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생 로랑은 “청바지는 그 어떤 것보다 극적이고, 실용적이며, 편안하다. 이를 내가 발명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나의 옷에 담고 싶은 감정과 모던함, 관능, 간결함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라 말했고,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청바지가 “패션의 민주주의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이토록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오랫동안 사로잡아온 데님이 이번 시즌 더욱 다채로운 얼굴로 런웨이를 점령했다. 디자이너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새로운 데님들을 통해 읽어본, 데님의 지각 변동.

왼쪽부터 | VANESSA SEWARD, MARQUES ALMEIDA, HOOD BY AIR

왼쪽부터 | VANESSA SEWARD, MARQUES ALMEIDA, HOOD BY AIR

만능 해결사, 그 이름은 코트
‘데님 아우터 = 데님 블루종’이란 고정관념을 무너뜨려줄 강력한 외투 군단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데님 트렌치코트’! 1970년대 파리지엔 감성으로 가득한 바네사 시워드의 날 선 코트부터 마르키스 알메이다의 오버사이즈 롱 코트, 후드바이에어의 전위적인 코트까지, 안에 무엇을 입었든 이 외투들로 감싼다면 단번에 차려입은 듯 세련된 룩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왼쪽부터 | KOCHE, PHILOSOPHY, MM6, DRIES VAN NOTEN, DIESEL BLACK GOLD

왼쪽부터 | KOCHE, PHILOSOPHY, MM6, DRIES VAN NOTEN, DIESEL BLACK GOLD

너울대는 통바지의 유혹
올봄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통 넓은 팬츠의 유행은 데님 디자인에도 영향을 끼쳤다. 중성적인 느낌이 강한 디젤 블랙 골드의 팬츠부터 1990년대 클럽 키즈를 떠올리게 만드는 MM6와 코셰의 밝게 워싱된 팬츠, 그리고 턱 장식으로 극적인 볼륨감을 선사하는 드리스 반 노튼의 팬츠까지, 각양각색의 무드와 실루엣으로 찾아온 통 넓은 데님 팬츠 덕에 스키니 데님 팬츠는 명함도 못 내밀 지경이다.

왼쪽부터 | CHLOE, HOOD BY AIR, ALEXANDER WANG

왼쪽부터 | CHLOE, HOOD BY AIR, ALEXANDER WANG

벌어진 틈으로 드러난 살갗
데님을 관능적으로 소화하고 싶다면 주목해야 할 디테일은 ‘슬릿’이다. 특히 통 넓은 데님 팬츠의 옆선을 지퍼로 열 수 있게 디자인한 끌로에의 팬츠나 시원하게 긴 슬릿이 앞쪽에 위치한 알렉산더 왕의 롱스커트를 눈여겨볼 것. 걸을 때마다 드러나는 다리 실루엣은 룩에 긴장감을 선사한다.

왼쪽부터 | VETEMENTS, CHLOE, MARQUES ALMEIDA, ALEXANDER WANG, PAUL & JOE

왼쪽부터 | VETEMENTS, CHLOE, MARQUES ALMEIDA, ALEXANDER WANG, PAUL & JOE

이번에도 유효한 미니 듀오
최근 몇 년간 스트리트 신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데님 쇼츠와 미니스커트의 인기는 올해도 계속된다. 최근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쌍두마차’ 브랜드 베트멍과 마르키스 알메이다는 물론 알렉산더 왕과 끌로에 등 많은 런웨이에 하이패션 버전의 이 두 아이템이 등장했기 때문. 흥미롭게도 모든 런웨이에 등장한 이 ‘미니 듀오’의 끝단은 너덜너덜하게 처리되어 있다. 그러므로 반듯하게 접어 박은 밑단의 데님 쇼츠나 미니스커트를 옷장에 보관 중이라면, 당장 가위부터 찾아라.

왼쪽부터 | SAINT LAURENT, V FILES KOZABURO AKASAKA, OFF WHITE

왼쪽부터 | SAINT LAURENT, V FILES KOZABURO AKASAKA, OFF WHITE

자르고 모으고 합친 단 하나
패치워크가 ‘할머니표 누빔 이불’에나 통한다고 여긴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쿨한 데님을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각기 다른 톤의 데님을 이어붙인 생로랑의 케이프, 그리고 오프 화이트와 코자부로 아카사카의 팬츠에선 ‘세상 단 하나뿐인’이라는 수식어가 절로 떠오르는 특별함이 느껴진다. 단순한 디자인의 아이템과 매치할수록 빛을 발한다는 사실도 기억해둘 것.

