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안 해 본 아이돌 찾기가 힘든 지금, 뛰어들었으면 생존해야 한다. 연기하는 것을 보니 그 기운이 예사롭지 않은 아이돌 일곱 명을 추렸다.

1짝사랑하는 이의 시선 – B1A4 진영
“아, 고운 얼굴? 나 말이요. 나!” 젊은 처자를 옆에 두고 햇빛에 자기 고운 얼굴 상할까 걱정된다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내뱉던 그는 KBS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예조 정랑 김윤성을 연기한 진영이다. 너무 예쁜 점도 그렇고, 기방에서 수도 없이 기생을 그려댄 덕분인지 남장을 한 홍라온(김유정)의 몸이 여인임을 단번에 알아채는 눈썰미도 사실 로맨스의 대상으로 삼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인물이다. 여주인공의 마음이 흔들림 없는 일직선일 것을 요구받는 최근의 로맨스 드라마에선 서브 남주인공의 비중도 예전 같지 않다. 라온과 세자 이영(박보검)이 서로 애칭과 본명을 주고받는 동안, 그를 “윤성아”라고 부르는 이는 할아버지 역할의 천호진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극에서 조력자이자 적대자 역할 이상의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생각에 푹 빠진 이를 곁눈으로 바라보는 눈빛, 바로 짝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을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살짝 치켜 올라간 눈매, 인중이 선명한 입술산. 진영의 얼굴은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에서 초롱을 들고 여인의 발치를 밝히는 선비와 닮았다. 단지 얼굴만이 아니다. ‘월하정인’을 찾아본다면 우측으로 걸음을 옮기는 신발코 방향과 반대로 고개를 돌려 곁눈으로 여인을 보는 선비의 시선이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수도 없이 보았던 라온을 세심하게 살피는 윤성의 눈, 그것임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진영의 그 눈빛은 Mnet <칠전팔기 구해라>에서 형을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던 강세찬의 애틋한 시선으로 이미 완성되었지만, 그 인물이 3회 만에 죽고 다시 1인 2역으로 나타났을 때 두드러지던 감정 변화 사이의 어색한 틈과 약한 발성은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훨씬 안정적으로 변화했다. 데뷔 무렵 ‘이준기와 윤시윤을 닮은 보이그룹 리더’로 알려진 진영이 누구를 닮은 얼굴을 넘어서 어떤 정서와 단단히 결합한 표정을 아이돌 팬덤의 바깥까지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은 꽤 큰 수확이다. 하지만 드라마 남주인공이 가져야할 덕목은 사랑의 감정 표현뿐만이 아니며 사랑할 만한 남자라는 사실을 시청자에게도 납득시켜야 한다. 진영에게 주어진 다음 숙제는 배역의 크기와 관계없이 직업을 표현하는 디테일을 포착해 표현하는 것. 이를테면, 갓과 도포가 없는 배역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특징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 여부에 따라 진영이 연기자로 다음 계단을 밟을 수 있는지가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글 | 유선주(칼럼니스트)

능수능란한 배신 BTOB – 육성재
