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 록 밴드 ‘메탈리카’와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음악과 패션을 결합한 ‘공연 상품’으로 돈을 벌고, 세상과 소통하고, 새로운 팝 문화의 역사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지 시즌3 프레젠테이션 당시의 카니예 웨스트.

이지 시즌3
프레젠테이션 당시의
카니예 웨스트.

70, 80년대는 메탈 콘서트 티셔츠의 호황기였다. 당시 핑크플로이드, 롤링스톤스, AC/DC 등 수많은 메탈 록 밴드들이 공연장을 방문한 팬들에게 티셔츠를 팔면서 돈을 벌었는데, 단순히 돈벌이 수단에 그친 것은 아니었다. 1983년 BBC 라디오는 밴드 프랭키 고즈 투 할리우드가 발표한 노래 ‘Relax(휴식을 취하다란 뜻 외에도 섹스하다란 은유로 쓰인다)’의 가사 이면의 성적인 부분 때문에 방송 금지를 선언했다. 이에 이의를 제기한 넘버원 레코드의 폴 몰리가 ‘Frankie Say Relax(프랭키는 쉬자고 말한 거야)’란 문구로 제작한 티셔츠가 팬들에 의해 도처에 깔렸고, 영국 차트 5주간 1위란 결과로 이어졌다. 이처럼 과거 팝 문화의 향 수를 기억하게 하는 티셔츠는 열성 팬들의 수집 대상인데, 최근 할리우 드 스타들의 공연, 음반 관련 상품의 패러디로 새롭게 부활했다.

논란을 일으킨 저스틴 비버의 투어 의상.

논란을 일으킨 저스틴 비버의 투어 의상.

6월에 발매한 로데오 상품의 가장 최신 컬렉션.

6월에 발매한 로데오 상품의 가장 최신 컬렉션.

2013년 자신을 신격화한 ‘이저스’ 월드 투어와 더불어 메탈리카의 로고를 ‘Yeezus’로 패러디한 티셔츠로 큰 수익을 거둔 카니예 웨스트는 이듬해 제 이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 론칭 이벤트에서 ‘Donda’란 검은색 고딕 레터링이 쓰여진 스웨트셔츠를 입고 등장한다. 당시 아무도 티셔츠 의 디자이너에 대해 묻지 않았지만, 온라인상에서 LA 출신 아티스트 칼리 도른힐 드윗(Cali Thornhill DeWitt)이 디자인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 돌았다. 이는 블록버스터 이벤트의 예고편과 같았다. 올 초 뉴욕 매디슨 스퀘어에서 열린 거대한 규모의 이지 시즌3 프레젠테이션과 신보 <The Life of Pablo> 발표는 마치 패션계에 핵폭탄을 투하한 것과도 같은 효과를 일으켰고, 한 달 후 소호에 나타난 3일간의 팝업 스토어에선 문구가 ‘Donda’에서 ‘I Feel Like Pablo’로 바뀐 것과 같은 스웨트셔츠, 항공점퍼, 디스트로이드 청재킷으로 구성된 작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대성황을 이뤘음은 물론, 카니예는 트위터를 통해 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음을 떠벌렸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칼리가 그의 삼촌과 이웃이 파블로 로고의 항공점퍼를 입고 있는 사진을 개인 텀블러에 올리며 암묵적 인정을 표한 것이 얼마 전이다.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죠. 하지만 모두 사양했어요. 전 사람들이 다가오는 데 친숙하지 않거든요.” 올해로 43세가 된 그는 지방 공연 매니저부터 시작해 틴에이지 티어드랍이라는 레코드 레이블을 설립한 LA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그의 텍스트와 폭발적 이미지를 혼합한 일련의 작업은 ‘Donda(카니예의 어머니)’ 헌정 티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는데, 80년대 남부 캘리포니아의 치카노(멕시칸 미 국 이민자) 사회에서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헌정하는 추모글 특유의 서체 에서 비롯됐다. 2014년 그는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 샤론 테이트 같 은 유명 인사의 죽음에 바치는 헌정사가 프린트된 스웨트셔츠 24점을 매 단 아트 쇼 <Twenty Four Hour Fantasy Reality>를 열었고, 같은 해 카니 예의 패션 어드바이저 버질 아블로에게 오프화이트와의 협업을 제안하는 전화를 받았다. 그 후의 일어난 일은 모두가 아는 바다.

