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딕슨은 부지런히 세상을 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그것에 대해 잊어버린 채 또 앞으로 나아간다.

POLYSTYRENE CHAIR EPS CHAIR, PLANE TABLE LIGHTING CU29 CHAIR 바닥에 닿을 듯이 끌리는  긴 소매와 드라마틱하게 긴 밑단이 특징인 벨벳 소재 드레스는 Y/Project by 10 Corso Como 제품.

[POLYSTYRENE CHAIR EPS CHAIR] , [PLANE TABLE LIGHTING CU29 CHAIR]
바닥에 닿을 듯이 끌리는 긴 소매와 드라마틱하게 긴 밑단이 특징인 벨벳 소재 드레스는 Y/Project by 10 Corso Como 제품.

누군가 자신의 성공을 돌아보면서 노력과 행운 가운데 어느 쪽을 강조하는지가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톰 딕슨은 자신의 인생 항로가 행운의 별 아래 놓여 있다고 담백하게 긍정하는 쪽이다. “나는 정식으로 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없어요. 못생긴 물건을 많이 만들었는데 그에 대해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죠. 그런 자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게 나의 행운이에요. 젊은 디자이너들은 그렇게 못생긴 물건을 만들어낼 시간을 누려야 해요.” 글렌 체크 재킷을 입고 영국 억양을 사용하는 이 디자이너는 커다란 눈을 굴리면서 질문을 듣고, 답변이 끝난 다음 한꺼번에 크게 웃었다. ‘장식 미술’이라 불리던 시대가 있을 정도로 화려하게 꾸미는 행위로 인식된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지만 모터사이클을 타고 용접을 즐기던 딕슨에게는 새로운 공업 기술을 활용해 금속을 다루고 플라스틱으로 대량생산하는 식의 호쾌한 접근에 더 가깝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기간 중 트라팔가 광장에서 500개의 플라스틱 의자를 나눠준 퍼포먼스, 금융 위기로 세계 경기가 침체를 겪은 2008년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팔리지 않은 가구들을 마이애미 바다에 던져버린 (그리고 다음 해 그것들을 건져내 해초 냄새가 나는 채로 아트 페어 전시장에 올린) 일화는 반짝이는 조명이 달린 정제된 공간이 말해주지 않는 톰 딕슨의 흥미로운 일면일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메탈 소재의 둥근 미러볼 조명은 사람들의 뇌리에 ‘톰 딕슨적인 무언가’에 대한 편견을 굳게 심어주었다. 자신의 브랜드 가치에 대해 감사하는 한편으로 딕슨은 스스로가 그렇게 정의되는 현상에 불편을 토로한다. 사람은 균질한 상태로 멈춰 있는 존재가 아니고, 자신 역시 일부는 오래 남고, 일부는 변화하고, 어떤 건 조금씩 사라져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10 꼬르소 꼬모에서 11월 20일까지 열리는 전시 <Yesterday, Today, Tomorrow>는 그 불균질한 요소들의 집합으로서 유일하지도 무궁하지도 않을 톰 딕슨을 보여주는 더없이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다. 트럭 타이어를 잘라 만든 못생긴 의자부터, 무지갯빛이 도는 비정형의 새로운 조명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 20 PART ALUMINUM JACK PROTOTYPE ]  특유의 부피감을 살려  독특한 모양새를 만든  패딩 재킷은 Rick Owens 제품.

[ 20 PART ALUMINUM JACK PROTOTYPE ]
특유의 부피감을 살려 독특한 모양새를 만든 패딩 재킷은 Rick Owens 제품.

<W Korea>80년대 중반에 커리어를 시작한 당신이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이나 MoMA에 영구 소장된 S 체어를 디자인한 것이 1991년의 일이다. 커리어가 빠르게 성장하던 그 무렵이 기억 나나? 당시에 당신을 둘러싼 기운은 어땠나?
톰 딕슨 내가 특별했나? 내 생각엔 거북이같이 느렸던 것 같다. S 체어를 만든 건 디자이너 일을 시작한 지 6 년 되었을 때니까 그렇게 빠른 성장은 아니지 않나? 지금과 그때의 다른 점이라면 무명으로 오래 지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판이나 제약에 대한 걱정 없이 뭐든 마음대로 만들어볼 수 있는 기간이 있었다.

시행착오의 시간이 충분했다는 이야기일까?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나만의 아이디어와 스타일을 더 발전시킬 수 있었던 측면도 크다.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은 그런 것들을 쌓아갈 기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나는 정식으로 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없다. 못생긴 물건을 많이 만들었고 그에 대해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런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게 나의 행운이다. 젊은 디자이너들은 그렇게 못생긴 물건을 만들어낼 시간을 누려야 한다. 처음부터 프로가 만든 듯한 느낌으로 매끈하게 잘 만들어야만 한다는 판단 없이 실수할 기회가 필요하다.

