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해가 어느새 흘렀다. 다사다난이라는 상투적인 단어가, 올해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돌아보니 새삼스럽다.
w011. ‘사드’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미친 영향은?
한중 엔터테인먼트의 함수관계

요 몇 년 새 중국 한류 붐이 거세지면서 예약 잡기가 여의치 않았던 한 헤어 디자이너. 최근 들어 쉽사리 예약이 된다 싶더니만, 이유인즉 자신이 맡고 있는 한류 스타들의 중국 쪽 일이 모조리 끊겨서라나. 진행 중이던 출장 건도 다 취소 됐고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란다. 해외 일이 하도 몰아치듯이 바쁜 통에 국내 일은 계획조차 세워두지 않았는데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물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중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냉기가 흐름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중 동시 방송을 노렸다가 사드 후폭풍으로 중국 현지 심의가 보류돼 난항을 겪고 있는 사전 제작 드라마 SBS <사임당, 빛의 일기>처럼 굵직굵직한 사안들에만 관심을 뒀지, 곳곳에서 실무자들이 입을 피해까지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SBS는 10월 방송 예정이었던 <사임당, 빛의 일기> 편성 시기를 2017년 1월로 미루면서, 지난 7월 중국 소후닷컴과 소후TV를 통해 선공개된 웹드라마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긴급 편성했다. 아마도 사드 폭풍을 절묘하게 피한 시점에 중국에서 용케 방송됐던 모양이다. 지금이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차이나 머니’를 따라 프로그램 기획부터 제작이며 편집 노하우를 전수하러 떠났던 일명 ‘플라P잉D ’들이 어디 한둘이었나? 퇴사 후 중국으로 적을 옮긴 제작진도 부지기수건만, 이들의 입지도 영 불안하다. 한국 콘텐츠의판권을 사들였다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되는 분위기라서 한국 제작진에게 자문을 한다는 식으로 일이 애매모호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물론 이조차 언제 어떤 식으로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사드는 핑계일지도 모른다. 중국 엔터테인먼트계의 자체 콘텐츠 생산, 즉 한류로부터의 자립을 준비하기 위한 구실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차피 올 것이 좀 일찍 왔을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실력이 갑이다. 이런 상황의 중국 시장에서 다시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선,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 개발이 대안 아닐까? 웹드라마도 좋고 말이다. 글 | 정석희(칼럼니스트)


2. 일하는 여자, 배려하는 남자
반 발짝 진보한 드라마

가장 동시대적 서사 장르인 연속 드라마는 한 해를 기억하는 지표이다. 2016년 초봄에 가장 관심을 모았던 작품은 한류 드라마 퀸 송혜교와 제대한 송중기를 내세운 <태양의 후예>였다. 김원석 작가의 밀리터리 드라마를 기본으로 했지만, “내가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같은 대사에는 오글거리면서도 설레는 김은숙표 로맨스 인장이 강하게 찍혀 있었다. 남녀가 계급의 차이나 제삼자의 방해가 아니라, 직업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는 연애 구조는 새로운 면이었고 의료 구조단장으로서 일하는 여성은 적극적인 여성상을 보여주었지만, 개연성 떨어지는 사건의 연속은 사전 제작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초여름까지 tvN에서 방영된 <또 오해영>은 의외의 히트작이다. 사랑에 버림받고 울거나 잘난 친구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오해영은 적당히 못나고 상당히 귀여우면서 현실적 호소력을 획득했다. “있던 거야”라는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애정 깊으면서도 간접적인 방식으로 내색하는 남자 주인공 도경은 시대 보편적 이상형이었다. 그에 적절한 판타지적 요소, 도경의 미래를 보는 능력은 로맨스가 가진 비현실성을 납득시키는 기능을 했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태도라든가, 거칠고 폭력적인 태도가 로맨스와 섞이는 전통적 드라마의 약점은 매끈하게 극복되지 않았지만, 동시대 여성에게 공감을 사는 데는 성공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도 언더독에서 급부상한 경우이다. 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남장 여자가 등장하는 퓨전 사극이라는 설정이 독특하진 않았지만, 강요하지 않고 기다리는 애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주연인 박보검과 김유정을 ‘대세 배우’ 자리까지 올려놓았다. 후반부에 이르러 사건이 긴밀성을 잃어갔지만, 연기와 연출, 배경과 의상, 소품까지 좋은 앙상블이 이루어낸 결과였다. 그 외 <W>, <굿와이프>, <질투의 화신> 등 화제를 모은 드라마를 본다면, 여성은 좀 더 적극적으로 일하고 남자는 좀 더 배려하는 모습으로 향하고 있다. 이는 올해 가장 극적인 키워드인 페미니즘이 자연스레 서사에 반영된 결과가 아닐지. 거칠고 위압적인 로맨스는 힘을 잃고, 여자는 이제 모든 면에서 남자와 동등하게 일한다. 현실의 상황이 이런 이상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만큼 가끔은 판타지에 기대기도 하지만, 여성의 욕구에 가장 충실히 봉사하는 장르인 드라마는 2016년에도 살짝 진보했다. 글 | 박현주(번역가)


