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수지, 오우양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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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이자 배우, 개성 넘치는 소녀.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하는 오우양 나나는, 이제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16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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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수지’, ‘대만의 국민 여동생’, ‘금수저 첼리스트’. 오우양 나나는 이런 별명으로 불린다. 하지만 2000년생, 밀레니엄 베이비인 그녀가 단순히 아이돌같이 예쁜 외모 하나만으로 웨이보에서 8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게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여섯 살에 첼로를 배우기 시작한 그녀는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했을 정도로 재능을 검증받은 엘리트 아티스트다. “제게 첼로는 단순한 악기 이상이에요. 때로 가족이나, 영혼의 반쪽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인생에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죠.” 동시에 그녀는 슈퍼주니어 최시원과 함께 영화 <파풍>에 출연하는 등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이자 패션위크에서 박신혜와 나란히 프런트로에 앉아 있는 모습이 화제가 됐을 정도로 샤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중화권 최고의 패셔니스타다. 누군가는 10대 시절부터 어마어마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그녀가 시 의원인 아버지, 가수인 고모, 배우인 어머니와 언니를 둔 엄청난 ‘로열 블러드’라는 배경에 더 주목할지 모른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만난 그녀는 이미 스스로 현장을 충분히 컨트롤할 줄 아는 영리하고 프로페셔널한 셀레브리티였다. 유복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나는, 발랄하고 자유분방한 틴에이저임은 물론이고 말이다. 스마트폰의 셀피 앱 ‘스노우’를 만지작거리다가도 조명이 켜지면 확 달라진 눈빛으로 포즈를 취하고, 알레르기 때문에 코를 훌쩍이면서도 질문의 한 단어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그녀에게서 굳이 문제를 찾는다면, 예상보다 좀 더 솔직하고, 기대 이상으로 자신감 넘친다는 것 정도였다.

첼리스트이자 배우인 오우양 나나는 클래식 음악의 심오함과 엄격함, 연기의 일상성을 번갈아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어른스러운 열여섯 살이다.

첼리스트이자 배우인 오우양 나나는 클래식 음악의 심오함과 엄격함, 연기의 일상성을 번갈아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어른스러운 열여섯 살이다.

W Korea 지난 주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MF) 2016’의 페스티벌 레이디이자 유일한 클래식 아티스트로 무대에 섰다. 뮤직 페스티벌에서 첼리스트를 만나기란 흔치 않은 일인데.
오우양 나나 내게도 특별한 공연이었다. 실내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야외, 특히 수변 무대에서의 공연은 귀중한 경험이었다. 내 연주를 보러 와준 팬이나 관객에게는 어떻게 다가갔을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즐겁게 보고 들었기를 바란다.

페스티벌을 위한 셋 리스트를 어떻게 구성했나?
아무래도 클래식 음악이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장르는 아니다 보니, 클래식 외에도 관객에게 친숙할 만한 곡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유명하거나 한국 사람들이 잘 알만한 곡, 이를테면 ‘아리랑’이라든가 빅뱅의 ‘If You’처럼.

곡을 시작하고 끝맺을 때마다 함께 무대에 오른 두 파트너들과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어 보이던데.
오래전부터 합주하고 공연해온 사이라 굉장히 호흡이 잘 맞는 팀 멤버들이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티엔 링은 5년 전부터 내 선생님이자 파트너, 친오빠 같으면서도 막역한 친구 사이다. 연주뿐 아니라 편곡할 때도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웨이펑은 팀의 리더나 다름없어서 수다를 떨고 재미있게 놀다가도 연습할 때면 든든하게 우리를 이끌어주곤 한다. 공연에서는 바이올린을 연주했지만, 그 외에도 여러 악기를 다루고 음악적인 지식도 풍부해서 우리에게는 백과사전으로 통한다.

