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 타고 나빌레라

공서연

전 세계 각 분야의 아티스트 20명과 함께한 구찌의 #‘ 24HourAce’ 프로젝트. 테니스 슈즈인 에이스(Ace)를 주제로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스토리를 담은 영상 작품을 구찌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유일한 한국인으로 참여한 롱보더 고효주. 가녀린 몸으로 춤을 추며 롱보드를 타는 그녀의 모습은 작고 고운 나비의 움직임 같다. 팔로어가 323K에 달하는 소셜미디어 스타이자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반한 그녀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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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 타이 셔츠와 자수 장식 데님 스커트, 양말, 자수 장식 스니커즈는 모두 구찌 제품.

더블유 독자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롱보드를 타는 고효주다. 한국 나이로 29세, 반포 한강공원에서 타는 ‘반스(반포 스팟)’라는 크루 소속이고, 독일 브랜드 바슬 보드(Bastl Boards)의 팀 라이더로 활동하고 있다. 롱보드 탄 지는 2년 반 정도 됐다. 원래 네이버 라인이라는 회사에서 UI 디자인을 했고, 얼마 전 휴직을 한 상태다.

구찌와 협업한 영상으로 화제다. 이 협업은 어떤 것이었고 어떻게 이뤄진 건가?
올해 4월쯤 밀라노에서 직접 연락이 왔다. 에이스라는 슈즈를 주제로 각 분야의 여러 사람들을 모아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었다. 특이한 점은 영상을 전문가에게 맡기지 말고 스스로 찍거나 친구에게 부탁하라는 전제 조건이 붙었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전부 내가 해야 했다. 그것 말고는 어떤 디렉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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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스케이트 스폿에서 보딩 중인 고효주.

구찌는 지금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식의 협업 제안이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을 것 같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구찌가 굉장히 새로워졌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전통의 럭셔리 브랜드가 이렇게 갑자기 급진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처음 연락이 왔을 땐 마냥 신기했는데, 구찌와 작업하는 동안에도 다른 하이패션 브랜드에서 연락이 오곤 했다. 그때, ‘내가 롱보드로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고, 많은 사람들이 날 봐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기분이었다. 처음 롱보드로 내가 알려지고 여러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 스스로 수명을 짧게 봤다. 길어야 2년? 브랜드와의 촬영이나 미팅 등으로 외국에 나가면서 느낀 건, 내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이런 재미있는 작업을 오랫동안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영상에서 신은 에이스 슈즈가 롱보드와 무척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불편했다. 가격이 보드를 타기엔 고가지 않나. 흠집이라도 나면 아까워서 어떡하나 싶었다. 그런데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이 신발이 보드화로서의 조건은 다 갖추고 있었다. 바닥이 평평해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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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고효주와 롱보드.

영상을 보면 롱보드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한 마리 나비 같다.
그게 댄싱이라는 장르다. 내가 처음 보드를 타게 된 것도 안나 마리아라는 여성 라이더의 댄싱 영상을 보고 나서였다. 그 영상을 처음 볼 당시엔 운동이라면 질색이었는데, 이건 운동처럼 보이지가 않더라. 춤을 추듯 즐기는 모습이 굉장히 자유로워 보였다. 그 당시 내가 자유를 갈망하고 있었나 보다.

그런 움직임을 보여줄 때 의상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평소 어떤 의상을 즐겨 입나?
상의는 살짝 박시하게 입었을 때 바람에 날리면서 예쁜 것 같다. 반면, 하의는 꼭 맞는 것이 좋다. 치마나 통이 넓은 바지는 시야를 가려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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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롱보드 여행 중 프라이택 타워 앞에서.

고효주는 패션계에서도 뜨거운 이름이 됐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당분간은 중국에 자주 갈 것 같다. 그쪽에서 몇 가지 일이 들어와서 진행할 예정이고, 친구와 함께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 곧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계속 롱보드 열심히 타고 열심히 여행 다니면서 살 거다. 그러다 보면 또 재미있는 일이 생기겠지?

에디터
정환욱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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