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화룡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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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카페의 자격은 뭘까? 커피 맛, 인테리어, 위치 등 그 모든 조건을 충족해도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거슬린다면 내 마음을 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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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운영, 포인트 할인, 아메리카노 리필 가능’. 이렇게 매력적인 카페가 있다. 그런데 매니저가 멜론 차트 TOP 10 노래만 반복적으로 튼다면? 커피 마시다 울고 싶을 것이다. 무형의 요소인 음악은 커피 맛도 보기 전에 공간의 인상을 결정짓는다. 스타벅스의 선곡은 고객을 위해 콘센트를 충분히 마련해놓는 기업 정신과 맥락을 같이한다. 보컬이 들어간 노래는 오래 들으면 귀가 피로해지므로 편안한 연주곡, 난해하지 않은 재즈 위주로 전 세계 매장 음악을 통일하는 것. 보다 활기찬 음악을 택하는 탐앤탐스는 뮤지션과 협업해 ‘카라멜마끼아또’ ‘에스프레스’ 등 커피 종류의 곡명으로 구성된 앨범을낸 적이 있을 정도로 은근히 음악에 관심을 갖는 곳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선 주인의 음악 취향과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을지로의 허름한 골목, 색이 다 벗겨진 천장과 자개장과 빈티지 소품이 어우러진 커피한약방이라는 카페에선 올드팝이 흘러나온다. ‘Now Playing’이란 글씨가 보이는 벽엔 곧 턴테이블로 올라갈 다음LP가 대기하고 있다. 보광동, 상권과 상관없는 위치에 있어도 사람들로 붐비는 헬카페는 심지어 음악으로 손님을 조련한다. ECM 레이블 음악에서부터 송대관의 ‘차표 한 장’까지, 테마를 종잡을 수 없는 이유는 그때그때 음악으로 환기해야 할 매장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공간은 유기체라서 누가 와 있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요. 그러니 음악을 통해 손님이 싫어서 못 견디게 만들거나, 아주 좋아하게 만들거나할 수 있어요. 상업 공간이기 때문에 절대 제가 좋아하는 음악만 틀면 안 돼요. 하지만 하루 종일 그곳에 있는 사람이 저니까 제가 싫어하는 음악도 못 틀죠. ” 바리스타 임성은 대표는 카페를 운영하며 제일 힘들고 신경 써야 하는 몇 가지 일 중 하나가 바로 음악 선곡이라고 했다. 손님들이 자아내는 공기에 따라 음악을 전환하기 도한다는 점에서 그는 분위기를 살피는 DJ 역할도 겸하는 셈이다. 그처럼 바리스타 및 D J가 상주하는 카페까진 바라지도 않는다.서울에 넘쳐나는 카페들, 커피 맛 달아나는 음악을 틀 바에야 공기 반, 커피향 반의 무음악 전략을 쓰는 게 낫지않을까?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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