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태영은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어머니다. 신건우 작가는 아름답고 건강한 여인이자 어머니로서의 손태영을 모델로 부조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에 쓰인 가장 따뜻하기도 하며, 차갑기도 한 블루 컬러는 아직은 차가울지 모르는 유방암에 대한 세상의 인식과 가슴의 뜨거운 온도를 동시에 담아낸다.

신건우, ‘Blue Manual’ 레진에 채색 80x65cm, 2016

신건우, ‘Blue Manual’
레진에 채색 80x65cm, 2016

하늘색 칼라가 포인트인 퍼 코트와 안에 입은 검은색 점프슈트는 Karl Lagerfeld 제품.

하늘색 칼라가 포인트인 퍼 코트와 안에 입은 검은색 점프슈트는 Karl Lagerfeld 제품.

메탈릭한 프린지 장식의 홀터넥 드레스, 메탈릭한 이어링, 매듭 장식의 하얀색 펌프스는 모두 Michael Kors Collection 제품.

메탈릭한 프린지 장식의 홀터넥 드레스, 메탈릭한 이어링, 매듭 장식의 하얀색 펌프스는 모두 Michael Kors Collection 제품.

막스마라의 아이코닉한 까샤 컬러 101801 코트와 안에 입은 검은색 점프슈트, 펌프스, 가죽 장갑은 모두 Max Mara 제품.

막스마라의 아이코닉한 까샤 컬러 101801 코트와 안에 입은 검은색 점프슈트, 펌프스, 가죽 장갑은 모두 Max Mara 제품.

STILL LOVE YOUR W
8명의 아티스트가 10명의 셀레브리티를 조각으로 표현했다. 커미션 워크, 컬래버레이션, 혹은 그 사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더블유가 제안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에 공감한 이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바쳐 만났고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탐색했으며, 새로운 미술 작품을 함께 만들어냈다.


손태영 + 신건우

신건우 작가의 부조가 취한 자세가 혹여 선정적으로 보였다면,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거꾸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 가슴을 아래위로 눌러 촉진하며 체크하는 동작은 유방암 조직을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가 진단법의 가장 보편적인 포즈이니까.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은, 이렇게 같은 여성이 바라볼 때조차 종종 성적으로 대상화된다. 가슴이 숭배하거나 감추어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손가락이나 허벅지, 폐나 간과 마찬가지인 신체 기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잊곤 하는 것이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다루어졌듯 유방암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들에게도 가슴은 달려 있으니까.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 확률이 높은 유방암임에도 검진율이 낮은 이유에는 유방암을 부끄럽게 여기는 이런 왜곡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배우 손태영은 이번 아트 프로젝트에 모델로 참여하기로 한 셀렙 가운데서도 가장 열려 있었다. 유방암 캠페인이라는 기획의 특성상 조각의 결과물에서 가슴이 노출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신건우 작가가 꾸준하게 사용해온 울트라마린블루 컬러 채색은 보는 이의 시각을 압도하면서 조각의 인체에서 섹슈얼리티를 표백하듯 지워냈다. 작가의 말처럼 단순히 초상 조각을 넘어서 유방암에 대한 의도까지 담아내는 일은 까다로운 미션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고집한 배경에는 작가 자신의 이모님이 유방암으로 투병하고 절제 수술을 받은 개인사가 있었다. 유연한 배우와 진지한 작가가 만난 진행한 협업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아 완성될 수 있었다.

작가 노트
처음 작업 의뢰를 받고 구상에 들어갔을 때 내 스스로 얼마나 유방암에 무지한 인간인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정작 가장 가까운 막내 이모님이 이 병을 앓고 가슴 절제 수술을 하셨음에도 말입니다. 레퍼런스를 찾으면서 또 한 번 놀랐는데 유방암을 주제로 한 작품이 생각보다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방암의 상징인 핑크 리본 조형물 정도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시각예술 작업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왜일까 한참 생각하다가 아래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첫째, 주제는 표현하고 싶으나 신체로서의 가슴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섹슈얼리티로 읽힐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 둘째, 핑크 리본의 존재가 매우 강력하다는 것. 셋째, 질병이라는 것이 어쩌면 매우 추상적 개념이라 그 자체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시각예술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비단 유방암뿐만 아닌 다른 질병에 관련된 조각이나 회화를 많이 볼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는 나에게 꽤 커다란 도전이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보았을 때 누구나 이 작업이 유방암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업임을 알 수 있을지, 그리고 그에 대한 공감을 쉽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습니다. 작업에 등장하는 인물의 포즈는 유방암을 초기 진단할 수 있는 간단한 형태의 동작이지만 정작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가슴을 손을 이용해 아래위로 눌러서 가슴 안의 조직의 형태를 확인하는 일종의 매뉴얼적인 동작입니다. 작업에 채색된 밝은 파랑은 IKB(이브클라인블루)에서 영감을 받아 나의 다른 작업에서도 줄곧 사용되는 컬러입니다. 클라인에게 푸른색은 가장 순수하고 무한한 색이었습니다. 인물의 표정과 장식이 된 패널은 성모마리아 조각상의 힌트를 녹여내어 최종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파랑과 성모상의 모티프를 통해, 어머니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신체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질병을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로서 여성의 성스러운 면을 드러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