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여성의 잠재된 낭만과 욕망이 폭죽처럼 터진다. 봄햇살 아래 눈부시게 반짝이는 관능성과 로맨티시즘, 이 두 개의 흐름에 관하여.

두근두근 로맨스
매 시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로맨티시즘’은 올봄 ‘꽃, 러플, 튤’, 이 세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특히 봄이면 늘 등장하는 꽃무늬는 도시별로 저마다 다른 특징이 포착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먼저 뉴욕의 경우 일상 속에 스며든 꽃무늬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데, 아침 출근길에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선보인 마이클 코어스와 토리 버치, 코치, 알렉산더 왕이 대표적이고, 런던을 지키는 폴 스미스와 에르뎀, 시몬 로샤는 소박한 전원의 삶을 꿈꾸는 시골풍의 페전트 룩으로 완성했다. 밀라노의 포츠1961과 블루마린, 돌체&가바나 등은 붓으로 채색한 듯 한 폭의 그림 같은 무늬를 옷 전면에 새기기에 바빴다. 꽃무늬의 양극단을 맛볼 수 있는 파리에서는 1970년대 올인원 팬츠 스타일을 담은 발렌시아가의 드레스와 부츠, 노르딕 패브릭의 감성을 담은 끌로에의 슬리브리스 톱과 팬츠, 하이 쿠튀르적인 정교한 세공 기술을 담은 알렉산더 매퀸의 드레스가 시선을 집중시켰다. 러플과 튤, 러플과 레이스, 러플과 오간자 식으로 섬세한 소재에 프릴과 러플의 매칭을 계속해서 내보낸 로다테와 시몬 로샤, 안나 수이, 끌로에, 델포조는 여성의 잠재된 낭만성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연말과 홀리데이의 전유물이었던 시퀸과 라메, 글리터, 비즈와 같은 반짝이는 소재가 따뜻한 계절에까지 그 영역을 확대했다. 시즌만 바꿔서 그대로 겨울 컬렉션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극도로 화려한 장식성이 특징인데, 모자, 선글라스, 신발, 드레스 등 다양한 아이템에 반짝임을 주입한 구찌가 이 무드의 대표 주자. 미켈레의 화려한 시대를 대변하는 듯 호랑의 무늬를 스팽글로 새긴 스커트와 라메 드레스, 브로케이드 슈트, 보라색 반짝이 레깅스가 연이어 등장했다. 올봄 반짝이 룩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구찌와 마찬가지로 루이 비통, 니나리치, 로다테, 제레미 스콧, 겐조, 마크 제이콥스 등 여러 브랜드에서 선보였듯이 크고 작은 스팽글을 섬세한 소재에 수놓거나, 드레스 전체에 스팽글과 비즈를 휘감아 입체적인 느낌이 들도록 가공했다. 다른 하나는 금박지와 은박지를 연상시키는 라메(lame)로 별다른 장식 없이 소재 자체에 집중한 디자인이다. 후자의 예는 멀버리의 샛노란 슬리브리스 드레스, 이자벨 마랑의 러플 장식 스커트, 캐롤리나 헤레라의 홀터넥 드레스, 크리스토퍼 케인의 플리츠 장식 드레스가 있으니 참고할 것. 이제 당신의 자신감과 스타일 지수에 따라 반짝이의 면적을 결정할 일만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