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셋보다는 스쿼드(Squad). 지금 패션계는 혼자 헤쳐 나가기엔 녹록지 않다. 뭉치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곳, 바로 패션계다.

1. 트래비스 스콧과 앨리스 글래스가 함께 찍은 알렉산더 왕 2016 S/S 캠페인.

트래비스 스콧과 앨리스 글래스가 함께 찍은 알렉산더 왕 2016 S/S 캠페인.

쪽부터 배두나, 제니퍼 코넬리, 레아 세이두, 알리시아 비칸테르, 니콜라 제스키에르, 카트린 드뇌브, 셀레나 고메즈,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제이든 스미스

쪽부터 배두나, 제니퍼 코넬리, 레아 세이두, 알리시아 비칸테르, 니콜라 제스키에르, 카트린 드뇌브, 셀레나 고메즈,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제이든 스미스

씨엘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알렉산더 왕 2016 S/S 캠페인.

씨엘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알렉산더 왕 2016 S/S 캠페인.

‘It G Ma~ Underwater Squad~’ 2015년 초 전 세계를 뒤흔든 한국 래퍼 키스에이프의 노래 ‘It G Ma’ 가사다. 자신이 속한 코홀트 크루를 ‘범고래 부대’라고 빗대어 얘기한 것이다. 이때부터 전 세계 클럽에서, 거리에서 ‘스쿼드’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2016년 봄 패션계에도 스쿼드 열풍이 덮쳤다. 스쿼드는 군인이나 경찰의 부대나 반 단위, 스포츠 팀의 선수단을 뜻하는 단어다. 패션 트렌드를 논하며 밀리터리 무드나 카무플라주 패턴은 들어봤어도 군부대, 선수단이라는 표현은 생소할 법하지만 이 단어는 이미 패션계에 깊숙이 침투했다. 최근 알렉산더 왕은 2016 S/S 캠페인을 지금껏 그 어떤 브랜드에서도 선보인 적 없던 새롭고 신선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름 하여 ‘WangSquad’. 인스타그램에 @wangsquad라는 계정을 신설하고 뮤지션, 아티스트, 모델 등으로 구성된 셀레브리티 21명의 리스트를 공개한 것. 이들은 자신들의 스토리를 담은 캠페인 이미지를 개인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고 해당 포스팅은 @wangsquad를 통해 리포스팅 됐다. 포토 그래퍼 스티븐 클라인이 촬영한 100개가 넘는 사진과 비디오는 3월 한 달간 순차적으로 오직 소셜미디어에서만 공개됐다. 알렉산더 왕은 “이번 캠페인의 주인공들은 그들만의 스토리를 직접 만들어내고 보여주면서 결국 하나의 목소리로 브랜드에 대해 애기합니다. 여러 주인공들이 말하고 싶은 브랜드의 이야기를 다양한 관점의 비주얼 내러티브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것이죠”라고 이번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했다. CL을 비롯해 트래비스 스콧, 안 나이버스, 앨리스글라스, 한느가비, 몰리베어 등 공개된 21명 모델의 팔로어 수를 모두 합치면, 650만명을 육박한다.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따르는 충성스러운 팔로어들이 광고 이미지를 보게 되는 것이다. 왕은 셀레브리티 개개인이 가진 힘과 그를 따르는 팔로어들을 통해 보다 직접적인 파급력과 에너지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왕스쿼드 이전엔 지방시를 이끄는 리카르도 티시의 ‘갱’이 존재했다. 갱이라는 독특한 명칭으로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패밀리를 강조한다. ‘우리파가 좀 세’라는 이미지로 집단의 성향을 강조하고 그것을 잘 활용하기로 는티시만 한 디자이너가 없을 거다. 슈퍼 스타 카니예 웨스트를 필두로 그의 아내 킴카다시안, 마돈나, 니키미나즈, 영원한 뮤즈 모델 마리아카를라 보스코노 등 화려한 라인업은 티시의 성향을 잘 나타낸다. 인스타그램에 한 무리의 사진을 올릴 때면 #Gang과 #Family는 절대 빠지 지 않는 해시태그다. ‘Fashion Gang’이라는 타이틀로 제시카 차스테인, 켄들 제너, 제이미 보체트, 조앤 스몰스, 미카 아라가나즈, 아키모토 코즈 그리고 카니예 웨스트와 함께<보그재팬> 커버를 장식한 것은 이런 흐름을 선명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지난 2016 S/S 광고에선 다른 하우스의 수장인 도나텔라 베르사체를 모델로 쓸 만큼 ‘갱’의 일원을 활용함에 있어 거침이 없다.

이러한 티시와 함께 양대 산맥을이루는 이가 바로 발맹의 올리비에루스테잉이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이 디자이너는 이 부분에 있어 좀 더 영민하게 다가갔다. 발맹의 총괄 디자이너가 된 2011년부터 소셜미디어를 위한 새로운 브랜딩 전략을 세웠다. 셀레브리티로 구성된 ‘Balmainarmy’라는 자신만의 군대를 만들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켄들 제너와 지지 하디드, 조단 던, 알레산드라 암브 로지우 등으로 이루어진 슈퍼모델 군단은 그와 늘 함께했 다. 여기에 리한나, 카니예 웨스트 같은 슈퍼스타들도 가 세했다. 소셜미디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디자이너 답게 이 전략은 완벽한 성공을 이뤘다. 루스테잉과 그의 군대는 발맹이 가장 핫하고 에너지 넘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2015 F/W 컬렉션에서는 해시태그로 사용된 #Balmainarmy가 새겨진 티셔츠를 실제로 제작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외에 루이비통의 니콜라제스키에르는 미란다 커, 미셸 윌리엄스, 샤를로트 갱스부르, 아 미송, 그리고 배두나 등 유명 셀렙으로 자신의 크루를 형성하고 있고, 빅토리아 시크릿쇼에 서는 모델은 엔젤군단으로 불리며 선망의 대상이 된다. 국내도 다르지 않다. 디자이너 권문수는 서울 패션 위크 전에 늘 모델 리스트를 공개해 시선을 끈다. 문수권의 쇼는 꽃미남,미소년모델이 나오는 쇼라는 공식을 만든 것이다. 비욘드 클로젯의 고태용 역시 활발한 소셜미디어의 활용과 방송을 통해 뮤지션 지코, 모델 김원중, 김필수 등 자신의 크루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그렇다면 이들의 관계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상업적인 현상일까? 리카르도 티시는 이런 현상에 대해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나와 함께하는 갱의 일원으로, 내게는 가족과 마찬가지다. 나는 진심으로 그들을 사랑하고 늘 그들에게 감동을 받는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지금의 패션계는 독야청청 나홀로 만들어 가던 예전과는 그 지형이 크게 달라졌다. 연예인을 위시 한모델,블로거,소셜 스타 등 셀레브리티들의 힘은 계속 커져만 가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늘 정보와 볼거리를 쏟아내야하는 지금 혼자만으로는 버겁다. 더 강한, 더 신선한 이슈와 자극을 원하는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응답해야하는 패션계. 뭉치면 더 즐겁고, 더 화려하고, 더 강렬한 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