳! 그야말로 시각과 미각이 모두 충족되는 공간.

매디슨 애비뉴에 위치한 플래그십에서 열린 랄프로렌 컬렉션! 스토어 안에 들어서자 오아시스에 온 듯한 마법 같은 광경이 펼쳐졌는데, 벽 전체를 오키드로 도배해 보태니컬 가든으로 꾸민 것. 이를 위해 10만 송이가 넘는 오키드와 3백여 개의 에어플랜트, 덩굴식물, 이끼 등의 자연 재료가 동원되었다. 덕분에 기분 좋은 새소리와 향긋한 내음이 어우러진 힐링의 시간!

1BLUE2쇼 이동 중 택시 안에서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 캘빈클라인의 새로운 광고! 파란색으로 물든 리처드 프린스의 작품 < I Changed My Name, 1988>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는 캘빈 클라인의 상징인 ‘청바지’를 기념하기 위한 캠페인!

꽃수가 담긴 사랑스러운 초대장을 보낸 몽클레르 그레노블은 쇼의 베뉴인 해머스타인 볼룸을 신비로운 겨울 왕국으로 둔갑시켰다. 온통 흰색으로 뒤덮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쇼는 그야말로 황홀한 눈의 축제! 오케스트라에 맞춰 피날레에 선보인 모델들의 포크댄스 퍼포먼스는 한 편의 뮤지컬 같았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언제나 그렇듯 회색만을 고집하는 톰 브라운의 쇼장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톰 브라운의 삼선 리본을 두른 회색 펭귄. 이번 시즌 주요 모티프 중 하나인 펭귄은 옷의 프린트는 물론 귀여움이 잔뜩 묻어 있는 여러 가지 디자인의 가방으로 변신했다. 다음 시즌 스트리트에선 이 펭귄 백이 종종 출몰할 듯!

7 (2)아름다운 인테리어로 유명한 호텔의 진면목은 화장실에서 드러난다. 영화관을 개조한 트라이베카의 록시 호텔 화장실 역시 숨은 보석 같은 곳인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핑크빛 공간이 펼쳐진다. 옷으로 치자면 발렌티노의 분위기와 닮았는데, 역시나 발렌티노 맥시 스커트와 완벽하게 어울렸다!

세련된 뉴요커들의 공식 ‘색’을 꼽자면, 단연 블랙이 아닐까? 이번 시즌, 본연의 스타일로 정비한 알렉산더 왕의 스쿼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중무장한 쿨한 파티걸의 모습(아이러니하게도 파티광인 알렉산더 왕은 ‘No After Party’를 선언했지만!). 왕은 1913년에 지어진 할렘가에 위치한 RKO 해밀턴 극장을 쇼의 베뉴로 선택했는데,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 쇼장과 블랙 룩이 대비되어 더욱 강렬한 무드를 자아냈다. 에디터 | 정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