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과 원더우먼에게는 스크린에 등장하지 않는 조력자들이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감독인 잭 스나이더와 액션 배우 전문 트레이너인 마크 트와이트가 영웅들의 비밀에 대해 털어놓았다.

1316-VF-4GYM64-01<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원더우먼 역할로 갤 가돗을 캐스팅한 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자신의 여러 작품에서 보디 트레이닝을 맡아온 마크 트와이트에게 그녀를 만나봐달라고 요청했다. 스나이더는 178cm의 키에 슈퍼모델처럼 깡마른 가돗이 탄탄한 체격의 만화 속 여장부가 될 수 있을지 알고 싶어 했다. 트와이트는 다소 충격을 받은 듯한 목소리로 배우에 대한 첫인상을 되새겼다. “팔 전체가 손목 같았어요. 팔꿈치가 그녀의 팔에서 가장 두꺼운 부분이었죠.” 그는 과연 가돗이 촉박한 제작 일정에 맞춰 필요한 만큼 근육을 키울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고 한다. 배우 역시 몸을 단련해야 한다는데 는 동의하면서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우락부락한 몸을 갖고 싶지는 않아요. 보디빌더처럼 보이기는 싫거든요. ”
트와이트는 여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남성보다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근육을 만들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보디 이미지에 대한 감독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트레이닝과 식이요법은 분명 효과가 있지만 마법을 부리지는 않는다. 가돗은 9개월간 집중 관리를 받으며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위해 전력 투구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영화 속의 원더우먼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트와이트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이 배우는 자신의 근육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트와이트의 훈련 철학은 아주 간결하다. 외모는 피트니스의 결과이며 자신감은 자신이 가진 역량의 결과라는 것이다.
갤 가돗의 변화는 잭 스나이더와 마크 트와이트가 지난 15년간 함께 이룬 여러 성취 중 하나에 불과하다. 무척 힘겹고 비인간적이기까지 한 영화 제작 환경에서 신체적 단련을 통해 각 개인의 성장까지 유도하려는 게 그들의 목표다. 둘이 처음 만난 시기는 2001년이었다. CF 감독이었던 당시의 스나이더가 고지에서의 촬영을 위해 산악 안전 전문가인 트와이트를 고용한 것이다. 알프스 산맥을 정복한 등반가 출신인 트와이트는, 그 무렵 아내 리사와 함께 솔트레이크에 헬스장을 차리고 동료 등반가 및 종합격투기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해군 엘리트 부대를 비롯한 군인과 경찰의 고지대 훈련 지도 역시 그의 업무였다. 스나이더는 트와이트를 두고 “정글에서 사람들에게 독을 마시게 할 수도 있는 남자”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남다른 카리스마에 대한 나름대로의 칭찬이었다.
2005년에 잭 스나이더는 테르모필레 전투를 소재로 한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300>을 영화로 각색했다. 이때 트와이트는 서른다섯 명의 배우와 스턴트맨들을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스파르타 전사로 변신시켰다. 각각의 근육군을 고립시킨 뒤 집중적으로 단련해 키우는 전형적인 방법을 쓰는 대신, 그는 군부대 훈련 당시 사용한 방식을 도입했다. 복합적인 움직임을 수반하는 고강도의 인터벌 프로그램으로 배우들의 지방을 자연스럽게 태워버린 것이다. 여기에 CG의 힘을 조금 빌리자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위풍당당한 체격들이 완성됐다. 영화는 4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고, <300> 출연진의 몸은 할리우드 액션 장르에서 남자 배우들이 따라야 할 새로운 기준이 됐다. 스나이더는 트와이트에게 제작 기간 동안 자신과 스태프들이 할 수 있는 별도의 운동 프로그램도 짜줄 것을 부탁했다. “배우들은 왜 스크린에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힘들게 운동하는지 궁금할 거예요.” 트와이트의 이야기다. “운동을 사랑하고, 그 운동이 본인들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깨달은 이들이기 때문이죠.”
<맨 오브 스틸> 역시 스나이더와 트와이트가 함께한 작품이다. 슈퍼맨을 연기하기 위해 헨리 카빌은 근육량을 7kg가량 늘렸다. 그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러셀 크로는 15kg을 감량했으며, 악당으로 등장한 마이클 섀넌은 체육관에 드나드는 습관을 키우게 됐다. 트와이트는 배우 개개인의 체격에 맞는 맞춤형 트레이닝을 시도했다고 한다. 남자 배우에게 가장 먼저 하는 조언은 덤벨 무게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것이다. 여자 배우에게는 체중계 숫자에 대한 미련을 접으라고 말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과 <원더우먼> 외에도 트와이트는 여러 슈퍼 히어로 블록버스터에 참여하고 있다. <아쿠아맨>의 제이슨 모모아, <더 플래시>의 에즈라 밀러,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 파트 1>의 레이 피셔가 그의 관리하에 몸을 만들고 있다. 런던 북서쪽의 워너브라더스 사 내에 지은 체육관에서는 작년 11월 내내 부트 캠프를 열어 <원더우먼>에서 아마존 전사를 연기할 배우들을 훈련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 스태프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했다.“한 편의 영화에서 또 한 편의 영화로 이어지는 하나의 신체적인 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스나이더와 트와이트가 공히 추구하는 바다.
트와이트는 갤 가돗이나 헨리 카빌처럼 그를 통해 일종의 통과의례를 치른 배우들과의 작업에서 특히 큰 성취감을 맛봤다고 말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맨 오브 스틸>을 위해 카빌을 훈련시켰던 11개월은 최전방의 참호에서 보낸 시간 같았다. 모든 과정이 끝난 뒤 그는 배우에게 짧은 편지를 썼다. 첫 문장은 ‘빌어먹게 우울했던…’이라는 표현으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