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가지 빛깔이 서로 번지듯 아름답게 반짝이는 제시카. 삶의 이면을 빚어내는 안경진 작가의 조각처럼 제시카는 이 순간 신비로운 무지갯빛 원더랜드 속을 유영하고 있다.

꽃무늬 실크 드레스는 Fay 제품.

꽃무늬 실크 드레스는 Fay 제품.

안경진, ‘Pearl’  석고에 채색 37x20x56cm, 2016

안경진, ‘Pearl’ 석고에 채색 37x20x56cm, 2016

1701 제시카3

검은색 레이스의 이브닝드레스는 Valentino 제품.

오프숄더 효과를 준 벌룬 소매 톱, 폭이 넓은 줄무늬 팬츠, 금빛 로퍼 펌프스는 모두 Fendi 제품.

오프숄더 효과를 준 벌룬 소매 톱, 폭이 넓은 줄무늬 팬츠, 금빛 로퍼 펌프스는 모두 Fendi 제품.

기퓌르 레이스 드레스는 Valentino 제품.

기퓌르 레이스 드레스는 Valentino 제품.

Beauty Note 고르고 매끈해 보이는 피붓결은 래디언트 크리미 컨실러(크렘 뷜레)를 바른 뒤 T존과 눈꼬리 옆 C존에 살짝 덧발라 자연스러운 하이라이팅 효과를 줬다. 눈두덩에는 듀얼 인텐시티 아이섀도우(카리)를 전체에 펴 바른 뒤 쌍꺼풀 라인을 중심으로 듀얼 인텐시티 아이섀도우(리겔)를 그러데이션하듯 발라 햇빛에 은은하게 반짝이는 듯한 눈매를 연출했다. 청초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입술에 벨벳 립글라이드(플라이펜)를 바른 뒤 양 볼에 블러셔(오르가즘)를 톡톡 두드리듯 발라 마무리했다. 모두 Nars 제품.

STILL LOVE YOUR W
8명의 아티스트가 10명의 셀레브리티를 조각으로 표현했다. 커미션 워크, 컬래버레이션, 혹은 그 사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더블유가 제안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에 공감한 이들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바쳐 만났고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탐색했으며, 새로운 미술 작품을 함께 만들어냈다.

제시카 + 안경진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만, 그러면서도 보이지 않는 이면을 보여주는 일은 예술가들의 오랜 관심사이자 사명이었다. 안경진 작가는 유독 가려진 뒤, 혹은 틈에 주목하는 사람이다. 드러난 형상에 빛을 비추면 그림자로 아이러니한 의미가 완성되거나, 인물 사이의 빈 공간에서 다른 실루엣이 발견되는 그의 조각이 보여주듯이. 거기에는 에로스와 타나토스, 아름다움과 흉함, 두려움과 설렘 같은 양면이 공존한다. 더블유의 유방암 자선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제시카의 초상 조각을 의뢰받았을 때도 그가 처음 제시한 아이디어는 조각 겉면에는 인물의 얼굴이 양각으로, 안쪽에는 해골의 형상이 음각으로 표현되는 형식이었다. 스러져가는 꽃, 곧 상할 과일이나 생선을 아름답게 그려놓고 곁에 슬쩍 해골 같은 모티프를 심어놓는 네덜란드 바니타스 회화처럼 삶은 한켠에 늘 죽음을 데리고 다닌다는 의미였다. 오래 소장할 작품인데 밤에 거실에 나왔다가 그늘진 해골을 수시로 마주하게 되는 건 오싹할 것 같다는 제시카의 의견으로 이 안은 무산되었지만 이런 작가의 초기 의도를 알고서 보는 결과물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조각가의 손끝에서 기억에 의존해 다시 태어나지만 인물을 입체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자료가 필요했다. 안경진 작가와 제시카는 코리델 엔터테인먼트에서 미팅을 갖고 정면, 그리고 얼굴 30도 위와 아래에서 360도 돌며 각도를 바꾸는 다양한 앵글의 얼굴 사진을 촬영했다. 처음 정면을 바라보도록 반듯하게, 그리고 목선을 잘 드러내기 위해 포니테일로 만들어졌던 인물상은 더 제시카다운 모습을 위해 그가 자주 짓는 각도의 비스듬한 고갯짓으로 수정되었다. “더 어리지도 더 성숙하지도 않게 지금의 제 나이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표현되면 의미 있을 것 같아요. 서른이 되기 전, 여자로서의 자연스러운 과정들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안경진 작가는 함께 대화를 나누고서 제시카에게서 받은 인상에 대해 진주 목걸이의 이미지였다고 회상했다. 아름답게 반짝이며 단단해 보이지만 연약하고, 보이지 않는 아픔과 상처를 품었겠지만 고귀한 현재만 드러나는 보석. 마치 브랑쿠시의 ‘잠이 든 뮤즈’ 나 모딜리아니의 인물처럼 애수를 담은 제시카의 조각은 이렇게 탄생했다.

작가 노트
어린 시절 어머니의 진주 목걸이를 깨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진주는 생각보다 쉽게 부서졌고, 속은 비어 있었습니다. 어금니의 약한 악력에 씹히며 혀끝에 부서져 닿던 보석의 느낌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어쩌면 그 진주는 가짜였는지도 모를 일이죠. 제시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쇼윈도에 진열된 예쁜 액세서리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화려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그리고 평소 내가 관심을 두지 않기에 굳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 고를 생각을 하지 않는, 그런 종류의 값비싼 상품을 마주하는 느낌이었죠. 작업실로 돌아와 내가 찍은 사진 몇 장을 보며 만남의 순간을 반추하다가 어린 시절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이물질이 침투했을 때 스스로 끌어안고 삭여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어내는 생명의 이치처럼, 그녀 역시 어떤 아픔과 상처를 겪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유방암이라는 질병 역시 단지 두렵고 부정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그것을 품고 살아가는, 혹은 제거하고 이겨낸 이들일수록 더 가치 있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제시카 특유의 포즈와 각도에 착안, 깨지기 쉬운 석고를 소재로 하여 진주의 펄과 질감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