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국 영화가 돌파구를 찾는 법, 속성으로 진단해봤다.
Four exit doors, one open
요즘 영화계는 현실의 스토리텔링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한국 영화는 매일 초현실적인 사건 사고에 노출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올해 대기 중인 주요작 라인업에 이미 그 답이 있는 듯하다. 두드러진 키워드 하나는 ’웃음’. 설 연휴 극장가에서 펼쳐진 올해 첫 한국 영화 빅 매치의 주역, <공조>와 <더 킹>이 그 증거다.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전형적인 코미디와 한국 근현대사의 정치적 사건을 알고 있다면 풍자의 묘미가 배가될 블랙 코미디로 그 특성은 달랐지만, 코미디 장르는 <검사외전>(970만), <럭키>(697만)에 이어 지속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현실의 고단함을 극장에서만이라도 잊게 해주길 원하는 관객의 바람이 흥행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고 짐작하는 충무로 관계자가 적지 않으니, 제작 예정인 영화들에 웃음 코드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다.
2017년 한국 영화 라인업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직업군이 있다. 검사, 형사, 변호사, 공무원 등 법과 제도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인물이 상당수 등장한다. 최민식이 3선에 도전하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는 <특별시민>, 목격자가 살인 누명을 썼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심>,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는 <V.I.P.>와 핵개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북한에 잠입한 첩보원의 이야기를 다룬 <공작> 등.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들이 대체로 시스템에 대한 불신 속 개인의 고군분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거다. 코미디 영화가 현실을 잊게 해주는 도피처라면, 현실에 만연한 불신과 부조리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시도가 부쩍 늘고 있다는 점도 요즘 한 경향이다.
21세기 한국 사회를 벗어난 시공간에서 현재와의 접점을 찾고자 하는 영화도 대기한다. 올여름 시장을 책임질 <군함도>와 <신과 함께>가 그렇다. 일제강점기 시절 군함도에서 비인간적 노동에 시달리다 대탈주를 계획하는 인간 군상의 액션 드라마, 저승을 무대로 한 49일간의 재판 과정을 담은 판타지 블록버스터. 분위기는 달라도 두 작품 모두 규모의 프로덕션과 페이소스 짙은 드라마로 벌써부터 화제다. 암울한 현실을 조소로 웃어 젖히거나, 상상으로 전복시키거나. 올해 한국 영화 대다수는 장르와 무관하게 지금의 ‘헬조선’으로부터 있는 힘껏 탈주하려고 한다. 풀리지 않는 의혹으로 가득한 2017년 한국 사회에 대처하는 영화계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