육성재는 ‘육잘또’라고도 불린다. 풀이하자면, ‘육성재 잘생긴 또라이’. 조용하고 어색한 상황을 싫어하는 데다 어릴 때부터 튀는 걸 좋아했던 육성재에겐 ‘또라이’라는 수식어가 곧잘 따라다녔다고 한다. 의도하지 않아도 그룹 비투비에서 육성재는 튈 수밖에 없었다. 데뷔 4년 만에야 음악 방송 1위를 처음 해본 그룹의 메인 보컬도 서브 보컬도 아닌 ‘서서브 보컬’이지만, 마음의 정화를 일으키는 화사한 얼굴이 일단 눈부터 사로잡기 때문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얼굴로 ‘비글미’를 발산하는 아이돌이란 기분 좋은 배신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젊은 혈기의 통제 불가능한 쾌활함은 그 성질과 통하는 역할을 만났을 때 날개가 되어주기도 한다. tvN <도깨비> 초중반에 좌충우돌, 우당탕탕의 의태어를 달고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던 육성재가 그랬다. 도깨비 삼촌에게 신용카드를 구걸하는 천방지축 재벌 3세를 저리 태연하고 능글맞게 연기해내다니! 등장부터 느낌표를 안겨준 육성재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13대째 도깨비를 모시는 가신 집안의 4대 독자 유덕화는 단순히 미모로 극의 양념 역할만 하는 인물이 아니다. 도깨비(공유)와 저승사자(이동욱) 틈에서 브로맨스의 삼각형을 완성하는 것은 물론, 도깨비도 못 찾는 지은탁(김고은)을 찾아내거나삼신할매(이엘)와 자꾸 스치며 정체에 대해 물음표를 자아냈다. 이윽고 드라마 후반, 그가 다름 아닌 절대신의 존재였음을 드러내며 근엄한 목소리로 “신은 그저 질문하는 것일 뿐.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라는 대사를 할 때, 육성재는 또 한 번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한 캐릭터의 방정맞음과 진지함을 위화감 없이 소화해내며, 콩트와 정극 연기를 오가는 연기 신인. 육성재는 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데뷔한 공유와 이동욱에게 전혀 꿀리지 않았다. 앳된 외모로 철없이 굴다가도, 여주인공에게 “이 소녀야”라고 핀잔을 줄 땐 제법 남자 어른의 모습이었다. 정확하고 안정된 발음은 덤이다. 자신과 싱크로율 120%라고 밝힌 KBS <후아유-학교 2015> 속 질풍노도의 10대와 tvN <아홉수 소년>의 허세 넘치던 폼생폼사 10대, 그리고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보여준 선한 순경의 모습을 거쳐 <도깨비>라는 대작까지 왔다. 돌이켜보면 그는 MBC <복면가왕>에서도 의외의 묵직한 저음으로 김동률의 발라드를 소화해 ‘아이돌’ ‘외모’의 선입견에 갇혀 있는 이들을 멋지게 배신한 적이 있다. 아쉽고 부족한 면보다 놀랍고 가능성 있는 모습을 주로 보여온 것이다. 그에겐 맘껏 끼 부리며 놀 수 있는 판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 “김은숙 작가님 대본에 쓰여 있는 그대로 읽으면 마법이 일어난다.” 육성재가 KBS <태양의 후예>에 출연한 배우 김민석으로부터 들었다는 조언이다. 작가가 모든 등장인물이 언어유희 감각을 지닌 초월적 캐릭터를 그려놔도 배우가 그것을 소화하지 못하면 소화불량은 시청자의 몫일 터. PPL로 등장한 숙취해소 음료를 연신 들이켜며 술이 번쩍 깨던 육성재, 눈이 번쩍 뜨이는 연기돌계의 발견이다. |글 권은경(<W KOREA> 피처 에디터)

소년과 남자의 사이 – GOT7 진영
아이돌이 잘생겼다는 건 딱히 칭찬도 아니다. 아이돌의 정의에 ‘잘생겼다’가 디폴트 값으로 포함되어 있고, 모두 나름대로 잘생겼으니까. 하지만 GOT7의 진영은 잘생기게 잘생겼다. 이를 절감한 건 작년 여름 GOT7 콘서트의 오프닝에서 무대 위로 진영이 솟아 올라올 때다. 그전까지는 ‘심쿵’이라는 말을 글로만 배웠다면, 그 말의 의미가 심장에 직격탄처럼 전해진 순간이었다. 배우가 생김새로만 어필하는 건 아니지만, 깎아놓은 밤톨같이 깨끗한 골격, 깊고 서정적인 눈매를 갖춘 외모는 연기하는 진영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아직 다 펼쳐지지 않은 스토리가 있는 얼굴이라는 표현이 적합할까? 그러나 그런 외모와 선명한 발성을 가지고도 진영은 오랜 시간 연기 유망주이기만 했다. 회사의 프로듀서인 JYP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주니어’로 불렸던 것처럼, 그는 작년까지도 계속 ‘어린 신인’이었다. 그가 한 역이 모두 고등학생이라는 것도 현재 시점을 말해준다. KBS <드림하이2>에서 다른 어린 배우들과 함께 예술 학교의 학생으로 출연한 진영은 사투리 연기는 약간 어색했으나 해맑은 표정으로 존재를 알렸다. MBC <남자가 사랑할 때>의 똘이는 발랄하지만 애정이 필요한 고등학생으로, 그 후 맡은 모든 역의 티저 예고였다. JTBC <사랑하는 은동아>에서 주인공 현수(주진모)의 어린 시절을 맡은 진영은 초등학생인 은동이를 처음 만나 가여이 여겼다가 사랑에 빠지고 다시 잃어버리는 소년역을 인상적으로 해냈다. 