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계절의 패션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 시기에만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소재 때문일 것이다. 지극히 곱고 부드러운 벨벳과 매끈한 광이 도는 페이턴트는 어떻게 이번 시즌 소재의 양대 산맥으로 등극하게 되었나.

곱고 부드러워

단언컨대 이번 시즌이야말로 벨벳이 제대로 빛을 발한 첫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패션 학도 시절을 거쳐 어시스턴트와 에디터로 일하는 동안 이토록 다채로운 벨벳의 얼굴을 본 적은 없다. 가죽과 모피의 범위가 더운 계절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서도 벨벳은 여전히 한겨울에만 살짝 고개를 내밀다 사라지는 아이템이었다. 그것도 팬츠, 혹은 드레스라는 한정된 범위에서. 대중에게는 하하 어머니가 집에서나 입는 ‘융드레스’로 더 익숙한 아이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올겨울 런웨이에 오른 벨벳 디자인을 살펴본다면 그동안 이 소재를 크게 오해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벨벳도 쿨한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음을 선명하게 각인시킨 대표적인 브랜드는 하이더 애커만필립 림, 베트멍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재킷과 팬츠까지 세트 구성된 슈트를 제안했다는 점인데, 체크 셔츠나 크롭트 톱, 페이턴트 부츠와 같은 캐주얼한 아이템을 믹스해 특유의 무겁고 오래된 무드를 중화시켰다. 하이웨이스트 혹은 와이드 팬츠에 로맨틱한 러플 블라우스를 입은 겐조스텔라 매카트니는 스트리트 룩의 훌륭한 표본이 되어줄 듯. 물론, 고급스럽고 몸에 감기는 부드러운 실루엣을 만드는 소재니만큼 드레스도 대거 등장한다. 촘촘한 개더를 잡아 자연스러운 드레이핑을 만든 프린과 리본 장식으로 소녀적 감성을 더한 로샤스, 스티치와 금속 장식으로 귀족적으로 연출한 프라다를 참고할 것. 안중에도 없던 벨벳 아이템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거다.

윤이 돌고 매끄러워

겨울의 필수 아이템으로 거론되는 니트와 트위드를 가지고 있다면 이번엔 페이턴트 가죽이다. 지난 뉴욕에서 열린 라코스테 컬렉션의 첫 번째 룩으로 트랙 팬츠와 함께 등장한 아노락 페이턴트 점퍼는 세련된 에슬레저 룩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반지르르 흐르는 매끈한 윤기와 특유의 광택은 룩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현대적으로 바꿔주는 강력한 소재임이 분명해 보였다. 점차 따뜻해지는 지구의 영향에 반응한 듯, 이번 시즌 페이턴트는 전반적으로 아우터에서 강세를 보인다. 라펠에 모피를 덧댄 프로엔자 스쿨러의 페이턴트 코트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자줏빛 맥시 코트를 선보인 발렌티노, 붉은색 트렌치코트 디자인을 선보인 이자벨 마랑은 이번 시즌 어떤 페이턴트 디자인을 골라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어두컴컴한 겨울철 옷장을 밝혀줄 경쾌한 컬러도 특징. 세드릭 샤를리에 막스마라의 샛노란 코트와 쿠레주의 진한 녹색 크롭트 재킷, 보라색 벨티드 가죽 코트를 선보인 토즈가 그 예. 한 번을 입어도 열 번을 입은 것 같은 존재감이 부담스럽다면 쿠레주와 크리처스 오브 컴포트, 에서처럼 면적이 적은 스커트와 톱을 먼저 시도해봐도 좋다. 그 어떤 디자인을 선택하더라도 함께 매치하는 아이템은 소재의 대비가 분명할수록 멋스럽다는 점을 잊지 말 것. 이를테면 빳빳한 모직이나 매트한 가죽보다는 니트나 모헤어, 색과 무늬를 넣은 트위드 같은 것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