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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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위적이지만 친근하고, 도발적이지만 실용적인 옷을 만드는 베트멍의 데마 즈바살리아(Damna Gvasalia). 젊은 세대와 동시대 패션을 위한 미적 비전을 제시하는 그는 지금 파리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다. 발렌시아가의 수장으로서 데뷔전을 앞둔 그가 <W Korea>의 러브콜에 응답했다.

소매가 긴 줄무늬 셔츠와 꽃무늬 에이프런 드레스, 꽃무늬 웨스턴 부츠는 모두 베트멍 제품.

소매가 긴 줄무늬 셔츠와 꽃무늬 에이프런 드레스, 꽃무늬 웨스턴 부츠는 모두 베트멍 제품.

20158월호 더블유 코리아에 당신과의 인터뷰가 실린 이후로 반년 만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기쁘다. 그사이 당신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당신의 생활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은 무엇인가?
두 개의 흥미로운 브랜드, 베트멍과 발렌시아가를 담당하게 됐다는 사실이겠다.

발렌시아가와 베트멍이라는 두 레이블을 어떠한 차별점을 가지고 이끌어갈 생각인가?
내가 어디서 일하든 나는 같은 사람이다. 성격이 크게 다른 두 브랜드의 비전이 한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베트멍은 론칭 이후 괴물 같은 속도로 성장했다. 지금도 여전 히 디자인팀은 5명으로 운영되나?
베트멍은 패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다. 우리 디자인팀은 베트멍이라는 브랜드 시작 때부터 동고동락한 팀이다. 여전히 소수 정예이고, 일하는 방식도 베트멍 론칭 시점과 같이 그대로다.

2015 F/W VETMENTS

2015 F/W VETMENTS

2015 F/W VETMENTS

2016 S/S VETMENTS

당신은 본인을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재봉사’라 칭한다. 디자이너와 재봉사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드레스메이커, 즉 재봉사다. 우리는 옷을 만들지 패션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개 패션에서 자신의 꿈, 환상을 찾는다. 일상에선 입지 못할 아름다운 옷을 동경하 고 흠모한다. 하지만 내게 패션의 의미는 좀 더 실제적이고 실용적이다. 우리의 관심사와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들이 입을 옷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패션 디자이너는 패션을 이끌어가는 것이고, 그건 우리의 영역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재봉사로서 옷 자체에 집중하고, 누군가가 실제로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2016 S/S 컬렉션이 화제다. 특히 쇼의 베뉴로 택한 중국집이 이슈였다. 이 장소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쇼를 위해 가장 ‘파리’다운 장소를 찾았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장소 중, 쇼가 열린 중국집이 가장 파리스러웠다. 무척 현실적이고 친근한 장소였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이 레스토랑이 가장 파리다웠다.

쇼의 오프닝 모델로 DHL 티셔츠를 입은 고샤 루브친스키 (Gosha Rubchinsky), 그리고 피날레 모델로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 아담(Lotta Volkova Adam)이 나온 것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들을 런웨이에 세운 계기는 무엇이었나?
굳이 뮤즈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겠지만, 로타는 나의 친구이자 베트멍의 일원으로 캐스팅부터 스타일링까지 베트멍의 브레인스토밍을 담당하며 함께 옷을 만드는 여성이다. 그러니 그녀가 우리 쇼에 서서 우리 옷을 입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고샤는 대학 친구이다. 베트멍의 이미지와 잘 맞는 그가 쇼의 오프닝을 맡아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오른 즉시 그에게 제안했는데, 그 역시 쿨하게 승낙했다.

셔츠의 앞뒤가 뒤바뀐 독특한 형태의 재킷과 팬츠는 베트멍 제품.

셔츠의 앞뒤가 뒤바뀐 독특한 형태의 재킷과 팬츠는 베트멍 제품.

소매가 넓은 재킷과 팬츠, 아가일 패턴 니트 베스트와 양말 형태의 독특한 부츠는 모두 베트멍 제품.

소매가 넓은 재킷과 팬츠, 아가일 패턴 니트 베스트와 양말 형태의 독특한 부츠는 모두 베트멍 제품.

아이디어 북(Idea Book)과 함께 사진집을 500권 한정 출간 하는데, 이는 어떻게 계획된 것인가?
사진집을 통해 옷을 만드는 일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 패션이 아닌 옷을 만드는 것 말이다. 그리고 패션계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도 보여주고 싶었다.

옷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때를 기억하나?
나에 대한 첫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때부터 나는 옷을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언제나 나는 옷을 사랑했다.

당신은 늘 ‘우리 시대에 속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 시대의 패션에 대해 정의해본다면?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더 개별적인 접근법을 택하고 남들과 달라지길 원한다. ‘잇’ 백의 사멸이 이를 입증한다. 내가 좋아하는 옷을 만들고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것 이 곧 우리 시대의 패션이다.

소셜미디어가 지배하는 요즘 패션은 너무 빠른 주기와 너무 많은 컬렉션으로 움직인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오늘날은 패션뿐 아니라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다. 사이클에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은 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인더스트리얼적 사이클에서 살게 될 것은 분명하다. 적응하면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에디터
정진아
포토그래퍼
김희준
모델
장수임, 김병수
헤어
Martyn Foss Calder
메이크업
Yannis Siskos
파리통신원
Guilb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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