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시브 어택 + 로자먼드 파이크 = 포제션 + 환타즘

불안한 표정으로 지하도를 걷던 여자 앞에 정체불명의 금속 구가 나타난다. 여자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웃고 소리를 지르고 바닥을 구른다. 영파더스와 함께 한 매시브 어택의 신곡 ‘Voodoo In My Blood’의 뮤직 비디오는 기괴하지만 매혹적이다. 데이비드 핀처의 <나를 찾아줘>를 통해 섬뜩한 변신을 했던 배우 로자먼드 파이크가 다시 한번 광기 어린 열연을 펼쳤다. 이번 작업에 대해 묻자 그녀는 시치미를 떼면서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제가 참여했던가요…? 그 비디오에 나오는 여자가 저랑 많이 닮았다고들 하더라고요. 조 스트러머 지하철 역에 간 적이 있긴 해요. 거기서 굉장히 이상한 만남을 가졌죠.”

일부 영화 팬들은 ‘Voodoo In My Blood’의 비디오를 보며 선명한 기시감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연출을 맡은 링건 레드위지는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포제션]과 돈 코스카렐리의 [환타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싶어했던 것 같다. 아래의 영상들이 그 증거다.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포제션]

얼마 전 타계한 안드레이 줄랍스키는 평생에 걸쳐 심상치 않은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이자벨 아자니가 촉수가 달린 괴물과 불륜을 저지르는 캐릭터로 등장한 [포제션]은 그 중에서도 특히 괴상한 작품으로 꼽힌다. 시사회가 끝난 뒤 충격을 받은 아자니가 자살 기도를 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더욱 악명을 떨쳤던 영화다. 그녀가 지하도에서 접신한 것처럼 발작을 하는 이 장면은 특히 섬뜩하고 불쾌하다.

돈 코스카렐리의 [환타즘]

열성적인 컬트 팬을 거느리고 있는 1979년도 작 SF 호러다. 부모를 잃은 소년이 장의사로 위장한 외계인 악당 ‘톨맨’과 맞서 싸우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 톨맨은 센티넬이라는 비행 구를 이용해 사람들을 공격한다. 나름대로 강도 높은 고어 신이지만 정성스러운 ‘손맛’이 느껴지는 특수 효과가 은근히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