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직하게 강조한 어깨 라인과 과장된 긴소매 디자인, 신진 디자이너의 레이블과 화려하게 빛나는 글리터 메이크업까지. 이번 시즌 꼭 기억해두어야 할 트렌드와 이슈만 모았다.

카메오의 등장
예상치 못한 인물을 런웨이에서 만나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이번 시즌 시선 강탈 인물을 살펴보면, 마크 제이콥스의 레이디 가가, 구찌의 페트라 콜린스, 미우미우의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가 대표적. 후드 바이 에어는 러시아 출신 아티스트인 슬라바 모구틴과 뮤지션 히라키시가 등장했고, 언더커버는 나이 지긋한 시니어 모델을 내보냈다. 히라키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닐 소재를 두른 채 캣워크를 활보해 그야말로 쇼를 장악했다.


극과 극
<걸리버 여행기>의 런웨이 버전일까? 디자이너들은 마치 거인국과 소인국에 온 듯한 기상천외한 장면을 연출했다.


글자로 말해요
디자이너들은 단순 명료하고 강한 텍스트로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을 뛰어넘었다.


컬러 체인지
발맹의 쇼보다 이들의 컬러 체인지가 더 이슈였다는 사실이 루스테잉에게는 어떤 느낌일까. 어쨌거나 쇼에서 켄들 제너와 지지 하디드는 서로의 머리 색깔을 바꿔 수많은 피드를 양산해냈다. 프랑스 패션 하우스의 가발 라인 덕분에 가능했다고.


왼쪽부터 l 푸른색 에나멜 사이하이 부츠는 발렌시아가, 붉은색 가죽 부츠는 베트멍, 검은색 악어가죽 부츠는 알투자라.

왼쪽부터 l 푸른색 에나멜 사이하이 부츠는 발렌시아가, 붉은색 가죽 부츠는 베트멍, 검은색 악어가죽 부츠는 알투자라.

무엇을 신으시겠습니까
납작하고 편안하기만 한 실용적인 디자인을 찾는다면 시대착오적이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요즘의 스톰퍼는 굽이 있고, 주름이 잡히며,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길이가 특징.


어깨 발사
1970년대 활동한 가수 겸 퍼포먼스 아티스트, 클라우스 노미(Klaus Nomi)와 견줄 수 있을 만큼 강조된 어깨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부풀림의 미학
1970년대 중반, 남자친구와 캠핑을 간 디자이너, 노마 카말리는 침낭을 활용한 코트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 사진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중. 편안하면서도 다소 아방가르드한 이 부푼 옷은 끝내주게 실용적이었고, 곧 클래식의 반열에 올랐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디자이너들로부터 뜨거운 환대를 받고 있다.


주목!
<더블유>가 주목한 신진 레이블 다섯 개.

떡잎, 베야스(Vejas)
올해 LVMH 프라이즈 최종 선발 후보자 명단에 오른 베야스는 이제 겨우 열아 홉 살인 캐나다 출신 디자이너, 베야스 크루스제우스키(Vejas Kruszewski)가 2014년 론칭한 브랜드. 토론토를 기반으로 하는 그의 소규모 팀은 지난 3월 파 리에서 비공식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이번 시즌 컬렉션의 특징은 울 펠트, 산 양모, 알파카와 같은 도톰한 소재와 나일론과 가죽 등 비교적 가벼운 소재를 섞 었다는 점. 특히 가죽의 경우 보라색을 썼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크루스제우스 키는 그것이 멍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성 관념을 무너뜨리는 옷을 만든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교적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여성 의 곡선에 더 잘 어울리는 룩이 있어요. 하지만 제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죠.”

