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 그릇에 2천원인 식당과 장기 두는 할아버지들의 아지트를 마주하고 있는 익선 한옥마을. 100년 된 이 골목길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종로구 익선동 166번지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지구다. 그렇다고 북촌과 서촌 일대처럼 널찍한 동네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몇 개의 좁은 골목길이 구획을 가르는 ‘익선 한옥마을’은 120여 채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규모이고, 그 골목길은 성인 두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의 폭이다.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이 거리에 요즘 활기가 돈다. 지난해부터 아담한 한옥 구조를 그대로 살린 카페, 레스토랑, 공방, 구멍가게 등이 하나둘 생기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중. 옛날 최고급 레스토랑이 되살아난 듯한 경양식 집, 향수 만들기 클래스를 운영하는 숍, 대들보와 기와를 바라보며 제철 재료로 만든 유기농 음식을 먹거나 볕 들어오는 평상에 앉아 커피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 등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간이 줄을 잇는다. 주인이 수십 년 전부터 해외 여러 경로로 수집한 그릇, 인형, 드레스 등을 모아놓은 빈티지 숍도 있다. 가정집을 개조한 숍들을 지나면 눈에 띄는 건 한복집 간판들.19 20년대 초반 도시형 한옥마을로 조성된 이 거리는 과거 장안의 유명 요정들이 자리한 구역이었다. 따라서 고급 요릿집에 어울리는 화려한 한복과 공연 악사들의 의상을 만드는 상점이 자연스레 자리 잡았고, 지금 소수 남아 있는 한복집이 그 흔적이다. 뒷배경을 더 들여다보면 도시의 운명을 가르는 행정 계획의 여파가 익선동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을 알 수 있다.2 004년 지정된 재개발 계획이 주민들의 의견 충돌로 10년 이상을 끌다 무산된 후, 떠나는 자들과 남는 자들이 혼재되면서 새로운 문화가 흘러들어온 것이다. 서울시가 다시 발표한 ‘2025 서울시 도시재생전략계획’에 따라 익선동 바로 옆인 낙원상가 주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예정이다. 지금처럼 곳곳에 공사 중인 한옥마을의 들뜬 모습도 당분간 계속 볼 수 있겠다. 도심 속에 숨어 있는 100년 역사의 한옥마을이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건강하게 공동체 정신을 유지해갈 수 있을까? 일단은, 이곳이 지금 서울에서 가장 흥미로운 골목길 중 하나라는 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