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사랑한 한국 여자와 한국을 사랑한 파리 남자. ‘위빠남(OUI PANAME)’의 두 디자이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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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온 위빠남의 디자이너 유은송과 줄리앙 코스통을 만나러 카페 ‘옹느세자매(on ne sait jamais)’에 도착했다. 둘은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두 사람은 작년 9월 프랑스에서 부부가 됐고 얼마 전 한국에 들어왔다. 위빠남은 긍정적인 브랜드다. 심플하지만 아무 설명 없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브랜드. 처음 시작도 아주 단순했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너 중국인이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들게 된 것이 J‘E SUIS COREENNE(나는 한국 여자입니다)’ 티셔츠죠.”

‘요일 시리즈’도 매 시즌 조금씩 다른 형태로 선보이며 시그너처로 자리 잡았는데, 박찬욱 감독의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본 줄리앙이 영화 속 임수정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영화에서 임수정이 요일마다 정해진 팬티를 입어요. 프랑스도 어릴 때 부모님이 요일마다 티셔츠를 주곤 하거든요. 매일 고민 없이 티셔츠를 입을 수 있다면 어떨까 싶었죠.” 처음 세 시즌 동안 위빠남은 두 사람에게 부업에 가까웠다. 유은송은 델핀 들라퐁에서, 줄리앙은 라코스테에서 일을 하며 시그너처 아이템만을 시즌별로 조금씩 다르게 내는 정도였다. 위빠남에 올인하기로 한 건 2015 F/W 때. 그 시기에 둘은 결혼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컬렉션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둘은 프랑스와 한국이라는 요소에 집중했다. ‘OUI 빠남’이라는 불어와 한글이 합쳐진 로고나 프랑스 국기 벨크로에 태극기 패치를 붙이는 디자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의 아이덴티티는 두 나라의 요소들을 사이좋게 반반씩 담고 있다. 한글 디자인 역시 위빠남의 상징처럼 자리 잡아가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 JE SUIS COREENNE’ 디자인은 유은송이, ‘프랑스사람’ 디자인은 줄리앙이 제안했다는 점이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간판의 대부분이 영어였어요. 한글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자기 나라 언어를 쓰지 않을까 싶었어요.” ‘프랑스사람’ 티셔츠는 실제로 프랑스인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다. 입고 있으면 사진을 찍을 수 있겠느냐며 다가오는 한국인도 많았다고 한다. “옷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부분이 좋았어요. 한국인, 프랑스인 할 거 없이 모두 재미있어하는 게 신기했죠.” 이러한 현상은 두 사람에게 큰 자극을 줬다. 유은송의 경우 에스모드 파리에서 오트 쿠튀르를 전공했고, 파스칼 밀레와 델핀 들라퐁에서 일했다. 줄 리앙 역시 안드레아 크루즈 같은 아방가르드한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했음에도 위빠남은 그와 정반대인 단순함을 추구한다.“ 길에서, 지하철에서 우리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우리가 직접입을 수 있는, 접근이 쉽고 실용적인 옷을 만드려고 해요.”

파리에서 시작된 위빠남은 최근 서울로 거점을 옮 겼다. 프랑스에 있었을 때 유은송이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시점이 이제는 줄리앙의 시점으로 바뀐 것이다. 현재 한남동에 쇼룸을 알아보고 있고, S/S 시즌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줄리앙은 한국을 너무 사랑해요. 한남동으로 이사온 이유도 한국 냄새가 물씬 나서죠. 줄리앙과 제가 반대의 상황이 되었으니 또 다른 재미있는 것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위빠남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프랑스 남자와 한국 여자. 마침 2016년이 한불수교 130주년인 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