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따사롭고 상큼한 봄날의 색상들이 대거 귀환했다. 선과 면, 그리고 색의 농담이 자유자재로 펼쳐진 백스테이지 그곳에.

팝아트의 향연
어느 순간 희미해진, 마치 팝아트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눈이 시릴 듯 비비드한 색상이 이번 시즌에는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60년대의 팝아트나 80년대의 디스코, 혹은 클럽을 연상시키는 색감, 잡색이라고는 돌지 않는 순도 높은 색상이 눈길을 사로잡은 것. 하지만 무엇보다 이 색상들이 세련되게 느껴지는 이유는 비비드한 컬러 해석의 교본 같은 ‘선’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색상이 이번 시즌 얼굴을 지배하는 형식은 바로 ‘면’이다. 채도 높은 레드 컬러가 양볼과 관자놀이를 물들인 겐조 컬렉션이나 그린과 옐로 컬러가 눈두덩을 대담하게 가로지른 에밀리오 푸치와 베르수스 컬렉션을 보는 순간 바로 알아차렸을 거다. 정교함보다는 손이 가는 방향대로 자유롭게 발라 모던함을 더하는 것이 포인트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 데스노이어는 “컬러 악센트가 얼굴에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불어넣어주죠. 기존의 ‘예쁨’을 깬 한층 업그레이드된 표현 방식이에요”라고 말한다. 톡톡 튀는 컬러를 듬뿍 묻힌 브러시로 눈두덩을 대충 툭툭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혹은 살바토레 페라가모나 하이더 애커만 컬렉션의 모델들처럼 붓으로 한 번에 그려낸 듯 날렵한 라인이나 마리 카트란주의 모델들처럼 오렌지와 푸크시아 핑크를 입술에 바르는 것으로 승부하는 방법도 있다.


파스텔의 낭만
순도 높은 컬러의 귀환은 봄의 전령인 파스텔에도 영향을 미쳤다. 핑크와 코럴 일색이던 파스텔 팔레트에 좀 더 다양한 색감이 배치된 것이다. 니나리치 컬렉션의 모델들처럼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연두와 라일락 파스텔 컬러는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부드럽게 퍼지는 색감이 일품이다. 핑크와 코럴 역시 변화를 모색했는데, 델 포조와 폴 스미스 컬렉션을 보자. 마치 우유를 한 방울 떨어뜨린 듯한 파스텔의 농담이 청초하기 그지없다. 폴 스미스의 백스테이지를 책임진 메이크업 아티스트 페트로 페트로힐러스는 “눈 위의 파스텔 핑크는 얼굴을 더욱 생기 있고 어려 보이게 만들어주죠. 마스카라를 생략해야 마치 피부와 이어진 듯 자연스럽게 물들어 보인답니다”라고 귀띔했다. 파스텔 색감의 진부함을 상쇄하고 좀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질감이다. 오일로 윤기를 더하거나 마크 제이콥스 컬렉션처럼 약간의 글리터를 더하는 거다.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점이 있다. 컬러가 제대로 표현되려면 캔버스가 깨끗해야 하니 피부 표현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피터 필립스는 “파운데이션이 피부 위에서 잘 머물 수 있도록 프라이머를 바르세요. 리퀴드 타입의 핑크 베이지 톤 코렉터를 눈두덩에 발라 눈가에 약간의 붉은 기를 가미하고 관자놀이에 핑크를 더해 컬러가 주는 화사함이 더욱 살아나도록 만드세요”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