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버려지는 카오스 같은 패스트 패션 시대에 한 가족이 3대에 걸쳐, 무려 100여 년이 넘도록 고유의 역사를 지켜왔다는 건, 그 자체로도 박수 받을 일이다. 밀라노에서 서울로 건너와 그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밀라노 폰타나 1915의 얘기다. 오픈 행사 자리에서 만난 유쾌한 미켈레 마사(Michele Massa) 회장은 이 모든 게 운명이라 말한다.

대표 고해상

한국에 전 세계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게 된 계기는?
운명과도 같았다. 한국 오픈을 고심하던 시기에 신세계인터내셔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대략 17년 만의 방문인데 패션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전체가 급속도로 발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여성들은 럭셔리에 있어서 질적인 요소에 대단히 민감한 것 같다. 진정성이 담긴 제품을 알아채는 눈썰미가 있다고나 할까. 오픈 이벤트로 서울에서만 판매하는 가방도 있고, 개별 맞춤도 가능하다. 폰타나 밀라노 1915는 유서 깊은 고유성을 지닌 헤리티지 브랜드다. 브랜드를 급속도로 확장하기보다는 선별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한다. 다음 행선지는 도쿄다. 도쿄엔 바니스 백화점을 비롯해 이미 다섯 곳에 입점해 있지만,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패스트 패션 시대 속에서 전통의 헤리티지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건 어떤 걸까?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을 어떻게 업데이트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퀄리티는 물론 대대로 내려온 가문의 신념에 현대적 흐름을 접목해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우리는 패션 시스템에 따르지 않고, 트렌드를 흡수하면서 우리만의 개성을 표현한다. 그래서 타임리스 제품이 중요하다. 1백 년 넘게 지켜온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단 한 시즌 만에 불태워버리는 일은 절대 없다.

가족 경영 패션 브랜드를 이끌고, 그 안에 산다는 건?
쉽지 않다. 옆에 있는 우리 조카(카를로 마사, 경영 수업 때문인지 그도 이번 이벤트에 동행했다)도 마찬가지일 테고.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네가 스스로 100% 확신이 없다면 이 일에 뛰어들지 않는 게 좋겠다.” 그러곤 내게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도전하라 조언해주셨다. 공방의 여러 일을 배우면서 폰타나 밀라노 1915를 이끄는 나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었던 게 지금까지의 원동력이다. 조카 카를로도 마찬가지다. 원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인생을 살게 될 거고, 브랜드를 위해서도 옳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폰타나 밀라노 1915를 대표하는 키워드 세 가지를 꼽는다면?
스타일, 유니크, 타임리스. ‘유니크’하다는 건 오랜 세월 동안 견고하게 다져진 역사적 배경과 노하우를 의미한다.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윈도 프로젝트’다. 스토어의 쇼윈도를 하나의 예술적 공간으로 승화시킨다는 게 매우 흥미롭다.
여동생 실비아가 폰타노 밀라노 1915의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팀을 이끌고 있는데, 그녀의 팀인 스튜디오 마사(Studio Massa)가 윈도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새로운 제품이나 컬러, 기술적인 요소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가방을 통해서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예술적 테마와 연결해 보여주는 게 핵심이다. 단순하게 제품을 상업적으로 디스플레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설치미술 작품처럼 응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아프리카, 고릴라, 런던과 뉴욕, 줄무늬 테마 등으로 윈도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예술은 우리 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예술적인 관점은 장인 정신과도 맞닿아 있으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는 공통분모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비아는 윈도 프로젝트뿐 아니라 스토어 내부 디자인도 담당한다. 이번 서울 스토어 역시 실비아 팀이 완성했는데, 밀라노 스토어의 인테리어에 한국적인 요소를 살짝 녹였다. 포르나세티 서랍장과 톰 딕슨 의자, 야코포 포지니 샹들리에는 이번 오픈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다.

분홍, 노랑, 보라 등 생기가 넘치는 가방의 색깔이 매우 인상적이다.
색의 변주는 헤리티지 스타일을 재해석하는 가장 큰 도구라 할 수 있다. 그 외에 소재, 새로운 기술의 접목, 사이즈 변화 등으로 우리의 아이코닉한 가방(A백, 툼툼, 미모사, 비지 데이 등)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한다. 실제로 밀라노엔 A백만 서른 가지 정도 갖고 있다거나, 툼툼을 종류별로 갖고 있는 고객이 있는데, 부티크에 올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 가방을 보고 ‘오, 이거 가방 새 거네!’ 하며 또 구입한다. 단지 물건을 팔아서 좋은 게 아니라 폰타나 밀라노 1915의 매력에 빠져버린 그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다.

밀라노의 스토어에 가면 장인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고 들었다.
1915년 피렌체에서 시작했을 때부터 30여 명의 장인이 일하는 작업 공간과 스토어가 함께했다. 30년 후 다 함께 밀라노로 자리를 옮겼고, 지금도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에는 열린 작업실이자 실험실이 있어서 장인들이 작업하는 광경을 직접 볼 수 있다. 폰타나 밀라노 1915 가방은 오직 우리 공방에서만 제작된다. 개인 맞춤 서비스를 원할 때도 고객이 바로 장인들과 만나 상담을 진행할 수 있어 좋다.

폰타나 밀라노 1915 가방을 사랑하는 셀레브리티는?
캐머런 디아즈, 제시카 차스테인, 알레산드로 암브로지우, 바 라파엘리, 미샤 버튼 그리고 소피아 베르가라 등이 있다. 소피아는 직접 우리 스토어에 찾아와 가방을 보기도 했다.

밀라노 스토어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고객이 많이 찾는 편인가?
그렇진 않다. 우리는 현지 고객들에게 집중한다. 그들이야말로 브랜드 사업의 가장 기본이 되기 때문이고, 성공의 길을 열어주는 주역이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늘 오픈한 폰타나 밀라노 1915 서울점에 한국 고객들이 찾아줬으면 한다.

올해 준비하고 있는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월페이퍼> 매거진과의 협업을 공개한다. 우리가 <월페이퍼>를 위해 만든 ‘A백’ 중간 사이즈 가방을 소개할 거다. 오는 2017 S/S 밀라노 패션위크 때는 작은 파티도 열고, 기존의 가방 라인을 아주 진귀한 악어가죽 버전으로 선보일 계획도 추진 중이다. 극소량으로, 특별 주문을 받아 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