3. 안 봐도 아른거리는 올해의 인물

막돼먹은 순실씨  발단과 전개가 어떠했는지는 기억에서 희미하다. 우리 사회의 요즘은 매일 위기와 절정을 오가는 초현실적인 나날이다. ‘단독’ 타이틀을 붙인 기사들이 이처럼 많이 쏟아지던 때가 또 있었나? ‘낚시’를 위한 수식어라고 믿었던 그 타이틀이 요즘엔 제법 유효하다. 캐도 캐도
뭔가가 또 나오는 게 사실이니까. 최순실, 그리고 그 여인으로부터 파생되는 현상들에 과연 마침표가 있긴 한 걸까?

박보검과 송중기  안 봐도 그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로 흐뭇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보이기도 참 많이 보였다. 주말 저녁 주문한 라지 피자 박스에서 나란히 있는 그들을 봤을 땐, 먹을 것 앞에 두고 이상하게 지치는 기분이었다. 스타이자 연기도 잘하는 두 청년은 재밌는 작품 안에서 극에 충실한 캐릭터로 움직일 때 가장 멋지다. 올해 송중기는 KBS <태양의 후예>에서, 박보검은 KBS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그랬다. 그러고 보니 2016년 연말 시상식들의 승자는 KBS?

양세형 ‘바리바리 양세바리 에블바리 쉑 더 바리 렛츠고 파리 컴온 파리 제주도엔 다금바리’ 식의 깐족거림, 주눅 들지 않는 기민함. 양세형은 새 멤버에 대한 마니아 시청 층의 잣대가 높은 MBC <무한도전>에서 거의 반 고정 멤버로 자리 잡았다. 연초에는 MBC <라디오 스타>에서 동생 양세찬과 토크 저력을 보여줬고, JTBC <잘 먹겠습니다>와 SBS플러스 <손맛토크쇼 베테랑> 고정 출연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라디오 스타>에서 김구라와 윤종신이 아직도 <무한도전> 고정 멤버가 되지 못해 서운하지 않냐고 계속 약 올리자 ‘도와준다는 의미로 출연하고 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받아치던 모습은 양세형 캐릭터의 한 면을 보여준다. 웃고 싶어도 웃게 만들어주지 못했던 숱한 방송들 속에서 홀로 돋보였던 올해의 예능인.


4. 귓가에 맴도는 올해의 소리

트와이스 “샤샤샤” VS 비와이 “얍얍얍” 10월 말 트와이스 신곡이 나왔지만, 4월에 발표된 ‘Cheer Up’의 여운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그 곡에서 ‘샤샤샤’처럼 들리는 노랫말은 사실 ‘Shy Shy Shy’다. 치어걸 의상을 입은 멤버 사나가 ‘친구를 만나느라 샤샤샤’ 하면서 ‘뿌잉뿌잉’ 하는 동작을 취하는 건 ‘늘 가사와 안무와 패션을 함께 생각한다’는 박진영 식 ’언행일치’일 것. 홍보차 내한한 리암 니슨도, 네이버 V 라이브에 나타난 틸다 스윈턴과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한국 리포터의 요청으로 주먹 쥔 손을 뺨에 대고 흔들며 ‘샤샤샤’를 했다. ‘샤샤샤’가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을 지배할 땐 ‘얍얍얍’으로 다스릴 수 있었다. 비와이의 ‘Forever’에서 스타카토로 굵고 짧게 등장하는 이 추임새는 공식 가사집에도 없는 부분. 그러나 곡 제목을 모르는 사람도 ‘얍얍얍’은 안다. 노래 자체보다 더욱 인장을 박은 올해의 킬링 파트들이다.

