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수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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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톱 남자 배우들이 포진한 F/W시즌 개봉 대기 영화들을 미리 엿본다면?

부산 가는 KTX에서 난데없이 좀비에게 시달리고, 독립운동에 몸 바치는 와중에 ‘밀정’을 알아내느라 암투를 벌인 스크린 속의 공유. 하반기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 기대작의 남자 캐릭터들 역시 대부분 발 뻗고 편히 잘 수 없는 처지다. 세상의 어두운 이치를 그린 범죄물과 액션물이 연달아 대기 중인 만큼, 몸이 고생하거나 두뇌 싸움으로 머리가 고생해야 하는 탓이다.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에서는 악덕 정치인 황정민과 그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형사 정우성을 주축으로 악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호되게 협박당하고 피를 보는 정우성에 또 다른 형사 주지훈까지 얽혀 생존 전쟁을 치르는 이 영화의 부제는 ‘The City of Madness’. <더 킹>은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는 아름다운 두 남자의 얼굴에 현대사와 권력과 탐욕을 투영한다. 싸움꾼으로 살다가 심기일전해 검사의 자리에 오르는 조인성, 그의 워너비이자 결국 적으로 맞서게 되는 부패한 검사 정우성은 바람 잘 날 없는 남자들의 정치를 보여줄 예정. 희대의 사기 사건을 소재로 한 <마스터>에서는 뇌가 쉴 새 없다. 문제의 사기 사건을 벌이는 이병헌과 그의 ‘브레인’인 김우빈, 이들을 좇는 지능범죄수사대 팀장은 강동원. <마스터>의 남자들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추격을 벌인다면, <더 프리즌>의 한석규와 김래원은 교도소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범죄와 파워 게임을 펼친다. 해가 저물면 좀 더 몸과 마음 편한 스크린 속 남자들을 볼 수 있을까? 일단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만은 예외다. 내년 개봉 예정인 이 영화에서는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가 수백 명과 함께 필사의 탈출을 감행해야 한다. 당분간 한국 영화 속에서 거친 세상사를 보여줄 사내들, 이래저래 고생이 많다.

에디터
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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