GMF에서 공연한 다음 날에는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한류 콘서트에서 연주했다. 국내 아티스트 딘과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하고.
큰 무대에 서게 되어 영광이다. 비가 오는데도 관객들이 계속 박수를 치는 등 적극적으로 호응해줘서 감사했다. 딘과는 클래식과 팝의 경계를 넘나드는 컬래버레이션이라 기쁘게 연주했다. 앞으로 또 함께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공연을 앞두고 징크스가 있나?
무대의 규모나 관객 수와 상관없이 공연 전에는 늘 긴장한다. 성격이기도 하고, 그런 긴장감을 갖는다는 것이 관객에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공연은 2시간짜리 이벤트가 아니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리허설을 거쳐 무대가 끝날 때까지. 체력을 위해 아침 식사를 꼭 하는 편이지만 너무 긴장해서 잘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첫 앨범 <15>에 수록된 곡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나?
내 인생의 ‘처음’과 관련된 곡들이다. 각각의 곡에 모두 개인적인 스토리가 담겨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내가 좋아했다든지, 맨 처음 대회에 나가 우승한 곡이라든지. 어떤 곡은 소품이라 할 정도로 짧지만 마찬가지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앨범의 일환으로 공개된 ‘One Day’ 뮤직비디오는 클래식 음악으로 뮤직 비디오를 제작했다는 점도, 여러 트랙을 이어 메들리처럼 만들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한 편의 단편영화 같기도 하다.
클래식 음악은 가사, 말하자면 스토리가 없다 보니 대중음악처럼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회사와 상의하면서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된다는 주제 아래 여러 곡을 엮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물론 구체적인 스토리나 분위기는 감독님의 지휘하에 방향을 정했다.

지난 6월에는 직접 노래를 부른 ‘Warm Winter’가 공개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노래를 해볼 생각도 있는 건가?
드라마 <Yes! Mr. Fashion>을 촬영하면서 OST에 참여하게 됐다. 평소 늘 노래를 흥얼거리긴 하지만 정말 그게 다라서, 내가 노래로 싱글을 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또 도전해볼 수는 있겠지만…(웃음).

얼마 전 호주에서 영화를 촬영했다던데, 어떤 작품, 어떤 역할인가?
제목은 <Bleeding Steel>. SF이자 액션 영화인 동시에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나는 호주에서 성장하는, 여섯 살이 채 되지 않아 고아원에 보내진 소녀를 연기한다. 아빠를 찾아 나서면서 점점 성격이 바뀌고 도전에 맞닥뜨리게 되는 역할이다. 호주와 대만에서 촬영을 끝냈고, 곧 베이징 촬영에 들어간다.

자신과 완전히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 캐릭터 아닌가?
성장 배경이나 과정 자체는 나와 매우 다르다. 하지만 이 캐릭터가 성장해가면서 점차 여러 가지 인격이 형성되는데, 감독님이 내가 지닌 다양한 성격과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날 선택하신 듯하다.

대중음악 가수가 아닌 클래식 아티스트가 연기를 병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클래식은 진지하고 깊이 있는 장르다. 반면 연기는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이나 일상적인 소재를 많이 다루다 보니 첼로를 연주할 때 느껴본 적 없는 것을 연기하면서 겪게 된다. 첼로의 심오함과 무게감을 연기에 반영하기도 하고.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가족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활발하고 긍정적인, 카메라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딱히 엄청나게 음악을 들었다든가 가족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눈여겨봤다든가 하는 기억은 별로 없다. DNA적으로 예술과 관련된 피를 물려받았을지는 모르겠다.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또래의 다른 친구처럼 평범한 학생으로 지내는 삶을 상상해본 적도 있나?
그랬다면 아마 지금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지 않았을까? 모든 가정에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존중하고 기꺼이 응원해주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서 무엇보다도 우리 부모님에게 가장 감사하는 부분은, 우리 자매들에게 항상 ‘너희가 원하는 것을 하라’고 강조하신다는 점이다.

부모님을 비롯해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왔다. 며칠간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나?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인 친구들과도 만났다. 쇼핑도 했고.

쇼핑 리스트에 한국의 패션 브랜드도 포함되어 있었나?
SJYP, 로우클래식 등을 좋아한다. 인터넷으로 오아이오아이 제품을 구입한 적도 있다. 한국에는 트렌디하면서도 내 나잇대에 잘 어울릴만 한 아이템이 많다. 유명한 기성 브랜드는 10대보다 성인이 주요 타깃이니까. 활동하면서 다양한 옷을 입어보지만 평소에는 편안하고 중성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 촬영 현장에서도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고 당당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면서도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유연하다.
그런 면도 있고 완전히 다른 면도 있다. 명랑하다가도 조용해지는 순간도 있고. 현장은 활동하면서 익숙해진 거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어릴 적에는 당연히 서투르고 어색해했다. 하지만 화보나 프로필 촬영을 여러 번 하면서 포즈를 취하는 법, 신체를 사용해 나를 표현하는 법을 점차 배우게 됐다. 가끔씩은 촬영 결과물을 보면서 ‘아,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 깨닫기도 한다. 오늘, 조금 전에도 그랬듯이. 지금 이 순간도 나는 계속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계속 조금씩 나에 대해 알아가지 않을까?

포토그래퍼
PARK JONG WON
강경민 (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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