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숲이 아름다운 선운사가 있는 곳, 그다음에는 <삼시세끼> 촬영지로만 알았다. 전북 고창이 나에게 또렷한 색깔과 존재감으로 인지된 건 마켓 레이지헤븐(이하 마레헤) 덕분이다. 마레헤는 이 지역의 질 좋은 제철 농산물을 큐레이션하여 도시에 소개하는 새로운 형식의 판매 모델이다. 질 좋은 쌀과 수수, 복분자와 아스파라거스, 자색땅콩을 먹어보고서 고창의 풍요로움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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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자 다양한 친환경 방식으로 작물을 길러내는 청정 농지라는 사실도. 로컬푸드를 알리고 지역 사회를 매력적으로 브랜딩하는 마레헤의 방식은 꽤나 통이 크고 멋지다. 고창의 근사한 자연 속에서 이 지역의 식자재를 활용한 음식을 차려 소셜 다이닝을 여는 것이다. 지난5 월에는 학원농장, 6월에는 600년 전 축조된 무장읍성에서 100명 이상이 함께 식사하는 야외 파티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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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퍼져나간 그 이미지는 <킨포크> 같은 라이프스타일이 한국에서 가능하냐며 냉소를 보이던 서울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일 만큼 충분히 근사했다. 그리고 얼마 전 10월 2일에는 서해안 바람공원에서 해변 재즈 콘서트, 라이브 디제잉과 함께 고창의 농수산물을 이용해 이탤리언 음식을 차려내는 ‘셰프의 식탁’ 행사가 열렸다. 이태원 피자 무쪼, 포카사의 헤드 셰프 크리스티안 가렐레로가 음식을 지휘했다. 마레헤는 한남동의 쇼룸에서도 고창의 농산물을 소개하며 10월 말부터는 제일모직과의 협업으로 ‘100% 로컬 그래놀라 패키지’를 비이커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한다. 무엇을 먹는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 무엇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의 한 갈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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