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는지만큼이나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와, 그리고 언제 떠나느냐 하는 문제다. 성수기를 피해 여행지의 매력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이때다.

W-MAP-dot1월 홋카이도
한겨울에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에 가는 건 추위의 심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지만, 다녀온 사람들은 의외로 춥지 않아 고즈넉한 설국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내륙을 횡단하는 기차를 타면 창밖으로 순백의 풍경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나 그 유명한 오호츠크해의 유빙을 보며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 큰 행사인 삿포로 눈 축제 역시 2월 초에 열리기 때문에 1월에는 오히려 여유롭다. 더군다나 이 지역의 노천온천은 눈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2월 교토
전통 건축물과 단풍의 조화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교토지만, 11월의 성수기에는 이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견디며 다녀야 하는 힘든 여행지가 되었다. 2월에는 봄가을의 인파를 피할 수 있으며, 단풍이나 벚꽃 대신 매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한국보다 따뜻한 날씨 역시 여행하기에 수월한 요소다.

3월 쿠바
열대성 기후인 카리브해의 쿠바는 1, 2월이 성수기다. 겨울인 북미에서 따뜻한 날씨를 찾아 휴가를 많이들 가기 때문. 또한 여름부터 9, 10월까지는 무더위와 태풍으로 여행하기 좋은 시즌이 못 된다. 겨울 성수기 직후인 3월은 여전히 좋은 날씨 속에 인파를 피해 여유로운 휴가를 즐길 수 있다.

4월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 투어라고 하면 포도가 매달려 있을 시즌을 상상하게 마련이지만, 사실 연중 고르게 날씨가 좋은 이 지역에서 굳이 여름 이후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 4월에는 오히려 노란 겨자꽃이 만발한 가운데 쾌적하게 와이너리와 미식 투어가 가능하다. 2주에 걸쳐서 코첼라 록 페스티벌도 열리니, 이어서 코스를 구성하기에도 좋다.

5월 스페인
1년 내내 사랑받는 여행지인 스페인이지만 한여름 성수기가 시작되기 전의 5월은 특히 장점이 많다. 본격적으로 덥기 전의 온화한 날씨에 하루 해가 아주 길어서 여행자의 하루를 두 배 이상 즐기는 기분을 전해준다. 시에스타에 한숨 자고 2부를 시작해서 늦은 저녁 식사와 타파스 바를 호핑하며 밤을 새울 수도 있다.

6월 두바이
라마단 기간의 이슬람 지역은 호텔 숙박비가 거의 반값으로 저렴하다. 낮 시간에는 금식을 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식사를 할 수 없지만, 오히려 밤에는 엄청나게 먹고 마시기 때문에 놀거리도 많다. 욕구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인지 쇼핑과 세일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고. 고급 리조트 여행하듯 낮에는 호텔에서 쉬고 먹고 마시다가 밤에 현지의 문화를 체험하라는 것이 경험자들의 팁이다.

7월 포틀랜드
미국 서부 지역인 포틀랜드는 조금 더 북쪽에 있는 시애틀과 마찬가지로 비가 많이 오는 도시다. 하지만 5월부터 8월까지는 반짝 건조하고 환상적인 날씨를 허락한다. 한국의 한여름인 7월에도 카디건 하나 걸치고 다닐 정도로 서늘하고 건조해 피서를 갈 수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떠오르는 고메 시티이자 소비세가 없어 쇼핑 부담이 덜하다는 점, 도시와 자연을 같이 누릴 수 있다는 것, 유럽이나 미국 다른 도시에 비해 여행객이 적은 도시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8월 아이슬란드
오로라를 보는 로망을 위해 꼭 한겨울에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한겨울에는 오로라 관측에 성공할 확률이 더 높지만, 눈이 쌓여 길이 얼어붙고 낮이 짧은 아이슬란드의 겨울 여행이 얼마나 고약한지는 <꽃보다 청춘> 시리즈가 이미 확인시켜준 바 있다. 여름과 가을 사이의 8월 말은 여전히 낮이 길고 따뜻하지만 절기상 하반기에 접어들어 오로라 관측도 가능해서 아이슬란드 여행에 최적의 시기다.

9월 크로아티아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만큼 크로아티아는 그만큼 여름 성수기에 사람들이 치이는 곳이 되었다. 9월 중순 자그레브에서 출발해 남부 두브로브니크로 아웃하는 코스를 짜면, 덥지 않게 주요 관광지를 섭렵한 다음 여전히 수영이 가능한 아드리아해를 만끽할 수 있다.

10월 포지타노
포지타노는 나폴리, 소렌토, 카프리 등의 인근 이탈리아 도시에서 연결한 해안 여행지로 인기 있는 스폿이다. 이곳의 아름다운 바다를 깊숙이 느낄 수 있는 페리와 보트는 4월에서 10월까지 운영된다. 혼잡도가 덜하면서 여전히 날씨는 온화한 10월은 빛나는 해안 도시를 여행하기에 좋은 때다.

11월 뉴욕
연중 때를 가리지 않고 인기 있는 뉴욕이지만,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겨울로 가기 전의 11월은 뉴욕의 가을이 가장 깊고 원숙한 때다. 마지막 주에는 추수감사절 시즌을 맞아 도시가 한산해지는데, 여행자로서는 이 도시를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마다 땡스기빙 특별 메뉴를 내놓기도 한다. 거주자들이 국내 여행으로 빠져나가는 5월 골든 위크 때의 도쿄 역시 이런 식으로 노려볼 만하다.

12월 치앙마이
크리스마스를 따뜻하게 보내기에 좋은 여행지는 많을 것이다. 일루미네이션이 매력적인 라스베이거스, 초록빛이 싱그러운 크리스마스트리가 가득한 뉴질랜드…. 동남아에서는 태국 북부의 치앙마이가 쾌적한 시즌이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날씨에, 최고 기온은 20도 후반대로 무덥지 않으며, 연말까지 내내 플리마켓과 불꽃놀이, 축제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