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기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가 무려 세 편이나 극장에 걸린다.

TORONTO, ON - SEPTEMBER 08:  Director Hirokazu Kore-Eda of 'Like Father, Like Son' poses at the Guess Portrait Studio during 2013 Toront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on September 8, 2013 in Toronto, Canada.  (Photo by Larry Busacca/Getty Images)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족과 상실, 혹은 죽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카메라를 통해 응시하는 것들이다. ‘사연’있는 가족의 이야기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영상으로 흐르지만, 그것이 남기는 파장은 크다. <아무도 모른다>에서 저희들끼리 삶을 살아내는 아이들의 모습,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뒤바뀐 아이와 부모가 낯선 공동체를 이뤄가는 과정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올 여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가 무려 세 편이나 국내 극장에 걸린다. 7월 28일 개봉하는 <태풍이 지나가고>, 8월 4일 재개봉하는 <걸어도 걸어도>, 그리고 얼마 전에야 개봉한 데뷔작 <환상의 빛>까지, 그의 특별전이라도 열리는 기분이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잘 나가던 시절을 잊지 못한 채 유명 작가를 꿈꾸는 사설 탐정이 태풍이 휘몰아치는 밤, 헤어졌던 가족과 예기치 못한 하룻밤을 보내는 이야기. 올해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최고의 작품” “언제나처럼 진심 어리고 따뜻하며, 인간적이고 평화롭고 현명하다”라는 평을 들었다.

걸어도걸어도

영화 <걸어도 걸어도> 포스터

어느 가정의 장남이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면 남은 가족은 어떻게 살아갈까? 15년이 지나서야 묵은 감정과 진심을 쏟아내는 가족들을 그린 <걸어도 걸어도>는 개봉 7년 만에 재개봉한다. 모든 가족은 서로 상처를 주고 받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게 잘 살고, 또 어긋남을 반복하는 레퍼토리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가족 구성원을 상실하는 사건이 생기면, 그제서야 ‘있을 때 잘하자’를 다짐하게 된다.

환상의 빛

영화 <환상의 빛> 포스터

20여 년 전 영화지만 이제서야 국내 개봉하는 <환상의 빛>에는 자살하는 가족이 나온다. 90년대 초반 다큐멘터리 연출가였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자살에 관한 다큐를 찍으며 죽음과 상실이라는 테마에 관심을 가졌고, 동명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첫 장편영화다. 답이 없고 끝이 없는 모두의 삶, 그 가운데 어떤 사건을 툭 던져주며 우리에게 통찰의 시간을 건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