자신감이 있지만 연약하고, 순수하지만 상처가 있는 역할을 통해 연기와 얼굴이 조화가 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사랑하는 은동아>로 그만큼 존재감을 알렸는데 다음 행보가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의 주연 이민호의 아역이라는 건 약간 실망스러운 점이다. 성격도 이제껏 해온 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역할은 그가 이제 커다란 프로젝트에서도 주목받는 연기자가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2016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눈발>은 그의 첫 주연 영화로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선언 같다. 진영에게는 이제 고등학생 역할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 이는 본인도, 기획사도, 팬들도 모두 아는 사실. 자신에게서 ‘다 자란 남자’의 모습을 어떻게 끌어낼지가 2017년 그의 당면 과제이지만, 사실 이도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그가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하리라는 걸 아니까. 글 쓰는 사람의 편견일지 모르지만, 세계 문학 전집부터 동시대 소설까지 빽빽이 꽂힌 그의 책장을 눈여겨보았으므로 하는 말이다. 글 | 박현주 ( 번역가)

2‘연기돌’ 사상 가장 강렬한 데뷔 – 애프터스쿨 나나
“우리 전에 만난 적 있는데. 저 기억 안 나세요?” tvN <굿와이프>에서 김단(나나)이 혜경(전도연)에게 처음 건넨 인사는 나나가 시청자들에게 배우로서 건네는 첫 인사이기도 했다. 애프터스쿨이나 오렌지캬라멜의 통통 튀는 이미지로만 그녀를 접한 시청자들은 전도연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포스로 대화를 주도하는 나나를 본 순간, 혜경처럼 모호한 표정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분명 익숙한데 또 전혀 새로운 저 얼굴은 누구지? 연기돌의 제일 큰 난제인 무대의 얼굴을 단숨에 지우고 신선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나나의 첫 등장은 가장 인상적인 데뷔의 순간으로 기억될 만하다. 첫 배역 자체도 행운이었다. 뛰어난 두뇌와 대담한 행동력 등 로펌 조사원으로서 전문적 능력, 주인공과 그 정적들의 관계까지 뒤흔드는 개인사의 흥미로움, 여기에 양성애자라는 성 정체성이 더해진 캐릭터의 복합적 매력은 <굿와이프> 원작이 미국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여성 캐릭터의 다양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드라마계에서 이런 역할을 연기할 기회는 몹시 드물다. 하지만 여기에 자신만의 매력을 덧붙여 강렬한 임팩트를 창조한 건 전적으로 나나의 성취다. 신비롭고 야성적인 원작의 캐릭터에 비해 나나의 김단은 좀 더 날렵하고 세련됐다. 조사를 위해 유연하게 정체성을 뒤바꾸는 모습 위로 재빠르게 새 옷을 갈아입고 런웨이를 활보하던 모델 시절의 능숙한 퍼포먼스가 겹쳐진 덕분이다. 물론 이는 배우로서 나나의 고유한 매력인 동시에 추후의 성장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로도 보인다. 트렌디하고 스타일리시한 모습 안에 세밀한 감정까지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숙제. 그런 면에서 차기작은 그 성장의 가늠대일 것이다. 현빈, 유지태, 박성웅이 포진한 남성 중심적 영화 <꾼>에서 지능형 사기꾼 현빈의 조력자인 나나의 역할은 김단의 복합성을 축소한 열화복제판으로 비춰질 위험도 있다. 원작의 그림자를 지운 데뷔작의 성취가 이번에야말로 꼭 필요한 시점이다. 글 | 김선영 ( 칼럼니스트)

귀여움과 망가짐의 경지 – 걸스데이 민아
