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쳇바퀴는 늘 시간을 앞서 빠르게 움직인다. 2017 F/W 시즌 컬렉션을 전후로 프리폴(Pre-Fall) 룩을 속속 발표한 브랜드들이 선택한 여자, 여자, 여자.

매혹적인 레트로 터치
가을만큼이나 레트로 무드가 어울리는 계절이 또 있을까. 여러 디자이너들이 프리폴 컬렉션을 위해 집중한 것도 노스탤지어가 담긴 추억 속 여인의 모습이었다. 우선 펜디의 칼 라거펠트는 자신의 특기인 퍼를 활용한 레트로 감성을 무릎 아래 길이의 긴 치마나 롱 코트와 함께 유감없이 발휘했다. 나아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마음을 끄는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잘 아는 디자이너 토마스 마이어는 보테가 우먼을 위해 단순한 실루엣과 감미로운 색감을 선택했다.또 드레시한 드레이핑의 봉긋하게 솟은 볼륨 소매가 돋보이는 드레스에 스퀘어 토의 청키 힐 슈즈, 그리고 클래식한 백을 매치해 여성스러운 면모를 강조하기도. 한편 프라다는 코듀로이와 트위드 같은 가을에 어울리는 소재를 선택해 보다 클래식한 레트로 룩을 선보였으며, 지방시는 화사한 색상을 활용해 한층 화려한 레트로 감성을 표출했다. 특히 길고 타이트한 실루엣의 재킷과 대비되는 풍성한 플레어 팬츠 등 흥겨운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지방시 룩을 완성했다. 그렇다면 남성성과 여성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스텔라 매카트니의 프리폴 룩은? 전통적인 영국적 색채에 장난스러운 디테일을 가미했는데, 그중에서도 영국의 코믹 만화인 ‘더 댄디’ 시리즈의 개구쟁이 캐릭터들이 프린트된 팬츠와 드레스 룩은 생동감 있고 유머러스한 동시에 따듯한 향수를 자아냈다.

우아한 여인의 향기
샤넬은 그 어느 때보다 ‘마드무아젤’의 이미지를 강력하게 어필하는 귀부인을 선보였다. 가브리엘 샤넬이 머문 파리 리츠 호텔을 배경으로 펼쳐진 샤넬 공방 쇼의 주제는 바로 파리 코스모폴라이트, 다시 말해 한껏 흥겨움에 취한 카페 소사이어티였다. 칼 라거펠트는 “여성들이 리츠 호텔에서 격식 있는 식사를 할 때 입는 이브닝드레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허리 라인이 드러나고 종아리를 덮도록 주름을 넣어 완성한 실루엣, 자수 장식과 플리츠, 풍성한 볼륨의 튤까지 모든 룩은 마치 ‘파리는 파티 그 자체야’라고 외치는 듯. 한편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로맨틱한 감성은 향긋한 꽃내음이 진동할 것 같은 꽃무늬 실크 가운 시리즈에 집약됐다. 발렌티노의 피에르파올로 피촐리 역시 이러한 고아한 자태의 여인에 매료됐음을 보여주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시스루 소재의 드레스를 통해 조금 더 은밀하고 센슈얼하게 접근했다는 것. 한편 발렌티노를 떠나 디올에 안착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강렬한 모던함을 선사했다. 예를 들어 레이스 드레스에 롱부츠나 초커를 매치하고, 시스루 드레스에 브랜드 이름이 적힌 밴딩 장식의 이너를 더하는 등 모던 레이디들의 흥미를 한껏 자극했다.

캐주얼한 쿨 걸
가장 ‘동시대적인 감각’이 각광받는 건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규 시즌보다 한층 커머셜한 부분에 집중하는 프리폴 컬렉션이야말로 시대의 요구에 가장 기민하게 대처하는 동시에 자신의 미학을 놓치지 않는 명민한 디자이너들의 기지가 발휘되는 패션의 장. 우선 늘 놀랍도록 젊고 매혹적인 감각을 보여주는 미우치아 프라다가 선보인 미우미우의 프리폴 컬렉션에서는 숫자 모티프의 베이스볼 점퍼와 코트처럼 캐주얼하고 실용적인 아이템이 등장했다. 그런데 더 눈길이 가는 건 가죽캡에 화려한 스터드 장식을 더하는 등 섬세한 터치를 통해 ‘웨어러블 쿠튀르’를 선보였다는 점. 이는 고미술과 골동품에서 받은 영감을 화려하게 풀어내는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역시 마찬가지다. 프리폴 시즌, 그는 러플 드레스에 스카잔 재킷, 퍼 코트에 후디 톱과 데님진 등 기묘하고도 독창적인 쿠튀르 터치에 캐주얼한 아이템을 근사하게 매치하는 감각으로 스트리트 신에서도 각광받을 만한 룩을 선보였다. 한편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선보인 루이 비통 프리폴 컬렉션이 주목한 것도 실용적인 캐주얼 아이템들. 짧은 패딩과 퍼 점퍼, 데님 톱 등을 정제된 실루엣의 와이드 팬츠 등과 매치해 모던하고도 쿨한 룩을 완성하며, 그가 늘 강조하는 ‘모던한 시대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