영화 <곡성> “뭣이 중헌디” 어린 딸이 점점 이상하게 변하는 걸 감지한 아버지 곽도원이 추궁하자, 딸 김환희가 살기를 띤 눈빛으로 던진 대사. 각종 광고 문구, F/W 키 룩을 짚는 기사부터 성과연봉제의 쟁점을 논하는 기사에까지 줄줄이 인용됐다. “외국인 친구에게 이 대사를 가르쳐주고 싶어요. ‘What Is Important Thing!’ 정도면 괜찮나요?” “이 부분을 팔도 사투리별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요?” 등등의 네이버 지식인 질문도 낳았다. 영화에서 김환희는 이 말 뒤에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라고 덧붙인다. 정말,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들이 세상에 종종 있다.

박상영 “할 수 있다”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이 경기 중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중얼거린 말, 우리는 소리 없이 그의 입 모양만 목격했을 뿐이다. 진부해서 별 힘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 문장은 대역전의 드라마와 맞물리며 ‘매직’이 됐다. 그걸 목격한 우리는 앞으로 희망이라는 걸 가져봐도 되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포기할 법한 순간 그 주문을 떠올리면, 박상영이 해냈듯 누구나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를테면 마감을 코앞에 두고 할 일이 태산 같은 편집부에서 긍정의 환청으로 작용할 수도.


5. 어떤 독재
우리동네 음악대장

복면가왕2 copy
<복면가왕>은 다소 헐렁한 가창 경연 프로그램이다. 노래 실력을 겨루지만 <나는 가수다> 류의 진검승부보다 코믹하고, 목소리 뒤에 숨은 주인공을 추리하는 치열함에서는 <히든 싱어>에 미치지 못한다. 덜 알려진 아이돌 그룹의 리드 보컬, 노래 실력이 좋은 중견 배우, 은퇴한 지 오래된 왕년의 가수를 우스운 별명과 함께 재발견하는 재미가 이 쇼의 본질에 가까웠다. 1월부터 6월까지 연승을 계속한 ‘우리동네 음악대장’은 그래서 약간 이질적인 존재였다. 티삼스의 ‘매일매일 기다려’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처럼 매번 에너지를 100% 쏟아내는 선곡을 했고, 승부에 무척 연연해하며 최선을 다해서 불렀다. 맑은 톤의 음색과 힘차게 내지르는 고음은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서바이벌 쇼의 속성에 부합하면서 폭주기관차처럼 점점 속도와 강도를 더해갔다. ‘백만송이 장미’ 그리고 ‘아주 오래된 연인들’로이어지며 고음도 저음도 강조하지 않는 새로운 정서의 노래를 들려줬을 때 마침내 그가 탈락했다는 점은 아이러니컬하다. 음악은 더 강하고 빠르고 높게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순간,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었으니까.


6. 별이 지다
2016년 데이비드 보위와 프린스, 레너드 코헨을 한 해에 떠나보낸 음악계의 상실은 어느 해보다 컸다. 그들이 남긴 음악, 그리고 말과 행동으로 세상을 바꿔놓았던 흔적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이 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1월 8일 데이비드 보위 “안전하다고 확신하는 순간 당신은 죽은 것이다.”

1월 14일 앨런 릭먼 “배우는 변화의 주체다. 한 편의 영화나 연극, 음악이나 책이 만드는 차이와 같다. 세계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

1월 15일 신영복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기쁨이 이룩해내는 엄청난 역할이 놀랍다.”

2월 19일 움베르토 에코 “책은 생명 보험이며, 불사를 위한 약간의 선금이다.”

