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각자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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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여행’ 두 단어로 충분히 설레지만 마음속에 그리는 그림은 제각기 다르다. 그저 바라보고 거닐거나 뛰어들고 파도를 타는 사람까지, 저마다 다른 바다 여행 궁극의 목적지를 물었다.


1. 이곳의 바다는 무엇이 인상적이었나?
2. 여행 기간 동안 주로 뭘 하며 보냈나?
3. 숙박이나 교통에 대해 팁을 준다면?
4. 추천 장소가 있다면?
5. 어떤 사람들이 여기 가면 좋을까?

하와이

하와이

하와이

하와이

하와이

하와이

하와이

하와이

뛰어드는 바다 – 하와이  / 조소영 (프리랜스 에디터)

1. 호놀룰루 트라이애슬론과 화보 촬영, 친구들 과의 여행을 위해 여러 번 찾은 곳이지만 바다를 사랑하는 평생의 연인인 남편과 함께한 여행은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하와이를 보고 느끼게 했다. 와이키키 비치보다는 와이메아, 선셋 비치 등 노스쇼어(North Shore)의 거친 비치를, 비치보다는 바다에 뛰어들기를 좋아하는 우리가 매일같이 찾은 곳은 차이나 월스(China Walls)다. 거대한 지층으로 형성된 절벽과 바다가 맞닿은 이곳에서는 다이빙과 작살낚시를 즐기는 소년과 바다 수영을 즐기는 소녀가 마치 프랑수아오종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련하게 어우러진다. 하루는 여느 때처럼 수영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혹동고래가 나타난거다. 한쪽에서는 명료한 색감의 노을이 지고 반대편으로는 고래가 지나가고 절벽 위 다이버들은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장면을 바다에 누워 관망했다. 여행에서 이보다 완벽한 순간이 또 있을까?

2. 10일간의 여행 기간 동안 트레킹과 바다 수영을 반복했다. 웬만한 트레킹 코스는 이미 다녀온 터라 좀 더 난도 있는 하이킹 코스를 찾던 중 ‘Stairway to Heaven’과 ‘Deadmans Catwalk’를 발견했다. 두 곳 모두 하이킹이 금지된 꽤 험난한 코스지만 정상에서 느낀 짜릿한 쾌감이란 이제까지의 트레킹 코스와는 견줄 바가 못 되었다.

3. 일정의 반은 와이키키 비치 쪽에 머물며 관광객 놀이를 즐기고 나머지 반은 노스쇼어의 비치 쪽에 머물며 현지인과 어울렸다. 이건 하와이의 극명하게 다른 두 얼굴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4. 오바마 대통령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한 우아히 아일랜드 그릴(Uahi Island Grill)에는 모든 메뉴가 하나같이 맛있으니 배를 단단히 굶주린 후에 찾는 편이 좋다. 다이아몬드 헤드 헬스바에서는 우주 최고의 아사이볼을 맛볼 수 있고, 라멘 나카무라(Ramen Nakamura)의 소꼬리 뼈 라멘은 꼬리곰탕보다 깊은 국물맛을 자랑한다. 호놀룰루 나이트 마켓(@hnlnightmarket), 로컬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벼룩시장(@artandflea)에 가면 이제까지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 허비한 시간이 아까워 배가 좀 아파올지도.

5. 하와이의 바다는 바라보기보다 뛰어들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넘치는 사랑이다. 하나우마 베이에서는 형형색색 물고기와 스노클링을, 터틀비치에서는 바다거북이와 함께 수영할 수 있고, 와이키키와 와이메아비치의 파도 차트는 매일매일이 풍년이니까. 아시다시피 혹동고래와 같은 바다에 떠 있는 순간을 허락하는 바다는 많지 않다.

