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WORLD 양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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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현재 이들의 초상이 한국 문화의 한 장면을 구성한다. 더블유매거진닷컴과 더블유코리아가 함께 만난 서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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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
양혜규를 만난 날은 그가 파리에서 책을 발간하면서 기념 토크를 위해 출국하기 전날이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오래 머무르며 작가 생활을 한 이 작가는 올해도 외국을 오래 떠돌았다. 3월에는 뉴욕, 4월에는 함부르크에서 개인전이 있었고, 6월에는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 전과 포르투갈 세할베스 현대미술관을 지나 파리의 퐁피두 미술관과 라파예트 백화점 전시까지. 스스로 선택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사는 그가 인터뷰 장소로 정한 곳은 96년부터 작가들이 자생적으로 가꾸고 운영해온 대안공간인 구기동의 아트스페이스 풀이었다. 뜰 앞의 청명한 하늘 뒤로 선명하게 북한산이 보였다. “정말 핸섬하지 않아요? 이렇게 잘생긴 산이 있는 도시는 흔치 않아요.”

아티스트로서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
2014년에 처음으로 종로구 연건동에 작업실을 얻었다. 서울에 오면 나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다. 계약에도 서툴고, 재료 수급이나 생산 업체에 대한 정보도 없으니까. 하지만 서울뿐 아니라 대도시는 어디나 다 작가에겐 힘들다. 비주얼 아티스트, 특히 조각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물리적인 공간이 중요한데, 부동산이 너무 올랐고 물가가 높으니까. 다만 서울에서 작업할 때는 사대문 안에 있고 싶은 게 내 욕심이다. 시내에서의 집회 때문에 불편하다고도 하는데 오히려 그런 사회적인 움직임까지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보고 싶다. 한 해의 절반은 떠나 있기 때문에 나고 자란 이 도시에 대한 나의 목마름인 것 같다.

올해는 어떻게 보냈나?
전반부는 전시로 내내 바빴다. 퐁피두 전시와 연계하여 프랑스 출판사에서 블라인드 인스톨레이션 10년을 정리하는 책을 펴냈는데, 제작 과정이 재밌었다. 스스로를 체계적으로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나를 비롯해 90년대 학번인 작가 세대가 한국성이나 전통이라는 주제를 회피해서 고유한 작품 세계를 팔로업하고 가꿔나간 첫 세대인 것 같다.

2017년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2019년에 여태까지 중에 가장 규모가 큰 서베이 전시를 LA MOCA에서 열게 된다. 중진 작가의 작업을 총정리하는 전시라고 할까. 17년과 18년은 프로젝트를 줄이고 이 전시를 준비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작업 외에 다른 관심사는?
일 외에는 별것 없지만, 내가 오래 품고 있던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2018년 봄에 프랑스 작가랑 같이 영화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나는 원래 협업이라는 걸 안 하는 사람인데 외도 비슷하게 하는 저예산 예술영화 작업이다. 요즘 그 덕분에 영화를 열심히 보러 다니고 있다.

피쳐 에디터
황선우
포토그래퍼
MOK JUNG 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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