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네사 비크로프트에게 보낸 이메일의 답장이 도착했다. 그 안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함께 작업할 땐 칸예 웨스트의 재능 안에서 보호받는 기분이다. ‘아티스트 바네사 비크로프트’라는 수식어를 내려놓고 원하는 대로 한다. 칸예는 내가 그러도록 허용한다.” 이건 바네사 비크로프트가 직접 전한 그녀, 그리고 칸예 웨스트와의 작업에 관한 이야기다.

난민 캠프를 모티프로 한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엄청난 숫자의 일반인 모델이 등장한 칸예 웨스트의 이지 시즌 3 2016 F/W 컬렉션.

난민 캠프를 모티프로 한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엄청난 숫자의 일반인 모델이 등장한 칸예 웨스트의 이지 시즌 3 2016 F/W 컬렉션.

난민 캠프를 모티프로 한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엄청난 숫자의 일반인 모델이 등장한 칸예 웨스트의 이지 시즌 3 2016 F/W 컬렉션.

난민 캠프를 모티프로 한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엄청난 숫자의 일반인 모델이 등장한 칸예 웨스트의 이지 시즌 3 2016 F/W 컬렉션.

1993년 바네사 비크로프트가 첫 작업을 공개했을 때, 예술계는 시끄러웠다. 한 무리의 여성이 참여한 독특한 퍼포먼스는 폄하당하기도 했고, 반면 팬덤도 만들어냈다.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화제를 일으킨 그녀가 칸예 웨스트를 처음 만난 건8 년 전이다. 바네사는 칸예의 <808s & Heartbreak> 앨범과 관련된 아트 작업에 참여했고, 함께 런웨이 필름을 만들었으며, 마이애미 아트 바젤에서의 퍼포먼스도 함께 기획했다. 또한 종종 칸예의 콘서트 무대를 디자인했고, 킴과의 결혼식을 위한 아트 디렉션도 담당했다. 바네사는 칸예 웨스트에게 예술적인 진지함을 실어줬고, 칸예는 바네사를 자신의 이름을 아는 전 세계의 대중이 알도록 각인시켰다. 그리고 이 둘의 협업이 정점을 찍은 작업이 이번 2016 F/W 뉴욕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이지 시즌 3 패션쇼다.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꽉 채운 일반 모델들이 전한 폭발적인 에너지는 실로 놀라웠다. 이후 밀란 패션위크 기간엔 토즈 하우스와의 협업으로 이탈리아 가죽 장인들에게 헌정하는 ‘VB 핸드메이드’ 퍼포먼스를 진행한 바네사 비크로프트에게 궁금함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그녀로부터 답장이 도착했다.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칼리 클로스를 비롯한 모델들이 걸친 가죽 조각을 장인이 즉석에서 바느질해 각각 한 벌의 룩으로 탄생시킨 토즈의 2016 F/W 컬렉션의 ‘VB 핸드메이드’ 퍼포먼스 현장.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칼리 클로스를 비롯한 모델들이 걸친 가죽 조각을 장인이 즉석에서 바느질해 각각 한 벌의 룩으로 탄생시킨 토즈의 2016 F/W 컬렉션의 ‘VB 핸드메이드’ 퍼포먼스 현장.

칸예 웨스트와는 어떻게 처음 만났나? 2008년, 그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나의 스튜디오에 찾아왔다. 그는 작업 중인 앨범이 곧 나올 것이라며 어머니의 죽음, 연인과의 이별, 그리고 등 돌리는 대중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나의 개인적인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뿐더러 예술에 관한 그의 큰 애정에 감동해 함께 작업해보자고 합의하게 되었다.

쇼와 관련해 칸예가 많은 지시를 내리나? 칸예는 지시를 내리는 류의 사람이 아니다. 함께 아이디어, 기억, 판타지, 비주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뒤에 난 시간을 보내며 상징적인 대표 이미지를 그려본다. 그런 다음 작업 방향을 정한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처럼 넓은 공간에서 쇼를 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은 없었나? 글쎄. 기대보다 좁았다. 실제 르완다 난민 캠프처럼 경계가 없는 광활한 외부 공간을 그렸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공간 안을 모두 사람으로 채우고자 했고, 그 생각은 쇼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개인 작업과 비교했을 때, 칸예와의 작업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 여성과 백인, 예술계라는 범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페미니즘과 빈곤 등 당신의 예술 작품이 갖고 있는 키워드가 칸예와 만나면 또 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칸예는 시대적 흐름에 놀라울 만큼 민감한데, 그런 성향이 그에게 사회적인 힘도 갖게 만든다. 그는 인도주의적이며, 그런 부분을 진부한 기부나 봉사로 보여주기보다 진정성 있는 가사로 전하고자 한다. 그는 시인이다.

이지 시즌 3뿐만이 아니다. 이번 토즈 컬렉션에도 참여했다. 토즈 하우스는 내게 장인 정신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영감을 받은 건 한 여인이 커다란 테이블에 누워 있고, 이를 사람들이 둘러싸고 서 있던 기 부르댕의 사진이다. 나는 토즈 하우스의 가죽을 좀 달라고 했고, 모델들이 이를 걸친 채 꿰매어 옷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해보자고 했다. 모델들이 야생의 인간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 보면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사람의 몸을 커뮤니케이션의 장치로 사용하는 데에 관심이 많고, 옷은 몸 위에 사회적, 정서적인 이야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