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섬세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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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파리에선 환상적인 주얼리의 신세계가 펼쳐졌다. 그 중심에서 피아제(Piaget)의 하이 주얼리에 날개를 단 건, 다름 아닌 깃털 장인 넬리 소니에(Nelly Saunier)의 손맛이었다. 가장 섬세하고도 독창적인 오트 쿠튀르 주얼리를 만드는 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 그리고 첫 번째 인터뷰.

피아제의 독창적인 세계에 신선한 감각을 더한 깃털 장인 넬리 소니에.

푸른색 그러데이션이 돋보이는 섬세한 깃털 장식 커프와 스케치.

원하는 색의 깃털을 골라내 작업 중인 모습.

오트 주얼리를 직접 보는 듯한 정교한 스케치를 바탕으로 깃털 장식을 일일이 장식해 피아제의 뉴 컬렉션 커프를 완성했다.

처음으로 깃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넬리 소니에 아주 단순한 계기였다. 열네 살에 우연히 깃털의 아름다움에 빠지게 된 이후로 줄곧 이 일을 생각해왔다.

피아제와의 만남, 즉 깃털을 하이 주얼리에 접목시키겠다는 아이디어와 도전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피아제는 예전부터 내 작업을 눈여겨보았고, 내 작업에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 처음에는 딱 하나만 해보자고 했는데, 그 협업이 빈번해졌다. 나의 자유로운 상상력의 결과에 피아제 역시 만족했고, 나 역시 덕분에 나의 재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다.

지난 시즌 피아제와의 첫 만남 이후, 다시 한번 당신의 손맛이 깃든 주얼리를 만나게 되어 반갑다. 여기 놓인 화려한 컬러와 섬세한 디자인의 커프를 처음 봤을 때, 깃털 장식을 페인팅으로 착각할 뻔했다.
의도한 부분이었다. 가장 염두에 둔 점은 이번 시즌의 주제인 ‘The Sunny Side of Life’였다. 특히 이 팔찌는 수영장을 모티프로 한 것인데, 피아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긴 상의를 거쳐 결국 수영장 바닥과 빛이 반사되어 일렁이는 물의 색깔을 선택했다. 우리가 마치 수영장에 갔을 때 수영장 바닥의 푸른색이 출렁이는 물결과 반사되는 빛을 만나 색이 변하는 것을 이 깃털을 보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깃털 자체로도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오랜 시간과 공이 담긴 천연 색상의 깃털들이 그러데이션되어 선보이는 아름다운 색상을 만끽할 수 있다.

지난해 여름, 당신이 피아제와 협업해 선보인 첫 번째 작품인 깃털 장식 티아라가 떠오른다. 그 작품은 어떻게 보면 무척 단순하고 클래식한 접근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세 가지 커프 컬렉션은 깃털의 표현부터 매우 모던하고 신선하며,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에게도 깃털과 하이 주얼리를 접목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은 큰 도전이다. 새로운 작업을 할 때는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 과거보다 더 큰 추진력이 필요하다. 또 모든 작품을 일일이 손으로 직접 만들기 때문에 어떤 작품도 똑같을 수는 없다.

이 커프는 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초록빛 깃털 장식이 매우 아름답다.
특히 이 종려나무 잎은 새의 깃털과 모양이 비슷하다. 물론 이것도 처음의 팔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시간과 품이 들어간 작품이다. 작품은 초록색과 파란색의 배색을 이용한 것인데, 파란색 깃털은 물총새의 깃털이며 초록색은 아마존 새의 깃털이다. 이러한 색의 배열을 위해서 열 개가 넘는 예시를 만들어놓고 고민했다. 이 작품은 기술과 미학의 조화로운 접점을 찾아가는 것에 대한 연구와 노동의 결과다.

깃털 하나하나는 마치 천처럼 얇고 부드러워서 일을 할 때 높은 집중력을 요할 것 같다. 육체적으로 힘든 과정일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열정과 사랑. 즉, 아름다운 것을 갈망하는 내 마음이 아닐까. 그리고 이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에디터
박연경
파리 통신원
이길배
PHOTOS
COURTESY OF PIAGET, FRANCOIS MARQU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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