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디자이너 ‘마르탱 마르지엘라’에게 바치는 헌사와 같은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첫 컬렉션을 선보인 베트멍은 ‘전복적인 뒤틀기로 재미를 더한 일상적인 패션’으로 세 시즌 만에 파리 패션위크의 빅 쇼로 떠올랐다. 한동안 패션계의 중심이었던 90년대 미니멀리즘, 과장된 80년대 무드, 패스트 패션의 가벼움과는 발상부터 다른 철학적이면서도 자못 실용적인 접근 방식이 강박적인 트렌드에 피로해진 사람들에게 세련된 대안처럼 다가온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각광받는 마르키스 알메이다, Y 프로젝트를 비롯한 여러 젊은 브랜드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해체와 재조합을 근간으로 하는 이런 변주법이 쿨한 대안으로 부상한 건 2016년이 처음은 아니다. 베트멍식의 극단적인 오버사이즈와 일반 모델 캐스팅, 마르키스 알메이다의 데님 해체, Y 프로젝트의 전위적인 커팅과 스타일링 등 많은 부분을 2009년 은퇴한 디자이너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아카이브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지난 시즌 엄청나게 팔린 베트멍의 XXXXL 사이즈 후드 티셔츠와 항공점퍼의 원류를 찾아보고자 한다면 마르지엘라가 옷의 ‘사이즈’에 관심을 갖게 된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는 1994년 마론 인형 바비의 옷을 실제 사람 사이즈로 구현해보며 비율에 관심을 키웠고, 이는 2000 S/S 컬렉션에 드라마틱한 오버사이즈 룩을 등장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결국 당시의 실험적인 컬렉션이 없었다면, 베트멍의 히트작들 역시 탄생 못했을지도 모를 일인 것.

패션 저널리스트 사라 모어는 마르탱 마르지엘라에 관한 최근 글에서 이를 ‘은유적이며, 가장 우아한 90년대식 스트리트 무드가 담긴 브랜드’라 말했다. 그리고 당시 수많은 청춘을 열광시킨 그의 철학은, 마치 데자뷔처럼 후배들의(뎀나는 실제로 그가 떠난 마르지엘라 하우스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손끝에서 새 생명력을 얻어 다시금 엄청난 지지를 얻고 있다. 한 디자이너의 사조가 이토록 큰 흐름으로 재조망되는 일은, 앞으로도 드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