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좀 그만 사라”는 부모님의 잔소리 앞에서 우리가 들이밀 건 두툼한 책뿐이다. 이런 패션에는 이런 책이 제격이다.

Y/프로젝트 +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Y 교수와의 대담>
Y가 들어간다는 한심한 이유로 고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법도 한데, 맞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Y 교수와의 대담>은 화자가 인터뷰어인 Y 교수와 만나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 전부다. 이런 황당한 구조를 통해 문학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문학을 구성하는 작가, 문학상, 독자를 조롱한다. Y/프로젝트가 하는 일도 비슷한 거 아닌가?

조르지오 아르마니 + 안토니 F. 괴첼의 <동물들의 소송>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2016 F/W부터 더 이상 퍼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제 그는 코트 주머니에 양모 1g도 쓸 수 없게 됐다. 퍼를 사용하지 않는 아르마니 옷에는, 동물의 존엄성에 대해 변호사 안토니 F. 괴첼이 엄청 자세히 길게 쓴 <동물의 소송>이 딱이다. 이 책의 한 문구를 빌리자면 “진정으로 밍크를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밍크 자신이다.”

루이 비통 + J.G. 밸러드 <물에 잠긴 세계>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그리는 디지털, 사이보그 세계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영국의 펑키한 SF 작가 J.G. 밸러드의 소설을 읽을 차례다. <물에 잠긴 세계>는 이상 고온으로 빙하가 녹아 지구가 물에 잠긴 2145년을 그리고 있다. 썩은 하수구 냄새가 진동하는 수중 도시에서 루이 비통 가죽 재킷은 좀 부담스럽긴 하겠지만.

로다테 + 마이클 르윈 <인디애나 블루스>
비록 로다테의 케이트와 로라 멀리비 디자이너는 여름 내내 엘리자베스 브라우닝과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읽었지만 1970년대 할리우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들의 옷에는 1971년에 출간된 탐정 소설 <인디애나 블루스>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소도시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사건을 맡아 바빠진 탐정 앨버트 샘슨의 유머러스한 활약을 담은 소설로, 웃긴다.

Y’s 록산 게이 <나쁜 페미니스트>
선정적인 제목과 달리 <나쁜 페미니스트>는, 핑크색을 좋아해도 패션지를 끼고 살아도 다소 부족해도 페미니스트일 수 있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책의 어떤 인용에 따르면 페미니스트는 “개똥 같은 취급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여성일 뿐”이다. 남자들이 왜 옷을 그렇게 입냐고 하건 말건, 여성들에게 몸을 감추는 법을 알려준 요지 야마모토의 Ys는 넉넉하고 예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