왼쪽부터 | COURREGES, MARQUES’ ALMEIDA, ANTHONY VACCARELLO

왼쪽부터 | COURREGES, MARQUES’ ALMEIDA, ANTHONY VACCARELLO

고전적 청바지의 깊은 맛
‘클래식은 영원하다’. 코페르니 팜므의 세바스찬 메이어와 아르노 바이앙 듀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데뷔쇼였던 쿠레주 2016 S/S 컬렉션에 등장한 데님 팬츠를 보고 떠오른 생각이다. 이들은 허벅지는 잘 맞고 종아리 부분에선 살짝 여유가 생기는 고전적인 일자 실루엣, 하이웨이스트 라인, 청 소재 특유의 톡톡한 소재감, 청명한 중간 톤의 워싱이 모두 반영된 데님 팬츠를 선보였는데, 그 멋스러움이 당장 손에 넣고 싶을 정도였다. 올봄, 매일 입기 좋은 단 하나의 데님 팬츠를 찾고 있다면 이처럼 청바지의 고전적 요소에 충실한 아이템을 눈여겨보도록. 단, 길이는 바지에 주름이 잡히지 않도록 발목이 살짝 드러날 정도여야 세련되어 보인다.

왼쪽부터 | CHLOE, MARC JACOBS, OFF WHITE

왼쪽부터 | CHLOE, MARC JACOBS, OFF WHITE

길어서 더 멋진 롱스커트
이번 시즌 런웨이에 등장한 데님 롱스커트는 그 면면이 무척 다양하다. 1970년대 보헤미안 무드가 담긴 끌로에의 롱드레스부터 랩 디자인이 드레시한 느낌을 주는 마크 제이콥스의 롱스커트, 그리고 티셔츠와 매치해 스트리트 무드로 즐기기 좋을 법한 오프화이트의 롱스커트까지, 각기 다른 매력으로 가득하다. 하체 체형 결점 커버에 그 어떤 아이템보다 효과적인 롱스커트의 힙한 변신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왼쪽부터 | SAINT LAURENT, MARC JACOBS, THAKOON

왼쪽부터 | SAINT LAURENT, MARC JACOBS, THAKOON

커다랗고 중성적인 것의 매력
블루종 쇼핑에 나설 예정이라면, 이 두 키워드만 기억하면 된다. ‘넉넉하게, 남자가 입어도 어울릴 중성적인 기본 디자인으로’. 마치 1980년대 리바이스 빈티지 제품 같은 블루종이 대세다. 이를 리얼한 1980년대 스트리트 무드로 스타일링한 마크 제이콥스와 페스티벌 키즈처럼 아찔한 미니스커트, 장화와 매치한 에디 슬리먼의 방식은 최근의 유스 컬처 무드를 좋아하는 이에게 제격. 그런가 하면 하늘거리는 슬립 드레스와 믹스해 색다른 느낌을 보여준 타쿤의 방식은 보다 성숙한 룩을 지향하는 이를 위한 훌륭한 대안이다.

왼쪽부터 | ALEXANDER MCQUEEN, MARC JACOBS, VERSUS, AU JOUR LE JOUR, ADAM SELMAN

왼쪽부터 | ALEXANDER MCQUEEN, MARC JACOBS, VERSUS, AU JOUR LE JOUR, ADAM SELMAN

장식의 미학을 품은 데님
누구에게나 친근한 데님 소재를 보다 우아하게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많은 디자이너들이 선택한 방식은 쿠튀르 터치 더하기였다. 그중에서도 알렉산더 매퀸의 사라 버튼이 선보인 숨 막힐 정도로 섬세한 비즈 장식과 손으로 한올 한올 뜯어낸 듯한 장식 기법은 ‘쿠튀르 데님’의 정수를 보여준다. 하나 일상생활에선 비즈를 펑키하게 활용한 마크 제이콥스나 동양적인 꽃자수로 간결한 데님 피스를 서정적으로 탈바꿈시킨 애덤 셀먼의 장식 기법이 보다 실용적일 것이다. 손재주가 좋다면, 여기서 힌트를 얻어 D.I.Y. 방식으로 싫증 난 옷장 속 데님 피스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