3월 31일 자하 하디드 “나는 건축이 단지 주거지나 단순한 울타리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축은 당신을 흥분시키고, 진정시키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4월 21일 프린스 “사람들은 내가 키가 작아서 하이힐을 신는다고 말한다. 내가 힐을 신는 건 여자들이 그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6월 3일 무하마드 알리 “백인 남자가 세계를 파괴하고 있다.”

6월 27일 앨빈 토플러 “변화는 그저 삶에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삶 그 자체다.”

7월 4일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모든 영화는 정치적이다. 사회에 닻을 내린, 인간성을 다룬 어떤 영화라도 정치적이 될 수밖에 없다.”

7월 19일 게리 마셜 “촬영은 즐거운 일이다. 영화를 만드는 건 편집이어서 나는 인생을 온통 편집하며 보냈다.”

11월 10일 레너드 코헨 “완벽한 것은 없다. 어디에든 틈은 있기 마련이며 빛은 그곳으로 들어온다.


7.필요 이상으로 갖지 않는다
미니멀 라이프


‘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뜻으로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는 ‘단샤리’는 일본에서 3 · 11 대지진 이후에 등장한 개념이다. 앞날이 불투명한 재해의 경험을 겪으면서 비싼 물건을 소유하는 데 회의를 느낀 일본인들 사이에 최소한의 물건으로 간소하게 살자는 움직임이 번져나간 것.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려라’라는 주장으로 요약되는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라는 책을 써 스타가 된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영미권에도 저서가 번역되면서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의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힐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다. 한국에서도 <심플하게 산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버리면 버릴수록 행복해졌다> <처음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충분한 물건을 수납하려면 부동산에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소비 경기가 바닥을 치는, 불황 시대의 슬픈 정신 승리로 보이기도 한다.


8. 한국 아이돌 산업에 대한 신랄한 캐리커처
<프로듀스 101>의 의미

Mnet <프로듀스 101>은 제작진이 욕먹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도모한 프로젝트 같았다. 데뷔가 절박한 10명의 어린 연습생들을 계급별로 분류한 뒤 교복 차림으로 ‘나를 선택해달라(Pick Me)’고 노래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니, 이건 오디션 리얼리티 쇼라기보다는 팝 버전의 <배틀 로얄>에 더 가까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프로듀스 101>은 연습생들만의 생존 경쟁이 아니었다. SM, YG, JYP 같은 업계의 빅 3가 사실상 참가를 포기한 상황이었기 때문에(JYP 소속의 전소미는 유일한 예외였다) 군소 연예 기획사들 입장에서는 욕심나는 마이너리그였을 수 있다. 거인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지 않고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존재감을 알릴 기회니까. 물론 제작진 역시 이미 원조 곰탕집 사골 수준으로 우려 먹은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포맷 안에서 새로운 틈새를 찾아내는 숙제가 중요했을 것이다. 결국 <프로듀스 101>의 잔인한 포맷은 이러한 ‘절박함’들이 만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을 붙들 만한 자극적인 아이디어를 짜냈고, 이는 연습생과 소속사에게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아이러니한 건 이 쇼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출연자들이 게임의 상식을 뛰어넘는 순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서로의 처지를 가깝게 이해하는 소녀들은 경쟁심을 날카롭게 세우기보다는 뭉클하게 연대할 때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프로듀스 101>은 제작진의 의도나 계획보다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됐다. 시청자들은 금요일 밤마다 팝 산업에 대한 신랄한 캐리커처를 엿보는 기분이었다. 냉정한 시장의 논리와 순진한 열정이 난폭하게 뒤엉켜 돌아가는 이 쇼비즈니스는 무조건 지지할 수도, 그렇다고 쉽게 냉소할 수도 없는 구경거리다. 그리고 가학적인 동시에 중독적인 길티 플레저다. 음원 차트에서의 성적만을 따지자면 (<프로듀스 101>의 ‘생존자’들로 구성된) 아이오아이보다 올해 활약이 앞섰던 팀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듀스 101>과 아이오아이만큼 지금의 한국 아이돌 산업에 대해 의미심장한 언급을 한 사례는 드물지 않나 싶다.글 | 정준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