경계는 없다, 카를로 볼피 니트웨어(Carlo Volpi Knitwear)
런던을 베이스로 하는 38세의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 카를로 볼피는 남성 모 델에게 옷을 입히지만, 그가 디자인하는 복잡한 질감과 발랄한 색상의 스웨터 는 꽤 여성 친화적이다. “전 언제나 성별의 무관함을 강조합니다. 전 제 작품이 유니섹스라고 생각해요.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조롱하는 게 꽤 재미있어요.” 이 탈리아산 실과 편물 기계를 이용해 스웨터를 만드는 그는 이번 시즌 튜닉, 프린 트 스웨트셔츠, 새틴 블루종, 조깅 팬츠에 카툰을 결합해 더욱 재기발랄한 이미 지를 만들어냈다. “니트의 자유로움과 마법 같은 힘이 좋아요. 실 한 올 한 올에 서 옷이 만들어진다는 건 여전히 저를 놀라게 해요. 이상한 집착이에요. 거의 페 티시죠.”

목적지를 향해, 아틀랭(Atlein)
지난 10년간 지방시, 발렌시아가, 루이 비통을 거쳐 내공을 충실히 다져온 앙토 냉 트롱(Antonin Tron). “저에게도, 그리고 제가 그려온 것에도 딱 맞는 순간이 어야 했죠.” 우연히 팔다 남은 저지와 가족이 운영하는 공장을 이어받으면서 아 틀랭이 탄생했다고 한다. 트롱에 따르면 브랜드 이름의 뜻은 ‘추상적인 목적지’ 를 의미한다. “광활한 대서양은 제게 정말 중요한 곳이죠.” 이렇게 덧붙인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프랑스 남서부 해안으로 서핑하러 간다. 스포츠에 대한 그의 애정은 천을 복잡하게 덧댄 드레스와 유동적인 세퍼릿으로 구성된 그의 데 뷔 컬렉션에도 반영되었다. “움직이기 편하고 자유로운지가 중요해요. 누 군가가 제 옷을 입고 움직이고, 또 살아갈 거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노 력합니다.”

의식 있는 행위, 애프터홈워크파리(Afterhomework(Paris))
브랜드 이름에서 눈치챘듯, 애프터홈워크파리가 만들어진 계기는 방과후 과외 활동이었다. 2년 전 당시 15세에 불과했던 디자이너 피에르 가츠마렉(Pierre Kazcmarek)은 친구들을 위해 티셔츠를 디자인하기 시작했고, 작년 가을에는 프랑스 화가인 피에르 술라주에게서 영감을 받아 검은색만을 사용한 컬렉션을 론칭했다. 모델에 따라 직접 자신만의 패턴이나 드레이프를 만들어내는 그는 스타일리스트 엘레나 모토라와 도움을 주고받는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컬 렉션은 작년 11월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한 추모의 뜻을 담아 완성했 다. 당시 타깃이 된 카페 중 한 곳은 그의 아파트에서 겨우 한 블록 떨어 진 곳으로 깊은 애도를 담아 컬렉션 의상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코리아 파워, 록(Rokh)
지난해 S/S에 파리에서 데뷔한 32세 한국 디자이너 황록.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굉장히 적었어요. 마틴 마르지엘라나 라프 시몬스의 최신 컬렉션을 보려고 찾 고 또 찾았던 기억이 나요.” 영국의 전설적인 패션 디자인 교수 루이즈 윌슨을 인터뷰한 어느 잡지 기사는 그가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공부하는 계기가 되 었다고 말한다. 그곳을 졸업한 뒤 그는 셀린에서 피비 파일로와 함께 일하며 경 험을 쌓았다. “피비에게서 테일러링에 대해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완벽하게 재 단된 의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요.” 그의 새 라인인 ‘록’은 그의 아 내인 26세의 스텔라 임이 함께 디자인을 맡았고, 이번 가을 컬렉션 데뷔를 앞두고 있다. “록이 보여주는 여성상엔 어떤 애티튜드가 있죠.” 그가 자신 의 ‘비틀어진’ 트렌치코트, 본디지 스타일의 스트랩이 달린 새틴 슬립 드 레스와 살짝 야만적인 퍼 코트에 대해 말했다. “그건 자연스러움과 날것 의 느낌이에요.”


내 손은 어디에
손을 덮는 긴소매가 아니라 이번 시즌엔 접두사‘Extra’를 붙여줘야겠다. 과도할 정도로 긴 소매는 하나의 트렌드로 거의 모든 런웨이에 등장했다. 식사나 문자 같은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랴. 헐렁하고 나태한 룩은 시크함의 절정을 보여 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