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개성이 담긴 다종다양한 프린트는 캣워크를 보는 각별한 재미 중 하나다. 취향과 기분에 맞춰 몸에 걸치면, ‘ 입는다’는 실용성과는 차원이 다른 나만의 ‘ 예술성’을 드러내는 짜릿한 기분마저 느낄 수 있다.

망가로 대동단결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공상과학 영화와 애니메이션 마니아인 건 익히 알려진 사실. 이번 시즌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과 게임 ‘파이널 판타지’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SF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프린트된 (물론 은유적으로 활용했다) 아이템들을 런웨이에 등장시켰다. 이에 더해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을 만화로 재해석해 차용한 올림피아 르탱, 영화 <엑스 마키나>에서 힌트를 얻어 여전사 만화 프린트를 제작한 필립 플레인까지, 그야말로 망가 전성시대다.

내가 간다 하와이
디자이너들이 식물 프린트 중에서도 열대지방 식물로 구성된 ‘트로피컬 프린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휴양지가 연상되는 유쾌함과 서정적인 꽃무늬로는 구현하기 힘든 정열적인 색감이 주는 화려함 때문이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각기 다른 무드로 트로피컬 프린트를 차용했는데, 익숙한 바캉스 무드와 달리 파티 룩으로 풀어낸 디스퀘어드2와 도심에 잘 어울리도록 재해석한 토즈의 룩이 돋보인다.

미술시간
프라발 구룽 드레스의 강렬한 붓 터치를 보면 이우환의 작품이 생각나고, 크리스토퍼 케인의 컬러 스프레이 페인팅 드레스는 어딘지 잭슨 폴락의 액션 페인팅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처럼 거장의 미술 작품처럼 담대한 터치가 돋보이는 프린트 아이템이 곳곳에서 출현했다. 맛과 멋을 살리고 싶다면 최대한 심플하게 소화하라.

 

정열의 북소리
꽃 프린트와 함께 S/S 시즌의 양대 산맥인 민속적인 프린트 역시 올봄에도 건재하다. 발렌티노와 이자벨 마랑 등의 런웨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이번 시즌의 특징은 브라운에서 버건디로 이어지는 ‘대지의 색감’이 대세. 도시에서 즐기고 싶다면 커다란 단색 니트 스웨터를 위에 겹쳐 입거나, 테일러드 재킷과 매치하는 식으로 민속적인 색채는 줄이고, 담백한 맛은 더하면 되겠다.

 

줄을 서시오
이번 패션위크 기간 중 가장 많이, 자주 런웨이에 등장한 프린트는 과연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 없이 ‘줄무늬’다. 도시와 성향을 막론하고 가장 많은 디자이너들이 변주한 프린트이기 때문. 그중에서도 시원하게 쭉 뻗은 넓은 너비의, 경쾌한 색감을 가진 줄무늬가 강세다. 도시와 휴양지 어디든 잘 어울리는 활용도 만점의 패턴!

내 속엔 네 얼굴이 너무 많아
가장 강력한 프린트 트렌드를 꼽자면, 단연 ‘얼굴’ 프린트다. 히치콕 시절의 고전 영화 여배우들의 얼굴을 잔뜩 프린트한 마크 제이콥스의 코트부터 스타워즈 포스터가 프린트된 베트멍 스커트, 롤링 스톤스 멤버들 얼굴이 수놓아진 언더커버 셔츠까지, 인물 선택부터 남다르다. 시선을 사로잡을 프린트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면, 이번엔 이거다!

점 , 선 , 면
단순 명료할 것, 반복적일 것, 두세 가지 색만 사용할 것. 2016 S/S 시즌 그래픽 프린트의 법칙이다. 키스 해링에게서 힌트를 얻은 J.W. 앤더슨의 선 그래픽과 아크네 스튜디오의 거대 도트 그래픽, 어릴 적 미술 시간에 그리던 바람 무늬를 닮은 스텔라 매카트니의 그래픽을 보면 알 수 있듯 1950년대 에밀리오 푸치식 그래픽 프린트와는 다른 절제된 패턴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