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클래식이 될, 긴소매 셔츠의 미학.

긴팔셔츠 이미지 완성시작은 2014 F/W 셀린 쇼의 피비 파일로였다. 런웨이에 등장한 스웨터 안에 레이어드 된 체크무늬 긴소매 셔츠는 신체의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온몸을 감쌌고, 노출 하나 없이 삐죽 나온 가녀린 손끝에서는 어딘지 비밀스러운 느낌이 전해졌다. 이와 달리 이번 시즌 베트멍에 등장한 긴소매 셔츠는 또 다른 이야기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셀린의 셔츠가 사무직 남자친구의 셔츠였다면 베트멍의 셔츠는 오토바이 좀 몰았을 것 같은 폭주족, 마초 기질이 넘치는 로커 남자친구의 큼직한 셔츠를 입은 여자를 떠오르게 만들었달까. 그의 쇼에 등장한 긴 소매 셔츠는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영화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 <대통령의 연인> 속 아베트 베닝이 남자친구 집에서 밤을 지새운 뒤 그의 옷을 얻어 입은 듯한 섹슈얼한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이처럼 셔츠라는 아이템은 남녀노소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이기 때문에 더 다양한 드라마를 투영할 수 있다. 여기에 크고 뚝 떨어지는 남성적인 실루엣까지 더해지면 내 옷이 아닌 아리송한 느낌의 스토리까지 자연스레 더해지는 것. 심지어 간단한 스타일링에 따라서 그 무드는 천차만별로 바뀌니 더욱 훙미로울 수밖에 없다. 단추를 풀어 쇄골을 한껏 드러내면 페미닌한 무드를, 편안한 청바지와 스니커즈에 매치하면 옷이 몸에 맞는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러프한 매력의 프렌치 여인을 떠오르게 만든다. 이 길고 넉넉한 셔츠는 지금 가장 핫한 트렌드임은 분명하지만, 한 시즌 몰아치고 사라질 하루살이 트렌드는 아니다. 다양한 스타일과 무드를 간결하게 담기에 이보다 더 적당한 아이템은 없으니까. 머지않아 긴소매 셔츠는 클래식이란 이름으로 또다시 회자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