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이의 첫 핸드백이 나왔다.

패션 하우스의 백 컬렉션은 레디투웨어의 역사에 버금갈 만큼 중요한 유산으로 여겨진다. ‘가방 팔아서 옷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출의 큰 부분을 담당하며, 대중에게 브랜드의 네이밍과 아이덴티티를 각인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니 브랜드 론칭 후 백 컬렉션으로 라인을 확장하는 일은 가장 먼저 시도되는,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1월, 사카이의 첫 핸드백 컬렉션이 뉴욕의 버그도프 굿맨에서 공개됐다. 파리 패션위크의 빅 쇼로 자리매김하고, 한국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만큼 확고한 패션 세계와 대중성을 확보한 사카이가 이제야 백 컬렉션을 선보인 것이다. 1999년, 도쿄에서 처음 브랜드를 만든 후 10여 년이 지난 2012년에 파리에서 공식 컬렉션을 선보인 것만 봐도 그녀는 일을 서두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핸드백을 론칭하기까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그녀답다. “한동안 생각해왔어요. 운 좋게도 케이티 힐리어(Katie Hillier)를 만났고, 우리는 훌륭한 팀이 될 거라 생각했죠.” 힐리어는 스텔라 매카트니와 마크 제이콥스, 그리고 빅토리아 베컴에서 경력을 쌓은 액세서리 디자이너. 작년 영국에서 친구를 통해 만난 아베와 힐리어는 원형을 좋아하는 것을 비롯해 서로 비슷한 감성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들이 비슷하게 생긴 에르메스 가죽 백을 들고 다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누구도 아베만큼 똑똑하게 접근할 수 없을 거예요. 디자인을 가지고 놀면서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죠.” 힐리어가 말한다. 둘은 이어 그리기 게임을 하듯 힐리어가 사진을 보내면 아베가 잘라내고 붙여 보완하는 식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생각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옷을 닮은 하이브리드 핸드백이 나왔다. 주머니에 악어가죽 소재의 동전지갑을 부착한 밍크 캐리올 백이나 군용 세탁물 가방처럼 구겨지는 형태의 캔버스 백, 브라스 체인과 스웨이드 술이 달린 스트랩을 조정해 지갑으로도 변형이 가능한 크로스백 등이 대표적이다. 힐리어는 제품을 설명하고 흥분한 듯 이어서 말한다. “우리는 창조적인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기뻐했어요. 그리고 제 생각엔 이것이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봐요. 마치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느낌이었어요.

Sacai's Chitose Abe, in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