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지 않고 서울에서 휴가를 즐기려면, 하룻밤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곳부터 찾아야 한다. 카페만큼 많은 숙박 공간 중 개성 있는 부티크 호텔, 렌털 하우스 등을 추렸다. 예약 버튼 빨리 누르는 사람이 승자다.

신라스테이 광화문

신라스테이 광화문

| 신라스테이 광화문 |

놓지 않는 품격

이곳저곳에 부지런히 체인을 오픈하고 있는 신라스테이에서 지난해 12월, 신라스테이 광화문을 오픈했다. 현재 신라스테이 역삼, 제주, 마포 등을 비롯해 총 8개 호텔이 있다. ‘신라’라는 이름을 달고 호텔 신라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은 그만 큼 뭔가를 덜어냈다는 뜻일 텐데, 신라스테이에선 허전함이 크지 않다. 널찍하고 채광 좋은 로비며 회색이 섞인 미색풍의 은은한 벽, 거위털 이불과 오리털 베개, 모던한 욕실, ‘아베다’ 어메니티 등은 머무는 동안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쁘띠 파크뷰’로 불리는 레스토랑 ‘카페’의 주중 브런치 및 런치 가격은 놀랍게도 2만원. 캐주얼한 뷔페로 신라호텔 ‘더 파크뷰’의 인기 메뉴와 레시피가 동일한 이곳을 그저 지나칠 수만은 없다. 할 것 많은 광화문 지역에, 합리적인 가격에, 여러모로 괜찮은 휴가다.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특급호텔의 정신과 품격을 누리고 싶지만 지갑이 가벼운 사람.
  • 이곳을 찾을 때 예상되는 상황
    비즈니스 호텔은 비즈니스맨이 주로 찾을 거라는 편견을 버린다. 다음 주 점심 약속 장소를 신라스테이 브런치 뷔페로 바꿀까 생각한다.
  • tip
    신라스테이 앱을 이용하면 호텔 예약을 편하게 하면서 호텔 주변 여행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신라스테이 광화문에선 앱의 ‘키리스(Keyless) 시스템’으로 객실 문도 열 수 있다.

     

메이커스 호텔

메이커스 호텔

| 메이커스 호텔 |

익숙하지만 낯선 종로

메이커스 호텔은 일단 입지가 인상적이다. 종로3가역 4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숨도 돌리기 전에 이 호텔과 마주친다. 외국 관광객들이 선호할 만한 위치다. 낙원상가 부근의 허름한 가게들이 늘어선 풍경에서 확실히 튀는 외관인데, 벽돌 건물 안으로 입장하면 어느 영화 세트장에 들어선 기분이다. 유럽 각국에서 공수했다는 19세기 빈티지 가구와 작은 소품이 각자 있어야 할 자리에 어김없이 세팅되어 있다. 덕분에 로비에선 그 무엇 보다 시각적인 즐거움에 빠진다. 갤러리아 포레와 아이 파크 인테리어, 조니 워커 브랜딩 등 감각적인 디자인 컨설팅 이력을 쌓아가고 있는 미스터존스 어소시에이션, 그리고 그래픽 스튜디오 MYKC의 합작이다. 도미 토리 룸을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객실을 갖추고 있고, 모두 콤팩트하다. 그러나 객실에서 필요한 것은 다 준 비해뒀다. 호텔 바로 앞은 최근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는 익선동 한옥거리다. 두 사람 정도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길을 따라 한옥이 늘어서 있는데, 이 일대에 작은 카페, 경양식 집, 공방 등이 생기며 일부러 놀러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가끔 노인과 외국인 관광객, 여기에 카메라를 든 젊은이가 한 지점에서 조우하는 기묘한 순간도 이곳에서만 가능한 풍경. 이왕 메이커스 호텔에 묵는다면 ‘워킹 투어’ 기분을 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인왕산의 수성동 계곡 – 윤동주 문학관 – 북악산 길 – 세검정에 이르는 코스를 따라 유랑하다 보면, 백석동 길 즈음에 전원주택풍 카페들이 기다린다. 서울 사람도 잘 모르는 서울의 품격을 마주할 수 있다.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개성 있는 호텔을 찾으면서 합리적인 가격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람, 종로일대 여행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
  • 이곳을 찾을 때 예상되는 상황
    영어는 물론 중국어와 일본어, 대만어, 필리핀어 등 각종 언어를 구사하는 호텔 크루들에 놀란다.
  • tip
    호텔에서 아주 가까운 낙원상가 지하의 일미식당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가보시길. <수요미식회>에서 쌀밥 하나만으로도 맛나다고 소개한 그 식당이다.

     

사이드

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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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방향의 호젓함

경복궁 서쪽 지역은 재개발계획으로 인해 하마터면 아파트촌이 될 뻔했다. 끊임없이 허물고 변화하는 게 매력이자 비극인 서울에서, 사대문 안에 옛 한옥이 오밀 조밀 모여 있는 거리가 웬만큼 보존될 수 있다는 점은 참 다행이다. 레지던스 호텔인 사이드는 90여년된 한옥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금속과유리 등을 사용해 적절히 개조한 곳이다. 서촌의 옛 한옥이라고 해도 이 정도 오래된 집은 흔치 않은데, 현재의 주인은 이곳을 소설가 이상의 친한 친구였던 고 구본웅 화백이 거주한 곳으로 추정한다. 원래 안채, 사랑채, 행랑채에 해당한 세 동의 객실에는 가운데 마당을 향해 창이 나있다. 어느 곳에서나 시야에 들어오는건 마당에 자리 잡은 큰 단풍나무. 근처 인왕산에서 새들이 날아들기도 한다. 얼마 전 산비둘기가 새끼를 낳고 갔고, 지난해 이곳을 개조할 무렵에도 박새가 자리 잡고서 새끼를 낳은 범상치 않은 나무다. 창틀을 액자 삼아 집 안에서도 자연이 그리는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었던 한옥만의 매력이 호사스럽게 다가온다. 그 외에는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고 심플하다. 이곳 건축가는 현대인이 머무는 한옥 공간을 전통적인 요소로 가득 채우거나 한옥 이름을 엄숙한 한자어로 짓는 것이 다소 느끼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영어로 담백하게 ‘사이드(SIDE)’, 공간 장식도 거의 배제하고 여백을 살렸다.

  • 이런 자들의 취향 저격
    어느새 붐비는 동네로 변한 서촌에서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하고 싶은 사람, 지방의 한옥 민박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지만 같이 갈 사람이 없어 서울에서 혼자 머물 수 있는 비슷한 환경을 찾는 사람.
  • 이곳을 찾을 때 예상되는 상황
    공용 주방이나 마당에서 만난 장기 투숙자와 서로가 꿈꾸던 한옥 생활, 서촌의 숨은 명소에 대해 담소를 나눈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요를 깔고 일찍 잠든다. 그리고 인왕산 정기를 받으며 아침 일찍 눈을 뜬다.
  • tip
    서촌 일대엔 다양한 아티스트가 머물고, 그중 일부는 이곳을 개조한 건축가의 친구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로 마당은 무용, 살풀이, 탭댄스 공연, 사진 전시 등이 벌어지는 무대가 된다. 올 하반기엔 통의동의 복합 문화 공간인 보안여관, 옥인동의 북카페인 길담서원 등과 연계해 사진 페스티벌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