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실사화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상상 가능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뒤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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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가 실사화된다는 할리우드 발 뉴스는 잊을 만하면 다시 오르내린다. 가장 알려진 사실은 소피아 코폴라가 제작사와 의견 차이로 하차하고, 인어공주로 낙점된 클로이 모레츠가 배우 생활을 잠시 쉬기로 하면서 진행이 더뎌졌다는 정도다. 그러나 < 인어공주>실사화 프로젝트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워킹 타이틀이 안데르센 동화를 원작으로 제작하는 버전, 추억 속의 빨강머리 에리얼이 등장하는 디즈니 버전이 있으니 누가 선점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3월 개봉하는 엠마 왓슨 주연의 <미녀와 야수>가 예고편을 통해 환상적인 ‘싱크로율’을 자랑한 만큼, 물고기가 백만 마리는 출동해야 하는 바닷속 세상이 얼마나 화려하게 묘사될지도 관건.
동화의 나라 디즈니는 향후 몇 년 동안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에 회사의 운명을 건 분위기다. <피터팬> <크루엘라> <덤보> <지니> <곰돌이 푸> <뮬란> 등등 이미 프리 프로덕션 중이거나 앞으로 진행될 영화가 번호표를 뽑고 대기 중이다.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 크루엘라 역에 캐스팅된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거 <101 달마시안>에서 꿈에 나올까 두려운 모습으로 크루엘라를 재현했던 글렌 클로즈를 생각하면, 엠마 스톤이 분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내면의 악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주길 바랄 뿐. 물론 엠마스톤의 크루엘라는 곰돌이 푸 실사화만큼 종잡을 수 없거나 걱정되진 않는다. D라인이 돋보이는 곰돌이 푸의 복부와 순하고도 행복감에 젖어 있는 그 표정이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설레는 실사화 소식은 <덤보>. 지구를 뒤져 가장 귀엽게 생긴 코끼리를 캐스팅하거나 CG로 아기 코끼리를 만든다 해도, 가볍게 귀를 팔랑거리던 만화 속 회색 코끼리의 귀여움을 따라잡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구원투수로팀 버튼이 나섰다. 팀 버튼이라면 커다란 귀 때문에 놀림 받는 덤보의 상처와 내면 연기까지 동화적 상상력 안에 버무릴 거라고 기대한다. 디즈니는 <피터팬>에 이어 팅커벨이 주인공인 <팅크> 실사화까지 준비 중인데, 사실 이제는 피터팬이나 팅커벨보다 웬디에 주목해야 할 때다. 제임스 매슈 배리의 원작 소설에서 웬디는 해맑은 피터팬 일당의 온갖 살림살이를 도맡아 해주는 존재다. 웬디의 시점으로 원더랜드에서 펼쳐지는 노동과 유희를 블랙코미디화 해줄 감독, 어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