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단백질 섭취를 위한 채식주의자용 식품이 아니라 맛과 모양, 질감, 향미까지 완벽한 가짜 고기. 고기인 듯 고기 아닌 고기가 실험실을 벗어나 식탁 위에 오르고 있다.

cooking steak with electricity

1930년대,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 말했다. “50년 후엔 닭가슴살을 먹기 위해 닭을 키우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원하는 부위만 골라서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말한 시점보다는 좀 늦었지만, ‘페이크 미트’가 레스토랑으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는 뉴욕 모모푸쿠 니시 레스토랑의 한인 셰프와 합작해 가짜 고기로 만든 버거 메뉴를 내놓았다. 이 가짜 고기는 여태껏 채식주의자를 위해선보이던 고기와 차원이 다르다. 과학자이기도 한 임파서블 푸드의 창업자 밝힌 바에 따르면, 고기 맛의 핵심은 핏기를 띠게 하는 물질로 헤모글로빈에 들어 있는 붉은 색소 분자다. 진짜 같은 가짜 고기 재현이 가능한 이유는 콩과 식물 뿌리에도 유사한 성분이 존재하기 때문. 고기에서 왜 고기 맛이나는지, 고기 씹는 맛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는지, 고기를 구울 때 나는 지글지글 소리의 원리가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수년 동안 실험한 끝에 콩과 식물에서 추출한 복제 물질로 만든 가짜 고기라니, 과연 고기란 무엇인가 철학적 난제를 만난 기분이다.

비욘드 미트라는 회사는 이전부터 홀푸드 마켓을 통해 샐러드 첨가용 가짜 고기와 패티를 선보였다. 역시 콩, 단백질, 효모, 첨가물 등으로 만든 것이다. 이 회사의 제품을 맛보고 투자를 결정한 빌 게이츠가 언젠가 자기 블로그에 올린 소감으로 이 가짜 고기의 진정성을 유추해보자. “난 잘 속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 입 베어 먹었더니 진짜 치킨의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치킨은 전혀 들어 있지 않고, 전부 식물로 만들어졌다는사실을 알았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훌륭한 고기 대용품, 그 이상이다. 그것은 미래 식품의 맛이었다.” 우리가 내 지갑 열지 않는 회식 자리에서 한우 꽃등심을 노릴 동안, 빌 게이츠와 세계의 투자자들은 식량난에 대비한 미래 식품의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었다. 진짜 고기를 놔두고 가짜 고기에 대한 화두가 진지하고 꾸준히 대두한 이유다. 대한민국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가짜 고기 같은 이른바 푸드 테크 산업을 육성하기로 정했다. 가짜 고기가 보편화되는 그날이 오면 “아직도 고기를 먹니?”라고 묻는 채식주의자들의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육식주의자들은 여전히 고기 맛을 즐기는 세계 평화가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