발리 쿠타

발리 쿠타

발리 쿠타

발리 쿠타

발리 쿠타

발리 쿠타

발리 쿠타

발리 쿠타

서핑하는 바다 – 발리쿠타 / 김수영(파타고니아 마케터)

1. 발리는 1년 내내 서핑을 할 수 있어 서퍼들에겐 파라다이스 같은 곳.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쿠타(Kuta) 해변에서 빈탕 맥주 한잔과 함께 바라보는 선셋도 아름답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조용하고 깨끗한 천혜의 해변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 해변에서 서핑을 하다 보면 가끔 돌고래나 듀공, 거북이, 가오리, 상어도 만날 수 있는데, 수족관에 갇힌 적 없는 야생동물은 사람을 봐도 크게 경계하지 않고 먼저 다가온다. 한번은 서핑할 때 파도를 잡았는데 돌고래 한 마리가 오더니 내 속도에 맞춰 함께 파도를 타는 게 아닌가. 나도 한 마리 돌고래가 된 것 처럼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파도를 나눠 탄 그 때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2. 쿠타 해변에 있는 바루 서프 스쿨에서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6시에 모여 매일 새로운 해변으로 서프 트립을 떠났다. 오후에는 발리의 가로수길이라고 불리는 세미냑(Seminyak)에서 쇼핑을 하거나 조용한 논길을 따라 달리면 느낌 있는 서프 숍이나 커피숍이 나오는 창구(Canggu) 지역으로 마실을 나가곤 했다. 쿠타 지역엔 관광객에게 필요한 편의시설이 잘 모여 있지만 가끔은 혼잡함을 벗어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지역으로 여행도 다녔다.

3. 서핑에 집중하기 위해 서프 스쿨과의 접근성과 편의성, 그리고 소음으로부터 해방된 곳 을 물색했다. 더베네 호텔은 쿠타의 중심부 골목 중앙에 있어 차 소음으로부터 해방되어 있으며 가운데 수영장을 중심으로 ㅁ자로 방이 배치되어 안락함을 준다. 대부분의 호텔이 해변가에 있다고 광고하지만 아닌 경우도 많으므로 숙소는 처음부터 전 기간을 예약하지 말고 객실의 청결함이나 수영장 상태, 치안 등 을 점검해보고 고르는 게 나을 듯. 발리는 교통 체증이 극심하고 대부분 오토바이를 자가용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렌트하지 않으면 이동하는 데 제약이 많다. 택시는 미터기로 요금을 내는 블루버드 마크를 확인하고 탑승하는 것이 좋으며, 혹시 다른 회사 차량을 이용하면 탑승 전 금액 협상은 필수다.

4. 세미냑에는 근사한 카페가 몇 곳 있는데, 다양한 브랜드의 서핑용품을 판매하며 관련 서적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드리프터(Drifter) 숍에 마련된 카페를 추천한다. 창구의 명소라고 할 수 있는 데우스(Deus) 숍은 원래는 오토 바이 튜닝 숍이지만 국내에 많은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클래식하고 레트로한 스타일의 서핑을 콘셉트로 한 용품과 의류도 판매한다. 주말에는 유명한 서퍼들을 초청하여 음악과 술이 있는 파티도 열리니 사전에 체크하시길.

5. 더 늦기 전에 서핑에 도전하고 싶은 열정 넘치는 분들. 파도가 크고 거칠어 쉬운 도전은 아니지만 제대로 서핑을 배워보고 싶다면 무조건 발리를 추천한다. 따뜻한 날씨에 비키니/ 보드쇼트 차림으로 서핑하고 싶다면 더더욱 발리로 와야 한다. 인천-덴파사르 직항이 거의 매일 운행한다. 발리의 날씨는 건기(5~9월)와 우기(10~4월)로 나뉘는데, 건기에는 일교차가 우기보다 큰 편이라 아침저녁으로 약간 쌀쌀하며, 우기에는 습하고 게릴라성 소나기가 자주 내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6월부터 8월까지이다. 보통 처음 발리에 오는 사람들은 주로 숙소 주변을 탐색하는데 그치지만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고 지리를 조금 파악한다면 가볼 만한 곳이 정말 많다. 치안도 꽤 안전한 편이라서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인도네시아어를 조금만 해도 금세 흥정 가격이 달라진다. 서핑을 하더라도 물때에 맞춰서 하루 중 가장 파도 컨디션이 좋은 시간을 골라 2~3시간 정도 타기 때문에 서핑과 관광을 얼마든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친퀘테레마나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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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퀘테레마나롤라