지난 3월, 파블로 팝업 스토어 앞은 두 블럭을 가득 메운 팬들로 진풍경이 연출됐다.

지난 3월, 파블로 팝업 스토어 앞은 두 블럭을 가득 메운 팬들로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저스 상품을 입은 켄달 제너가 포착됐다.

이저스 상품을 입은 켄달 제너가 포착됐다.

피팅 중인 셀레나 고메즈의 리바이벌 상품.

피팅 중인 셀레나 고메즈의 리바이벌 상품.

북미권의 팝스타이자 악동인 저스틴 비버에게도 칼리와 비슷한 협력자가 있다. 지난 3월 ‘퍼포즈(Purpose)’ 투어 중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Bigger Than Satan Bieber(비버는 사탄보다 위대하다)’란 티셔츠 코스튬 의상. 이를 코스튬한 이는 바로 하이엔드 스트리트 브랜드 피어 오브 갓을 이끄는 제리 로렌조였다. “저스틴의 스타일리스트 카를라 웰치에게 전화가 왔어요. 2년 전부터 제 의상을 사 모았다고. 협업을 제안하더군요.” 저스틴의 최근 관심사는 스케이터라고 했다. 90년대 시대 정신에 일가견이 있는 제리는 스케이트처럼 하위 문화에 속한 다크 그런지, 메탈 바이브를 접목했고, 마릴린 맨슨의 유명한 어록 ‘난 사탄보다 위대하다’, 헤비메탈 그룹 건즈 앤 로지스의 보컬 액슬 로즈 의 플래드 체크 킬트 스타일, 메탈리카의 콘서트 티셔츠를 뒤섞은 코스튬 을 창조했다. “90년대 건즈 앤 로지스의 진품 콘서트 티셔츠는 정말 희귀한 거죠. 이런 멋진 걸 대중에게 주고 싶었어요. 록 티셔츠는 시대를 관통 하는 불멸의 아이콘 같은 거잖아요.” 사탄 논란과 관계없이 빌리버(비버와 신도의 합성어)들은 뉴욕 편집숍 브이파일즈(VFiles)에서 열린 ‘퍼포즈’ 투어 공연 상품 팝업 스토어에 몰려들었다. 래퍼 트래비스 스콧 또한 처음에는 와이어리스 페스티벌에서 소규모 공연 상품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이아몬스 서플라이, 마하리시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고향 텍사스를 상징하는 ‘로데오(Rodeo)’ 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비욘세와 셀레나 고메즈도 각각 ‘레모네이드(Lemonade)’ ‘리바이벌(Revival)’이란 투어 공연 상품을 가진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피어 오브 갓의 2015 F/W 컬렉션

피어 오브 갓의 2015 F/W 컬렉션

파블로 상품은 리바이스, 로스코 등에 로고만 프린트한 것이다.

파블로 상품은 리바이스, 로스코 등에 로고만 프린트한 것이다.

베트멍과 유사한 디자인의 퍼포즈 상품.

베트멍과 유사한 디자인의 퍼포즈 상품.

2016년의 공식 공연 상품은 단순한 티셔츠에서 발전해 후디, 항공점퍼, 아이폰 케이스까지 소규모 컬렉션을 갖추게 됐고, 공연장 대신 팝업 스토 어에서 판매되며,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의 팬들이 구매할 수 있다(물론 솔드아웃일 경우가 많지만). 팬들은 공연 상품을 갖지 못해 발을 동동 구 르고 더 막강한 파워를 갖게 된 할리우드 스타들은 거친 발언 또한 자신에 광적인 팬덤에 거리낌 없이 뱉어버린다. 이를테면 비욘세의 레모네이드 상품 중 ‘I twirl on them haters.(난 헤이터들 위에서 엉덩이를 흔들 거야.)’ ‘Smack it(찰싹)’이란 문구가 있다. 과연 34세의 전 세계 최정상 디바가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적절한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쇼비즈니스는 팝스타의 숙명이다. 패션과 굿즈의 경계를 타고 넘나드는 음악 상품이 초라한 우상화에 그칠지, 다음 세대에도 시대적 향수를 간직한 유산으로 남을지는 과연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