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브랜드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거리의 브랜드

2016-12-01T11:44:41+00:002016.11.25|FASHION, 트렌드|

스케이트 문화를 향한 패션의 애착.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국내외 스트리트 브랜드들을 소개한다.

STYLED BY MAC HUELSTER; HAIR BY SHIN ARIMA FOR REDKEN AT FRANK REPS; MAKEUP BY EMI KANEKO FOR NARS AT BRYANT; MODELS: JACQUELYN JABLONSKI AT IMG, LUCA BERTEA AT RED MODEL MANAGEMENT, TYLER BLUE GOLDEN AT RE:QUEST MODEL MANAGEMENT,ERIN MOMMSEN AT RE:QUEST MODEL MANAGEMENT

(왼쪽부터) 상의는 Palace Skateboards, Bianca Chandon, Quartersnacks, Dime.

시즌을 거듭할수록 스케이트보드 신을 향한 패션계의 사랑이 커져가고 있다. 작년 가을, 베트멍은 스케이트보드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트래셔의 로고를 패러디한 후디를 선보였다. 이 새로운 시도는 카니예 웨스트와 같은 패셔니스타들을 열광시켰을 뿐 아니라, 기존 트래셔 상품의 수요까지 폭증하는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성복 컬렉션에서도 스케이트보드 이슈는 계속됐다. 뉴욕의 스케이트 레이블인 슈프림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파리 패션위크를 접수한 것. 슈프림은 자신들의 유럽 진출 두 번째 도시로 파리를 선택했고, 프레스들을 마레 지구의 뉴 스토어로 초대했다. 계획은 성공적이었고, 패션위크 마지막 날 열린 오픈 파티에는 킴 존스, 릭 오웬스, 그리고 클로에 세비니와 같은 하이패션계의 인물들이 모여 슈프림의 22주년과 새로운 스토어 오픈을 축하했다.

최근 들어서는 신생 인디 레이블도 패션 에디터들과 스케이터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베테랑 스케이터 레브 탄주가 설립한 런던 기반의 팔라스 스케이트보드는 베르사체와 샤넬의 로고를 인용한 티셔츠를 출시하며 이름을 알렸다. 슈프림 매장 한쪽에서 소규모로 판매되던 팔라스의 옷은 하이패션 브랜드가 즐비한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가장 힙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이후 아디다스, 리복과의 성공적인 협업이 시그너처 디자인으로 자리 잡으면서 트렌드의 중심에 서게 된다. 웜업 팬츠나 트랙 톱으로 대변되는 팔라스의 유스 룩은 이제 가장 쿨한 룩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캐나다에서는 자유분방한 스케이트 크루 다임이 새터 데이 모닝 카툰(어린이용 주말 만화)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스웨터, 재킷, 그리고 액세서리 등을 출시했고, 롭 해리스와 프라이스 홈스가 창립한 뉴욕의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올타이머스는 팝 컬처 캐릭터를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옷핀을 맥도날드 캐릭터 그리미스의 형태로 만들거나 스케이트보드 데크에 라이언 고슬링의 이미지를 넣는 것, 스케이터들이 뉴욕시에 존재하는 ‘사회악’을 찾아다니는 영상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디자인적 특징은 유년 시절의 기억을 간직한 채 철들지 않는 키덜트적 성향을 가진 스케이트보더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예라고 볼 수 있다. 스케이터들이 모이는 웹사이트 겸 의류 라인인 쿼터스낵스의 창시자 콘스탄틴 샛첵은 “스케이팅은 참 많은 사람들의 유년 시절에 뚜렷하게 남아 있는 추억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화를 함께한다면 아주 멋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맹민호가 입은 야구점퍼는 피자 스케이트보드 by 하이드앤래이드, 긴소매 티셔츠는 미스치프×페니스콜라다 제품. 이재민이 입은 후드와 팬츠는 디스이즈네버댓 제품. 전준영이 입은 후드와 반소매 티셔츠는 섹스 스케이트보드, 팬츠는 블랙아이패치 by 웍스아웃 제품.

(왼쪽부터) 맹민호가 입은 야구점퍼는 피자 스케이트보드 by 하이드앤래이드, 긴소매 티셔츠는 미스치프×페니스콜라다 제품. 이재민이 입은 후드와 팬츠는 디스이즈네버댓 제품. 전준영이 입은 후드와 반소매 티셔츠는 섹스 스케이트보드, 팬츠는 블랙아이패치 by 웍스아웃 제품.

스케이트보드를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크게 사랑받는 것은 국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문화적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인에게 스케이트보드는 유년 시절의 기억도,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포츠도, 혹은 접하기 쉬운 이동 수단도 아니다. 스케이터들이 론칭한 브랜드들이 있긴 했지만 특별히 주목받진 못했다.

그런데 최근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차용한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누드본즈는 한국적 요소를 스트리트 감성으로 풀어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들의 룩북을 보면 카무플라주로 된 한복을 입고 있는가 하면, 교련복을 연상시키는 레오퍼드 패턴 팬츠를 입고 경주 불국사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탄다. 남대문, 무궁화, 둘리 등 오직 한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스트리트 문화를 다루는 셈이다. 오리지널 스케이트보드 브랜드가 아님에도 리얼 스케이터만을 룩북의 모델로 고집한 점도 인상적이다. 특히 디스이즈네버댓은 국내 브랜드 중 동시대적인 유스 컬처를 가장 잘 풀어내는 곳 중 하나다. 스케이트보드, 태깅, 힙합 등 스트리트 컬처가 트렌드와 어우러진 채 옷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올드스쿨 감성을 기반으로 많은 마니아 층을 거느리고 있는 미스치프는 최근 스케이터 곽경륜이 론칭한 브랜드 페니스콜라다와의 컬래버레이션을 공개했다. 미스치프의 디렉터 서지은과 정지윤은 여성 브랜드임에도 곧 공개될 반스와의 협업 등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고 있다. 로컬 브랜드는 아니지만 스케이트보드 특유의 재치가 느껴지는 마니아적인 신생 브랜드도 편집숍을 통해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연남동에 위치한 굿타임스 배드타임스는 영국을 베이스로 하는 섹스 스케이트보드라는 다소 선정적인 이름의 브랜드를 소개한다. 스케이터이자 아티스트인 루이스 슬레이터의 독창적인 아트 워크를 옷에 담아내는데, ‘Sex’라고 쓰여 있거나 여성의 가슴이 프린트된 것이 대부분으로 브랜드 이름처럼 1차원적이고 발칙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남성적인 브랜드를 주로 소개하는 압구정동 편집숍 하이드앤라이드는 최근 캘리포니아를 베이스로 미국의 스케이터들이 만든 피자 스케이트 보드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피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를 모토로 폴로 베어, 최후의 만찬 등 우리가 쉽게 접하고 기억에 남아 있는 이미지들을 주로 패러디한다.

과거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던, 혹은 그 문화를 동경하던 이들이 브랜드를 내고 나름의 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꽤 긍정적인 현상이다. 전설적인 프로 스케이터들의 존재나 오랜 역사는 없어도 신생 브랜드들이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의 사랑이라는 큰 수확을 거뒀으니까. 끝으로 재미있는 사실 하나, 얼마 전 굽네치킨 광고에 엑소의 백현이 트래셔의 로고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트래셔가 대중들에 알려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됐고,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되었다는 웃픈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