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나는 모범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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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바쁜 중국인 듀오 건축가 네리&후는 아시아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번엔 청담동 MCM 플래그십 스토어를 리뉴얼했다. 자투리 시간에 집을 수리하는 대신 그들이 인터뷰 질문에 답했다.

1. 네리&후가 디자인한 청담동 MCM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차분한 분위기를 통해 사람들이 느긋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2. MCM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네리&후의 트레이드마크인 거울과 청동이 눈에 띈다.

3. 상하이에 있는 네리&후의 디자인 리퍼블릭 디자인 코뮌. 해외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작품을 소개하는 장소로, 1910년대에 지어진 경찰서 건물이다.

린든 네리(Lyndon Neri)와 로산나 후(Rossana Hu)는 누가 봐도 모범생이다. 린든 네리는 중국계 필리핀인으로 화가가 되는 걸 반대했던 부모님 눈을 피하느라 미국 하버드와 버클리 대학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수학과 과 학을 잘했던 로산나 후는 대만 출신으로 역시 아시아의 교육열 높은 부모님 덕분에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 과 버클리 대학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그들은 역사 공부도 잘한 것 같다. 공사중인 것 같은 외관을 통해 세월을 그대로 드러낸 ‘상하이 워터하우스 호텔’, 1910년대에 상하이에 지어진 경찰서 건물을 활용해 만든 ‘디자인 리 퍼블릭 디자인 코뮌’ 등 건축물의 과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걸 보면 말이다. 그들이 상하이, 홍콩, 베이징, 싱 가포르 등 아시아의 여러 도시를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청담동 MCM 플래그십 스토어와 도산공원의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계한 그들은 평소 자주 사용하는 황동과 거울 소재를 통해 매장 안에 새로운 공기를 부여 했다. 물론 그들이 공부만 하진 않았다. 현재 그들은 부부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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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인테리어에는 정작 신경을 못 쓴다는로산나 후(왼쪽)와 린든 네리.

사무실 이름이 ‘네리&후 디자인 앤 리서치 오피스’ 다. 왜 ‘리서치’란 단어가 들어가야 했나?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은 빠르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설계한다는 사실에 종종 발목을 잡히곤 한다. 고민하는 데 시간을 들이지 않 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이 있다. 웬만한 디자이너와 건축 가들이라면 아마 어느 수준까지는 쉽게 잘할 수 있을 거다. 하지 만 그 과정이 반복되면 어느 날 갑자기 “잠깐만, 내가 여태 뭘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디자인하는 모든 것 에 책임을 지고 싶다. 연구는 그래서 중요하다. 디자인을 다시 면 밀히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이다.

당신들의 작업을 통해 도시가 어떻게 바뀌길 바라나?  일반적으로 가치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복원하는 데, 그 렇게 도시의 기억을 재생하는 데 관심이 있다. 쇠퇴하고 있는 도시에 시를 더하고, 혼을 불어 넣는달까. 현대 도시에는 시 한 편이 없다. 도 시 계획은 언제나 개인의 사소한 경험, 이야기 보다는 자료, 연구, 정보, 보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시 공무원들이 간과하는 이 런 점에 집중한다. 건물은 도시의 일부분을 바 꿀 수 있고, 그런 작은 부분이 모여 도시의 풍 경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상하이 워터하우스 호텔의 경우 건물 외관을 거의 그대로 살렸다. 상하이 펀치 바는 상하이의 좁은 골목을 반영해 디자인한 거라고 들었다. 게다가 당신들의 디자인 센터 같은 ‘디자인 리퍼블릭 디자인 코뮌’은 1910년 대에 지어진 경찰서 건물에 들어섰다. 과거는 우리 작품뿐만 아니라 우리의 실제 삶 에서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그 과거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다. 역사적 맥락이야말로 건 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증명됐다. 건축가로서 우리가 하는 일은 건물에서 찾아 낸 과거와 미래를 위한 상상을 엮는 것이다. 그건 그 건물 안에서 겪는 경험에 지속성을 부 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시간’을 건물 안에서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그걸 디자인에 반영하려고 한다.

최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MCM 플래그십 스토어를 리뉴얼했다. 이 장소를 방문한 사람 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했나?  MCMDNA를 존중하고 유지하면서도, 가방과 액세서리를 중앙에 놓 아 더 정적인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 ‘갖고 싶다’는 욕 망을 창조하는 것은 소매점 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건 제품을 잘 보여주거나 사 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일처 럼 심플한 법칙으로 해결될 수 있다. 사람들이 이 공간에 서 느긋해지길 원했다. 그런 느긋함은 자유롭게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것이다. 건축물 외관이나 피팅 룸도 차분한 느 낌을 자아내게 설계했다. 옷을 갈아입는 공간이 마음에 들수록 그들이 입어보는 옷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신들의 작업에서 거울과 황동 소재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오브제와 소재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거울은 공간에 빛과 깊이를 더해준다. 보는 것이 많아지면 더 많 은 사람이 공간과 제품에 호기심을 품게 된다. 상상력이 확장된 다고 할까? 황동은 최근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된 재료로 색깔과 감촉이 너무 아름답다.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당신들의 집은 어떤 모습인가? 1940년대의 낡은 집을 개조했다. 집은 상하이에서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인 오래된 농탕 지역에 있다. 건물 외관의 거울 2개 가 중앙에서 합쳐지는 모양으로, 두 세대용 복층 건물이다. 이 집 의 가장 좋은 부분은 집 뒤쪽에 있는 큰 마당과 방이 하나 붙어 있는 다 허물어져가는 차고 건물, 못 쓰는 우물, 그리고 마당 한 구석에 버려진 작은 건물이다. 마당과 차고를 개조해야 하는데 어찌나 바쁜지 손도 못 대고 있다. 임스 체어, 아르네 야콥센 같 은 가구와 우리가 만든 가구를 함께 쓰고 있다. 인테리어를 제대 로 완성할 시간이 생기길 기다리고 있다.

만약 당신들의 집 설계를 다른 건축가에게 맡길 수 있다면 누구 에게 맡기고 싶나? 이미 고인이 된 건축가도 포함해서. 당연히 르코르뷔지에를 먼저 고려할 것 같다, 그다음 옵션으로는 카를로 스카르파?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페터 줌토르와 알바로 시자 중 누가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사무실, 레스토랑, 호텔, 집 등 다양한 장소를 설계했다. 작업해보 지 않은 공간 중 디자인해보고 싶은 곳이 있나? 교회! 그리고 학교, 미술관, 콘서트홀도 디자인해보고 싶다.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멋진 계획이 있다면 들려달라. 소외 계층 어린이들을 위한 디자인 학교를 만들고 싶다. 다음 세 대에게 디자인적 사고를 교육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최 종 목표다.

에디터
나지언 (프리랜스 에디터)
포토그래퍼
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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