당신은 원래 ‘펑카폴리탄’이라는 팀의 베이시스트였다. 어쩌다 음악을 그만뒀나? 밴드 활동을 하며 배운 것이 있나?
모터사이클 사고가 있었다. 운전 중에 예쁜 여자에 눈이 팔려 자동차와 부딪쳤다. 투어를 1주일 앞두고 있던 밴드는 나보다 뛰어난 베이스 플레이어를 찾았고, 내 음악 커리어는 거기서 끝이 났다. 음악을 할 때 악기 자체도 스스로 배웠고 연주를 하면서 나만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쳤다. 그 소리를 가지고 내 노래를 작곡하고, 다른 멤버들과 연주 호흡을 맞추고, 공연장을 섭외하고 포스터를 만들고… 이런 과정을 겪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 하나를 가지고 상업화 해서 전방위적으로 펼쳐볼 수 있는 기회였던 셈이다. 그걸 할 때는 몰랐지만 되돌아보니까 비즈니스를 전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당신은 디자인만 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마케팅이나 판매에 대해서도 관여한다고 알려졌다. 그런 경험이 반영된 걸까?
초기에 아주 작은 사이즈의 스튜디오에서 시작했다. 한쪽에는 제품이 가득 쌓여 있었고, 새로운 걸 만들려면 기존의 것을 내보내 팔아야 했다. 내 물건을 사람들이 구매하고 관심을 보이면, 거기서 자신감을 얻었다. 내가 가치 있는 걸 만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학교에서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을 이론적으로 하진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고 관심을 보이는 제품은 아마 ‘미러볼’ 조명일 듯하다. 당신의 대표작이 되었다.
처음에는 머릿속에 가진 아이디어와 다르게 구현되었다. 조명 자체가 너무 빛나서 지나치게 돋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로 그린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실패한다고 해서 제품으로서 실패한 디자인은 아니다. 디자인 자체가 시도하고 실패하고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대학에서는 이런 점을 충분히 가르쳐주지 않지만. 수 없는 실패 끝에 하나 괜찮은 것을 건지는 과정 자체가 디자인이다.

패션은 전면적으로, 그리고 비교적 쉽게 변화를 줄 수 있지만 공간은 그렇지 못하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패션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그런 면에서 언제나 패션이 부럽다. 시즌마다 새롭게 바꿀 수 있으니까. 물론 패션 디자이너들이 스트레스가 심할 거라는 짐작도 한다. 하지만 내 경우 다른 인테리어 디자이너들보다는 패션 쪽에 가깝게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도 한다. 매번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추가함으로써 시즌이 바뀌는 것처럼 인테리어 디자인 쪽에서도 적용해가고 있으니까. 예를 들어 초 같은 경우도 지속적으로 계절을 반영하고 변화를 주는 아이템이며, 텍스타일, 테이블웨어 같은 부분도 마찬가지다. 인테리어는 패션에 비해서 천천히 바뀌기도 하지만, 또 하나 다행인 점은 우리가 작은 회사라는 것이다. 그런 탓에 새롭게 시도해볼 여지가 무척 넓다. 패션이라면 천을 가지고 재단해서 옷을 만든다는 방식이 정해져 있지만, 테이블 위 조명 하나에 대한 접근법은 무궁무진하다. 얼마든지 다른 것을 해볼 수 있다.

[ FURRY WINGBACK ]  큼직한 검은색 퍼 코트는 87mm 제품.

[ FURRY WINGBACK ]
큼직한 검은색 퍼 코트는 87mm 제품.

사람들이 ‘톰 딕슨적이다’ ‘톰 딕슨스럽지 않다’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의 이름이 어떤 스타일의 대명사가 된 기분은 어떤가?
나의 미학적 기준을 남들이 평가하는 거니까 묘한 기분이 든다. 어떤 때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아닌데 싶을 때도 있다. 나를 뭔가에 고정시켜놓는 말이니까. 이번 전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나는 계속 변화를 추구해왔다. 여러 톰 딕슨이 저 쇼에는 있고, 내가 변화해온 많은 순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곧 새로운 톰 딕슨이 또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곳이 톰 딕슨적이지 않은 공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자신이 찍은 을지로 조명 가게의 모조 제품 사진을 보여주며).

디자이너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관찰하고 반영한다. 요즘 사람들의 생활방식 가운데에서 당신에게 흥미로운 부분은 어떤 것인가?
스마트폰이 가장 강력하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관계의 심리학을 10 년 동안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좋다 나쁘다의 판단을 내리기 이전에 인간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의 뇌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부터 앉아 있는 자세까지. 물론 나도 그 일부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줄어들거나 방해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그 시작 단계일 것이다.

