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하도록 뜨거운, 작열하는 태양빛을 기다려온 까닭은 바캉스와 페스티벌의 계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시기이니만큼 신중한 선택과 스타일링은 필수다. 현란한 트라이벌 무드와 청량한 애슬레틱 무드로 즐기는 여름의 다른 두 가지 맛에 관하여.

 

Jason Lloyd Evans

CHANEL

 

 

청량하고 경쾌하게

알렉산더 왕의 마지막 발렌시아가 컬렉션에 등장한 일곱 번째 룩을 마주한 순간, 1990년대 여성 힙합 그룹 TLC의 대표곡 ‘Waterfalls’이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물론 당시 TLC 멤버들이 입은 현란한 메탈 가죽 소재와는 전혀 다른 우아한 실크와 레이스 소재의 룩이었지만, 브라톱과 골반에 걸쳐 입은 통 넓은 팬츠, 그리고 힙색의 매치는 완벽하게 1990년대의 스포츠웨어 무드를 반추하고 있었다. 이렇듯 이번 시즌엔 90년대의 기운이 깃든 애슬레틱 웨어를 많은 런웨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레이블에선 이를 좀 더 스트리트적으로 풀어낸 알렉산더 왕과 90년대 레이브 무드에서 힌트를 얻은 끌로에의 클레어 웨이트 켈러, 후드 셔츠와 트레이닝 팬츠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낸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가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이번 시즌의 애슬레틱 무드는 낙낙한 실루엣과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바스락거리는 면부터 몸을 타고 흐르는 유연성 덕에 관능적인 느낌을 주는 저지, 그리고 스포티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메시까지 다채로운 종류의 소재로 구현되었다. 컬러에 있어선 모노톤 혹은 강렬한 원색으로 나뉘는 양상인데 전자는 도회적인 느낌을, 후자는 에너제틱한 인상을 준다. 명심할 점은 여름의 애슬레틱 룩은 단순하게 소화할수록 빛난다는 것. 캘빈 클라인 컬렉션에 대거 등장한 스타일링처럼 담백한 슬립 드레스와 슬립온 한 켤레만으로도 뜨거운 여름엔 충분하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면 좋을 것이다.

 

 

 

 

 

 

뜨겁고 현란하게

이번 발렌티노 컬렉션을 바라보면 영롱한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하다.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와 피에르파올로 피촐리 듀오는 난민 유입으로 인해 벌어진 사회적 문제를 마음에 두고 지적인 컬렉션을 완성했지만, 이에 담긴 극적인 트라이벌 무드를 마주한 순간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초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국적인 풍광으로 떠나는 바캉스와 열정적인 여름의 페스티벌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이런 민속적인 무드의 룩은 여름과 뗄 수 없는 관계. 매 시즌 새롭게 우리 곁을 찾아오곤 하는데, 이번 시즌엔 곧 정열적인 남미에서 열릴 올림픽을 디자이너들이 염두에 둔 탓인지 프린트에 있어 이전과 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서정적인 꽃무늬나 전형적인 트로피컬 프린트보다 치토세 아베의 사카이 컬렉션이나 토마스 마이어의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처럼 중후한 대지의 색이나 화려한 색을 담은 그래픽 패턴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또 트라이벌 무드의 흐름을 타고 투박하게 여겨지던 홀치기 염색이 하이패션으로의 신분 상승을 꾀했다. 조셉 알투자라와 타쿤 파니치굴의 손끝에서 탄생한 담백한 홀치기 염색 룩은 도심 한가운데서 입어도 좋을 만큼 동시대적이다. 이러한 트라이벌 무드의 룩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아이템 자체의 화려함이 체형의 결점을 효과적으로 커버해준다는 것. 대신 옷 자체가 강렬한 만큼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액세서리 매치에 있어선 최대한 힘을 빼야 세련되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