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한나의 주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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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매거진 9월호를 장식한 리한나. 그녀의 등장과 함께 주목받은 건 다름 아닌 크리스 하바나가디자인한 얼굴과 손톱, 함께 등장한 남자 모델의 실버 마우스피스였다. 리한나가 팬이라 자처한 42세의 마닐라 출신 주얼리 디자이너인 이 남자는 지금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W Korea> 주얼리 디자인을 시작한 때와 그 계기는? 언제 독자적인 라인을 론칭했는지?
크리스 하바나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디자인 작업을 쉬지 않았다. 스스로 깨우치면서 터득하다 보니, 어느새 주얼리 라인을 론칭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클럽 키드였던 스무 살 무렵, 목 보호대 같은 실험적인 액세서리를 만들어 갤러리에 진열하기도 했다. 뉴욕으로 온 건 2000년, 포부가 점점 커져서 재활용 소재의 주얼리 액세서리를 오차드 스트리트의 세븐 뉴욕(Seven New York) 매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리한나와 연결된 것이 아닐까. 그녀는 브랜드의 스털링 실버 컬렉션 중에서 ‘싱글 펄 셉텀 커프(Single Peral Septum Cuff)’를 원했다. 파울로 로베르시가 촬영한 i-D 매거진 화보에선 내가 디자인한 액세서리를 착용했고, 2015년 뮤직비디오에서도 이슈로 떠올랐다.

당신의 미학을 세 단어로 묘사한다면?
미니멀리즘, 정제, 그리고 위험한!

스타일 아이콘이나 영감을 받는 대상은?
월터 반 베이렌동크, 더 워리어스, 볼프강 틸만스, 애니시 커푸어, 이리스 판 헤르펀, 알렉산더 매퀸, 주디 블레임, 레이 페트리, 디아 디어, 그레이스 뉴트럴, 미셸 라미, 미드 <기묘한 이야기, Stranger Things>,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영화 <마터스>, 미구엘 애드로버, <더 울프팩>에 나오는 소년들, 90년대 비요크, 부랑아들, 레이브 컬처, 호러, 잡초.

2017 S/S 시즌, 함께 작업한 디자이너들이 궁금하다.
사실, 한 시즌에 이렇게 많은 디자이너들과 작업하긴 처음이다. CFDA에 노미네이트된 애덤 셀먼과 크로맷과는 최근 몇 년 사이 친구가 되었고, 새로운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이미 협업한 재나 베인을 위한 주얼리도 준비 중이다. 늘 그렇듯이 CFDA 수상자인 집시 스포츠를 위한 액세서리 컬렉션도 여전히 진행 중이고. 리오 우리베와는 2015년 가을부터 주얼리 컬렉션을 해왔는데, 우린 비즈니스 파트너 이전에 친구이기 때문에 그와의 작업은 늘 편안하고 매끄럽다.

가장 최근의 컬렉션은 무엇에서 영감을 얻었나?
최근 컬렉션은 브랜드의 오래된 테마를 계속 발전 진화시키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제된 펑크 감수성에 에티오피아 무르시족의 이미지를 혼합했다. 그 둘 사이에는 놀라운 유사점이 있다. 또 고트와 펑크의 만남은 독특한 문화를 지닌 네팔 키랏족에서 영감을 얻은 것. 때론 펑크 잡지를 참고하거나, MET 뮤지엄의 ‘Manus x Machina’ 전시회나 지미 넬슨의 사진 시리즈 ‘Before They Pass’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당신의 주얼리를 독특하게 만드는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요즘의 주얼리 트렌드를 살펴보면, 유니섹스적이고 쉽고, 소우주적이며 심플한 아이템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러선 좀 더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액세서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훨씬 더 영리해졌기 때문이다. 뭔가 흥미롭고 약간의 ‘생각’이 추가된 주얼리를 만들고 싶었다. 얼핏 보기엔 공격적이고 아름다운 조각 작품 같지만, 일단 걸치면 미니멀하면서도 여전히 강렬한 개성과 미학이 살아 숨 쉬는 것. 브랜드 고객들은 남녀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두드러지고 싶다는 내적 욕망’ 그리고 ‘이 액세서리를 걸쳐 기억에 남는 순간을 창조한다는 것’ 이다. 그게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

요즘 왜 그렇게 셉텀 피어싱이 인기인가?
셉텀 피어싱과 커프의 인기는 사람들이 단순한 링, 이어링, 네크리스, 팔찌를 넘어서는, 몸을 장식하는 또 다른 방식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은 실험 정신이 더욱 강해졌고, 뷰티와 스타일에 관한 한 타인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데 활짝 열린 상태다.

당신도 피어싱을 하고 있는지?
피어싱에 익숙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다. 사람들이 이 얘길 들으면 의아하게 생각하는데, 특히 셉텀과 이어커프를 포함해 브랜드 자체가 피어싱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고객을 위한 것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내 귀나 코가 아닌, 고객이 직접 착용했을 때 ‘와우!’라는 찬사를 보내고 싶어서다. 내 첫 피어싱은 리블렛(입술 장식)이었는데, 아랫입술 정중앙에서 살짝 오른쪽 아래에 뚫었다. 또 타투에 몰두한 적이 있어서, 지금도 가슴과 어깨에 고통스러운 흔적이 남아 있다. 아무튼 타투든지 피어싱이든지 우린 스스로 몸을 장식할 줄도, 컨트롤할 줄도 알아야 한다.

주로 영감을 얻는 소셜 미디어 프로파일을 소개한다면?
@bessnyc4, @michelgaubert, @vanillajellaba, @judyblame, @ryburk, @domsmithphoto, @pizzzzzza, @anymorebrightideas, @walesbonner, @natgeo, @jasonfarrer, @dmtworld 등등.

팝 문화 역사상 가장 인상 깊었던 주얼리는 무엇인가?
확실치는 않지만 그때가 2014년 CFDA 어워드였던 거 같다. 리한나가 애덤 셀먼의 크리스털 장식 시스루 드레스를 입었는데. 그날 밤, 리한나는 걸어 다니는 다이아몬드였다! 게다가 이젠 두 사람 모두와 함께 작업하다니, 정말 기분이 끝내준다.

에디터
김신
Emilia Petrar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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