‘모든 면에서 잘난 언니와 비교당해 열등감이 깊고, 취업 준비생에서 대기업 비서를 거쳐 촉망받는 디자이너로 진화하며, 신데렐라 스토리를 거치면서 사랑과 미모를 함께 얻어낸다’. 주말 드라마로 꽤 인기를 끈 SBS <미녀 공심이>의 주인공 공심은 상당히 입체적인 인물 설정이다. 민아는 이 작품 전에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와 MBC <달콤살벌 패밀리>에서 큰 비중 없는 조연을 연기한 경험이 있을 뿐이었다. 그 정도 경력으로 20부작짜리 지상파 드라마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 고운 시선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우려 속에 선보인 민아의 연기는 대체로 호평을 받았다. 멀쩡한 외모의 여배 우를 못나 보이게 꾸며놓는 첫 화는 확실한 인상을 남겼고, 거리에서 홀로 버스킹을 하는 영상이 화제가 된 민아답게 10대의 입말을 괄괄하게 구사하며 뛰어다니는 장면 역시 그럴듯했다. 무엇보다 민아의 조금은 억울해 보이는 눈매는 작품 초반, 자괴감과 배신감, 열등감에 치여 수시로 뒤흔들리는 공심의 심리를 잘 담아내며 성공적으로 공감을 일으켰다.
사실 부족한 것은 민아의 연기보다는 플롯이었다. 드라마 초반 이후 공심의 열등감은 설정 자체가 삭제된 듯했고, 그에 따라 민아의 연기도 납작해졌다. 낙천적이고 생활력 강하며 구박받는 것이 귀여운, 때로는 남자 주인공의 갈등에 위안을 안겨주는 여자. 공심이는 드라마 후반에 이르면 ‘지켜줘야 할 여자’도 된다. 두 여자 캐릭터 모두 내면이랄 게 별로 없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인물상이다. <미녀 공심이>에서 연인의 극적인 신분 변화에 따른 심리나 직업적 인정의 기쁨 등은 마지막 회에서야 숙제 해치우듯 등장했다. 그러니 이미지 캐스팅 이상의 의미는 인물에 대한 묘사가 좀 더 입체적이었던 드라마 초반과 후반이나, 단발 가발 밑으로 데굴데굴 굴리는 눈빛이 점차 밝고 귀여워지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층적이고 변화하는 인물을 표현할 수 있는 민아의 연기력은 선만 보인 셈이다. 유난히 아쉬움이 남는 것은 공심 역에 민아가 그저 너무 잘 어울렸다는 점. 무대 위에서 노래하다가도 틈만 나면 팬 서비스를쏟아내곤 하던 행사 경험으로 단련된 민아는 공심이가 그러했듯 즐거움과 귀여움, 망가짐을 표현하는 데 있어선 이미 도가 튼 인물이다. 민아가 공심이를 통해 아이돌 혹은 자연인 민아로서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려냈다면, 그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본격적으로 빛을 발할 다음 작품을 기다려본다. 글 | 미묘(<아이돌로지> 편집장)

사연을 담은 눈 – EXO 도경수
사연 있는 얼굴. 겉으로 보이는 모습 이면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게 하는 얼굴을 두고 ‘우리는 사연 있어 보인다’는 표현을 쓴다. 도경수만큼 이 표현이 잘 어울리는 20대 청춘 배우를 찾기도 힘들다. 성장 과정에서 큰소리 한 번 안 내봤을 것 같은 맑고 단정한 인상의 소유자이지만, 그의 눈매는 90년대 홍콩 영화 속 남자 주인공-특히 장국영의 눈매가 떠오른다-의 그것처럼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O의 멤버 디오가 아닌, 배우로서의 도경수가 유독 가슴속에 발화하지 못한 이야기를 안고 있는 인물을 자주 맡은 까닭은 화수분처럼 사연이 쏟아져나올 것 같은 묘한 눈빛 때문이 아닐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스스로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었던 고등학생 태영(영화 <카트>), 심약하지만 맑고, 명석하지만 비밀을 안고 있는 소년 강우(SBS <괜찮아, 사랑이야>), 어린 시절의 학대로 마음이 고장난 준영(KBS <너를 기억해>). 도경수를 거쳐 완성된 이 인물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복합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형>에서 도경수는 눈빛 연기 이상의 세밀한 연기를 선보여야 했다. 올림픽 선발전 도중 시력을 잃고 세상에 대한 원망과 사기꾼 형(조정석)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힌 유도선수 두영은 기술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조율해야 할 점이 많은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과 국가대표 유도선수, 쉽지 않은 두 개의 과제를 돌파해가며 도경수는 <형>의 현장에서 난생처음 ‘연기의 즐거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첫 영화 <카트>를 촬영할 때만 해도 너무 긴장해 대본을 든 손이 저릴 정도였다는 그는 그렇게 진정한 배우로 탄생해가고 있는 중이다. 