친퀘테레마나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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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바다 – 친퀘테레마나롤라 /  홍예원 (한의사)

1. 로마 북부 지역만 10일 기간을 잡고 다녀온 여행이었는데, 특히 포르토피노와 친퀘테레 중 마나롤라라는 곳이 인상이 깊었다. 포르토피노 가 부유층을 위한 휴양 항구도시라면 마나롤라 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어촌이다. 햇살과 바다 의 물결이 만나 반짝이는 수면 위로 건강미 넘 치는 청년들이 다이빙하는 한 장의 사진을 보 고, 저기 가서 저들과 함께 뛰어들어야겠다고 결정해버렸다.

2.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고, 바닷가 해산물 레 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와 와인으로 충만한 시 간이었다. 막상 뛰어들려니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바다가 눈앞에 있었고, 보기엔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저물녘이라 바람이 차고 해수의 온도를 가늠할 수 없어 두려움이 앞섰다. 절벽 에 섰을 때의 그 막막한 느낌을 회상하면 지금 도 식은땀이 난다. 여차저차해서 눈 딱 감고 뛰 었는데, 차가운 바닷물이 온몸을 감싸고 돈 그 느낌, 바닥을 짚지 못해 갈 데 없이 헤매던 내 요란한 발길질을 잊지 못하겠다. 그러나 그 후 에 오는 벅차오름 때문에 3번은 더 뛰어들었다.

3.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다닥다닥 붙은 파스텔 톤 집 중 한 곳의 방을 빌렸다. 유네스코에서 지 정한 보호구역이라 차를 가지고 마을 내로 진입 할 수 없으므로 마을 어귀의 주차장에 렌트카를 주차했다. 주차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기차보다 는 이탈리아 서부의 해안도로를 렌트카로 여행 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곧 떨어질 것 같은 절벽 을 아슬아슬하게 운전하는 것도 묘미일뿐더러 그곳에서 보는 바다는 정말 아름답다.

4.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싸고 향긋한 화이트 와인과 먹을 수 있는 로컬 식당이 곳곳에 있다. 좁은 골목을 따라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소박한 어촌 마을의 귀여운 아이들이나 고양이 들과도 마주하게 되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었다.

5. 북적북적한 관광객들로 가득한 바닷가에 지 친 사람, 에메랄드빛 바다와 모래사장보다 한국 의 동해안이나 검푸른 바다, 거친 파도가 부딪 치는 검은 바위가 있는 풍경을 좋아하는 분들 이 가면 좋을 것 같다. 모험을 좋아한다면 무작 정 그 바다 속으로 뛰어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 으면 바닷가에 위치한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석 양을 보며 (와인을 기울이며) 시간을 보내는 걸 추천한다. 바닷가재 파스타가 정말 맛있다.

나오시마

나오시마

나오시마

나오시마

나오시마

나오시마

예술이 있는 바다 – 나오시마 / 박현주 (번역가)

1. 이곳의 바다는 미술관, 작품과 어우러져 예술의 일부로 기능한다는 게 멋졌다. 가령, 스기모토 히로시가 설계한 신사는 지하의 동굴과 유리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동굴에서 바깥으로 나갈 때 펼쳐지는 바다는 그의 유명한 사진 작품 ‘바다 풍경’ 연작과 동일한 시각적 경험을 준다. 수평선을 따라 반으로 양분된 바다. 색면 회화의 감상과도 비슷하다. 베네세 미술관에는 실제로 야외에 사진이 걸려 있어서 나오시마의 바다와 나란히 놓고 볼 수도 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중 미술관의 카페테리아에서는 바다를 보며 맥주를 마실 수도 있다. 아, 우연히 섬에 와 있던 안도 다다오 씨를 직접 보았다! 수줍어서 사인해달라는 말은 하지 못했지만.

