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의 ‘7월 7일’ 뮤직비디오가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K팝 걸그룹 이미지에서 볼수없는독특한 스타일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민주킴이 참여해 화제를 모은 이 프로젝트는 레드벨벳을 소재로 한 미니 컬렉션과 전시회로 이어졌다.

민주킴(Minju Kim)이라는 생소한 이름이 한국 패션 피플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13년, H&M 디자인 어워드 대상 수상자라는 보도자료가 배포되면 서부터다.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패션 디자인과 학생이었던 김민주는 졸업도 하기 전에 ‘재미로’ 응모한 H&M 어워드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대상을 차지 했고, 이듬해에는 LVMH 영 패션 디자이너 부문의 세미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면 서 그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참고로 그해의 세미 파이널리스트에는 현재 세 계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한 시몬 로샤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김민주는 서울과 해외를 오가면서 본인의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다. 정식으로 판매 한 지는 세 시즌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캘리포니아의 거대 멀티숍인 H. 로렌조를 비 롯한 영향력 있는 바이어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오프닝 세레모니, 디즈니 등 국제적인 기업과의 협업도 발표했고, 동시에 브뤼셀, 앤트워프 등에서 인스톨레이 션작업을위주로한패션전시회도지속적으로펼치고있다.요즘젊은한국디자이 너들이대중적이고잘팔리는방향으로컬렉션을구성하는데비해좀더예술적행 보에 비중을 두고 움직여온 김민주는 최근 굉장히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자신의 이력을 넓혔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K팝 걸그룹 레드벨벳의 뮤직비디 오, ‘7월 7일’의 스타일링을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미니 컬렉션과 전시회를 열게 된 것. 이 모든 것이 ‘흥미’에서 비롯되었다는 김민주는 커다랗고 겁 없는 눈동자로 신나게 말을 이어갔다.

레드벨벳의 ‘7월 7일’ 뮤직비디오 작업은 어떻게 시작한 건가?
김민주(Minju Kim)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제안받으면 손익을 따지지 않고 바로 덤벼드는 편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SM으로부터 전화로 이 기획을 제안받았는데(나중에 알고 보니 S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민희진 본부장이었다), 디자이너인 내게 스타일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굉장히 신선해서 하고 싶어졌다.

이 뮤직비디오에는 보통의 K팝 걸그룹 스타일링에서 볼 수 없던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옷이 등장한다. 어떤 점을 신경 썼나?
처음에 SM에서 연락이 온 이유가 2016 S/S 컬렉션인 ‘문 가든(Moon Garden)’을 좋게 보아서였다. 일본의 고전 설화인 가구야 공주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이 컬렉션을 기반으로 레드벨벳 멤버들의 몸에 맞게 실측을 해서 의상을 새로 만들었고, 내 옷뿐만 아니라 스타일링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제품은 구입해서 쓰기도 했다. 예를 들면 유럽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이지만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몰리 고다드(Molly Goddard ) 등이 쓰였다. 보통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는 가수에 맞게 제작 의상을 만든다고들 하는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나는 제작 의상을 선호하지 않아서 실제 있는 옷의 스타일링을 통해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뮤직비디오가 미니 컬렉션으로 이어졌다.
그렇다. 처음엔 티셔츠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또 다른셔츠와 가방, 손수건까지 만들게 되었다. 전시는컬렉션의 연장선 상에 있는 프로젝트다. 도버스트리트 마켓이나 콜레트 같은 영향력 있는 숍의 경우 티셔츠 한 장을 팔더라도 인스톨레이션을 기가 막히게 만들어 보여주지 않나. 제품에 가치를 더하는 과정이니까. 그래서 문 가든 컬렉션이 잘 녹아든 ‘7월 7일’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를 가져온 인스톨레이션을 제작하게 되었다.

전시장 중앙 부분의 일러스트와 거울 설치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레드벨벳 멤버들이 거울, 그리고 물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공간을 응시하는 듯한 느낌의 동화같은 대목이 있다. 그 부분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워낙 일러스트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문 가든 컬렉션을 입은 멤버들의 모습을 그리게 되었고, 이것을 거울 안에 넣어서 표현했다. 컬러와 거울의 틀 모양은 새로 디자인 했고, 스카프 디자인에서 나온 심벌을 더 큼직하게 강조해 함께 표현했다.

그러고 보면 H&M 어워드 작업에서도 인스톨레이션이 들어갔고, 룩북 이미지에도 설치물이 종종 등장한다. 개인적인 흥미인가?
앤트워프에서 유학하던 당시 학교의 방침이 컬렉션을 만들면 그를 바탕으로 반드시 3D로 연결된 인스톨레이션을 구현하라고 했다. 학장인 월터(Walter van Beirendonck)가 ‘민주, 너는 디자인에 비해 설치구현이 약해’라고 충고 했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신경을 쓰다 보니 짧은 경력에 비해 인스톨레이션 작업을 많이 하게 되었다.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해서는 안 되는 시대다.
웹사이트도 만들어야 하고, 시즌별 룩북도 그렇고, 프레젠테이션, 게다가 쇼룸 바잉 상대까지, 여기에 컬렉션은 당연히 잘 만들어야 하고. 아,  SNS를 비롯해 홍보도 해야 한다. 젊은 독립 디자이너가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를 받긴 한다. 하지만 패션이 디지털 영역으로 갈수록 오프라인에서의 액션이 더욱 럭셔리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래서 인스톨레이션에 더욱 신경 쓰는 면도 있다. 그리고 이런 작업을 통해 내가 잘하는 것 그 이상을 보게 된다. 예를 들면 이번에 만든 레드벨벳 미니 컬렉션은 기존의 옷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한 것이다. 이렇게 대중성 있는 옷을 나도 할수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도 감사한 경험이었다.

‘아티스트’로서 존경하는 디자이너나 롤모델이 있다면?
미우치아 프라다. 옷을 정말 아트처럼 잘 만들지 않나. 나도 옷을 만들 때 느슨한 것보다는 패턴이나 실루엣, 모양새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프라다는 정말 사람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옷을 만든다. 진보적인 소재 선택도 놀랍고 멋지다. 그리고 은사인 월터 반 베이렌동크는 대단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크리에이티브하고 날 서 있는 시선을 갖췄다는 점에서 존경한다.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하길 원하나?
민주킴의 아이덴티티를 알리고 싶다. 세상은 젊은 디자이너에게 ‘싸고 잘 팔리는’ 옷을 원하지만 민주킴의 가격은 그다지 만만하지 않다. 만듦새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공정도 길고, 소재도 고급스럽게 접근한다. 옷의 가치를 알아주는 고객층이 차츰 넓어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여서 다행이다. 월터가 이런 충고를 해주었다. ‘인내하라’고. 조급해하지 않고 잘 참고 견디다 보면 무언가가 손에 잡히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