보스로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느슨한 편이다. (옆의 비서를 보며) 안 그런가? 나는 언제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일해왔다.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러기를 바란다. 이 일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다루고 함께하는 일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든, 마지막에 도착하는 고객이든 내 비즈니스는 모든 과정에서 사람을 향해 있다. 나는 전 세계 곳곳에 있는 협력 관계의 공장을 모두 방문한다. 어떤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만드는지 알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도 어떤 사람인지 직접 만나려고 한다. 함께 디자인 작업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 전방위적으로 접점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당신 자신의 공간은 어떤 곳인가?
우선 청소를 잘 안 해서 어지럽다. 그리고 다양한 물건들이 뒤섞여 있다. 초기에는 4~5년 정도 작업실에서 생활하면서 내가 디자인한 물건에 둘러싸여서 살았다. 그때의 영향인지 지금은 개인 공간에 내가 만든 물건을 일부러 안 두려고 한다. 여행 다니면서 접한 물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가지, 증조할머니가 사용하던 19세기 프랑스 가구, 내가 원해서 나만을 위해 주문 제작한 커스텀 가구 같은 것이 섞여 있다. 조명 갓을 만들지만 갓 없이 전구만 달린 조명이 있다. 내 물건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아이러니다.

당신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뭘까?
언제나 바뀐다. 좋은 디자인의 정의 자체가 움직이는 것 같다. 우선 어떤 면에서든 이전보다 나아진다면 그건 좋은 디자인일 것이다. 제조 단가를 낮추거나, 제품의 내구성이 개선되거나, 더 잘 작동하거나 하는 식으로 뭔가 긍정적인 방향의 변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전에 본 적 없이 새롭고 아름다운 뭔가이거나.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다스리나?
나는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의 사람이 아니다. (옆에 앉은 비서를 가리키며)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만한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밀어버린다.

[ MELT PENDANT COPPER ] 메탈릭한 구릿빛 니트 풀오버는  Lanvin by 10 Corso Como 제품.

[ MELT PENDANT COPPER ]
메탈릭한 구릿빛 니트 풀오버는 Lanvin by 10 Corso Como 제품.

한국은 경쟁이 심한 사회고, 많은 사람들이 성취를 위해 압박이 심한 상황을 견딘다.
매우 좋지 않은 아이디어다. 나는 경쟁에서 지는 것보다 뭔가에 싫증이 나는 걸 못 견딘다.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뭔가요?”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뭔가요?” 가장 좋아하는 뭔가를 물어오면 답하기가 힘들다. 지나간 것들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내 관심이 향하는 쪽은 아직 보지 않은 영화, 먹어본 적 없는 음식, 가보지 못한 나라다. 겪은 적 없는새로운 경험을 언제나 기다린다.

그렇다면 직원들도 새 사람을 좋아해서 자주 바꾸는 건 아닌가?
우리 스튜디오 이직률이 좀 높긴 하다(웃음).

당신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것이 뭔가요?” 대신에 지금 관심 있는 것이 뭔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다.
우선 다양한 테이블웨어도 선보이고 있다시피 음식뿐 아니라 레스토랑 산업 전반에 관심이 많다. 이번 전시를 위해 10 꼬르소 꼬모 레스토랑 메뉴 전체를 영국풍으로 바꿔보고자 했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대신 칵테일 메뉴 몇 가지를 특별하게 추가했다. 또한 지금까지는 단단하고 빛나는 금속성 소재로 자주 작업했다면 앞으로의 관심사는 좀 더 부드러운 쪽이다. 앞으로는 톰 딕슨의 부드러운 제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를 돌아다니는 당신이 특별히 흥미롭게 느끼는 지역이 있나?
언제나 안 가본 나라, 새로운 도시가 나를 사로잡는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11월에 가게 되는 이란의 테헤란이다. 최근 숍을 오픈한 LA 역시 흥미롭다. 오랫동안 별 특별할 게 없는 도시였는데 최근 예술가들이 모이고 테크나 건축 관련 기업이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빈 말이 아니라 한국도 멋진 곳이다. 언제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기술과 전자 분야에서 큰 시장이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곳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음식이 맛있는 곳도 중요하다. 한식은 아직 영국에서 중국이나 일본 음식에 비해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전시의 제목은 ‘어제, 오늘, 내일’이다. 당신이 지금 관심을 갖는 어떤 것들이 톰 딕슨의 내일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아마 그렇게 봐도 될 것이다. 사람은 균질한 상태로 멈춰 있는 존재가 아니다. 나의 일부는 오래 남고, 일부는 변화하고, 어떤 건 조금씩 사라져 없어질 것이다.

브렉시트에 사업적 영향을 받고 있나?
2년의 유예 기간이 있고, 아직 본격적으로는 시작이 안 돼서 큰 영향 속에 있지는 않다. 환율의 경우 우리는 주로 수출하는 회사다 보니까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직원들의 절반 정도가 다국적이라서 조금 불안해하는 것 같다.

이번 전시를 볼 관람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특별한 스킬이나 누군가의 지원, 거창한 인프라가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껴줬으면 좋겠다. 자기만의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 물론 한국의 상황은 어떤 제약들이 있겠지만, 학위나 환경이 뛰어나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