도경수의 타고난 재능과 성실함으로 다져진 실력이 어떤 결과물로 이어질지는 2017년의 라인업이 증명할 예정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저승 세계에서 49일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김용화 감독의 블록버스터 <신과 함께>, DVD방에서 시체를 발견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분한 이용승 감독의 <7호실>. 규모와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른 이 두 작품으로부터 도경수의 새로운 성장을 발견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글 | 장영엽(<씨네21> 기자)

끼보다 흡수력 – 제국의 아이들 박형식
박형식은 tvN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에 주인공 이진욱의 아역으로 캐스팅되기 전까지 낯선 이름이었다. 나서는 성격이 아니어서인지 무대 위에서는 물론이고 어쩌다 한 번씩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대열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목소리조차 듣기 어려웠으니까. 이제 와 생각해보면 <나인> 제작진이 어떻게 이런 숨은 보석을 찾아냈는지 모르겠다. 드라마를 즐겨 보는 많은 이들에게 아직도 수작으로 회자되는 <나인>은 시간여행이 소재다. 극 초반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여느 아역과 달리, 현재와 20년 전 과거의 주인공 두 사람이 조우해 문제를 해결해간다는 점에서 배우의 역할도 드라마의 설정도 특별했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그는 안정된 연기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이어 MBC <일밤-진짜사나이>에 전격 투입돼 ‘아기 병사’로 불리며 인기의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해냈고, 바로 한류 드라마 SBS <상속자들>에 출연했으니, 그해인 2013년은 가히 박형식의 해였던 셈. <상속자들>의 조명수는 주인공 김탄(이민호)과 최영도(김우빈)의 친구다. 따라서 그저 주인공들의 갈등을 조장하거나 화해를 돕는 수준에 머무를 수도 있었지만, 복잡 미묘한 내면을 잘 살려내 조명수 팬이 따로 생길 정도였다. 무엇보다 순진무구할 것만 같았던 그에게서 나쁜 남자의 향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으니 그 점이 의외였달까?
KBS <가족끼리 왜 이래>와 SBS <상류사회>를 거쳐 현재 방영 중인 KBS <화랑>까지, 현대극과 사극, 온 가족이 보는 주말 드라마와 청춘 스타들이 모여 한류 붐을 일으킨 드라마 등으로 차근차근 입지를 다지고 있는 박형식은 어느 순간 ‘제아’의 멤버보다 연기하는 모습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글쎄, 사실 타고난 끼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어내는, 가르치는 것은 쏙쏙 흡수하는 모범생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연기자다. 아쉽게도 <화랑>에서의 연기에는 박수를 보내기 어렵다. 신라의 마지막 성골, ‘삼맥종’이라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없는 데다 함께 등장하는 연기자들의 내공도 부족하다 보니 전작들에 비해 미흡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그래도 작품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교훈 하나는 얻지 않을까? 글 | 정석희(TV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