2. 여행은 꽉 찬 12일. 새벽에 인천에서 출발해서 오카야마에서 1박을 하는 일정이었다. 나오시마의 베네세 하우스에서 묵을 수도 있지만, 예약을 미리 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한다. 니시무라야라는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도 추천받아서 다음에는 그곳을 이용해볼까 하는 중.

3. 섬 자체가 커다란 미술관. 베네세, 이우환, 지중 미술관이 가장 중심이지만, 작품으로 개조한 개개의 집도 시간이 넘친다면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들.

4. 제임스 터렐 + 안도 다다오의 미나미데라에서는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나는 과정에서 종교적인 체험을 할 수 있었다.

5. 미술 작품 하나를 몇 시간 두고 보더라도 질리지 않는 사람들. 다시 배를 타고 나와야 해서 미술관을 충분히 돌아보지 못하는 게 아쉬웠고, 다음 기회에는 근처의 데시마, 이누지마 등 다른 섬까지도 다 돌아볼 작정. 또, 미술관 사이의 거리가 멀고 주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야 하므로 다리 근력이 중요하다!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느긋한 바다 -바르셀로나 / 정유진 (텍스트 온 텍스쳐 디자이너)

1. 나에게 바르셀로나는 바다에 의한, 바다를 위한 도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바다와 밀접한 도시로 느껴졌다. 물속에 들어가는 것보다 바다를 누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수영복을 입고 머물다 가기 편한 재질의 바닷가 근처 레스토랑 의자, 바다와 햇살에 최적화된 사람들의 옷차림, 해변 스포츠, 아기부터 노인까지 자연스럽게 비치타월이나 모래에서 신는 신발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 광량이 풍부한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노인들의 온화한 표정, 청년들의 그을린 피부 등. “바다에 가자!”고 기합을 넣거나 크게 마음을 먹는 게 아니라 학교가 끝나면, 혹은 점심시간에 개성이 잔뜩 묻어 있는 전용(!) 타월을 챙겨 바다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 그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만약 서울 시민들이 한강을 좀 더 적극적으로 누린 다면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 3주간의 긴 일정이어서 마음이 놓였는지 느슨하게 보냈다. 도시의 공기가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그저 내가 게을러서일 수도 있지만. 여름이었기 때문에 대세를 거스르지 않고 바르셀로나타(Barcelonata Beach)를 가장 자주 갔고, 다음으로는 보케리아(Boqueria) 시장에 많이 갔다. 과일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쌌다. 근교 섬으로 떠나거나 가우디의 건물을 본 날도 있었지만 미술관이나 서점, 카페에 가거나 과일을 사서 해 질 때쯤 해변에 들렀다 숙소로 가는 날이 가장 좋았다.

3. 친구의 집과 한인 숙소를 번갈아 가며 묵었다. 스페인은 생각보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편이라 당황했는데, 현지에 사는 한국 분들이 주는 팁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다시 간다면 무조건 해변 근처의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고 싶다. 교통은 무척 편리하다. 자전거를 탈 줄 안다면 자전거로 다니는 것도 너무 좋다. 빛과 바람이 너무 특별한, 자전거를 타기에 최적의 도시다.

4. 160년 된 견과류 가게 E&A Gispert와 바르 셀로나 현대미술관 Macba. 작지만 안으로 길고 깊은 구조의 가게에 들어서면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견과류를 즐기지 않는 이들을 위해 초콜릿을 묻힌 말린 과일도 있다. 한 봉지 사서 현대미술관 공터 근처 카페에 앉아 콧잔 등이 붉은 소년 소녀 보더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그들의 젊음에 묻어가고 싶어진다.

5. 푹 자고, 아침 겸 점심으로 맛있는 것을 먹고, 수영을 하거나 해변에 누워 있고, 다시 푹 자기 위해 맛있는 저녁을 먹는 것만으로 여행 일정을 짜는 것이 충분한 사람.

에디터
황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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