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디자이너 11팀과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친구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한 장의 사진으로 그들의 끈끈함을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지만, 짧게는 30분, 길게는 5시간 이상을 기꺼이 내어준 그들에게서 우정의 생김새를 목격했다.

뮤지션 다이나믹 듀오와 디자이너 장형철. 의상은 모두 2016 S/S 오디너리 피플.

보통 사람들의 멋진 날을 위하여
군대에서 잡지 보는 재미에 빠져 패션 디자인을 시작한 오디너리 피플의 디자이너 장형철. 3천만원이라는 자본금을 대출받아 사업자등록증을 낸 후 직원도, 작업실도 없이 집에서 무작정 옷을 만든 추진력 은 지금의 자리를 마련한 발판이 되었다. 돈을 많이 벌거나 최고가 돼야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그저 하고 싶은 일을 즐겼을 뿐이라고. 2013 F/W 시즌을 시작으로 7번째 쇼를 치른 그는 뉴욕 컬렉션에 진출한 국내 최연소 남성 디자이너에 이름을 올렸고, 피티 워모에 초청받는 등 해외에서 이어지는 러브콜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세컨드 라벨을 만들고, 쇼룸을 옮기며 규모를 키우는 작업이 불과 2년 만에 이뤄진 것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쉴 새 없이 달려왔는지 알 수 있다. 촬영을 위해 파자마 셔츠와 슈트를 입고 낡은 숙박업소에 등장한 다이나믹 듀오와 장형철은 마치 한 팀마냥 끈끈한 관계가 느껴졌다. 8집 앨 범 준비 과정에서 참여한 그는 좋아하는 뮤지션이었기에 옷을 만드는 즐거움이 배가되었다고 전했다. “컬렉션을 준비하는 순간이 가장 설레요.” 일하는 게 놀고 쉬는 것만큼이나 좋다고 말하는 장형철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왼쪽부터 ㅣ 셰프 정창욱, 플로리스트 문정원, 디자이너 최은경. 의상은 모두 2016 S/S 래비티.

현란한 색이 주는 즐거움
이제 겨우 두 개의 룩북을 만든 1년 차 신생 브랜드 래비티의 디자이너 최은경. 론칭과 동시에 패션업 계는 물론 SNS를 타고 대중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도 그럴 것이 오렌지, 핑크, 그린 등 현란한 색상을 과감하게 조합한 페이크 모피나 여성스러운 곡선의 실크 블라우스, 볼드한 실루엣은 요즘 멋쟁이들에게 표적이 되기에 충분했으니까. 초반에는 쇼룸도 없었고, 홈페이지도 늦게 만들어져서 유통 경로가 없었는데 어떻게 알고서 문의 가오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고 말한다. 한섬과 쟈뎅드슈에뜨에서 경력을 쌓은 최은경은 런던에 서 공부하던 시절, 색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스트리트 신에서 영향을 받아 지금의 래비티를 시작했다. 키워드는 원색, 실크, 그리고 페이크 퍼. “예전에는 대중이 보고 혹할 수 있게 팔릴 만한 아이템을 만들어야 했어요.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컬러로 하고 싶 은 디자인을 하고있죠.” 결과는? 네타포르테 바이어와 홍콩 등 해외 패션 도시에서 탐낼 만큼 매력적인 브랜드로 성장 중이다. 2016 S/S 시즌엔 점점 습해지는 여름 날씨를 고려해 실크에 코튼을 섞어 실용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대신 강한 컬러감이나 물결치는 세부 장식, 실루엣은 그대로 유지한 채. “정원이와는 중학교 동창이고, 창욱씨와 정원이가 또 같은 대학을 나왔어요. 직설적인 성격이 잘 맞아 자연스럽게 친해졌는데, 차우기 레스 토랑에도 자주 가고, 사업 얘기도 나누면서 영향을 주고받는답니다.” 래비티 인티모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선보일 속옷 라인 역시 럭셔리 라운지 웨어를 원하는 멋쟁이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게 분명하다.

왼쪽부터 ㅣ 뮤지션 신지수, 배우 이선빈, 참스 디자이너 강요한, 아이즈 매거진 대표 박진표, 모델 이호정. 의상은 모두 2016 S/S 참스의 컬렉션.

출발대에 서다
“매일 가슴 떨리는 순간을 보내고 있어요.” 늘어나는 협찬 문의, 판매로 연결되는 즉각적인 반응, SNS에서 태그를 달고 공유되는 사진들, 하다못해 직원을 뽑는 것도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참스의 디자이너 강요한. 2013년에 처음 브랜드를 만들어 무신사와 힙합퍼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게 전부였던 1990년생의 젊은 청년은 이번 2016 S/S 서울 컬렉션에 처음 발을 디디며 벅찬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제 제가 진짜 선수가 된 기분이에요.” ‘Player’ 를 주제로 한 활동적인 스포티 룩으로 첫 번째 컬렉션을 마친 그가 말한다. 옷을 처음 유통하면서 알게 된 패션계 친 구들, 룩북을 만들면서 가까워진 또래 모델, 뮤지션은 서울 컬렉션을 치를 수 있도록 격려와 도움을 아끼지 않은 든 든한 지원군이다. 이제 막 첫 쇼를 치렀지만, 2018년까지 무려 다섯 시즌의 주제를 벌써 잡아두었다고 즐거운 듯 말하는 그에게서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이 느껴졌다. 다른 콘셉트의 새로운 브랜드도 만들어보고 싶고, 레스토랑과 단독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며,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라고 밝힌 그의 넘치는 패기는 참스를 젊은 에너지로 들끓게 하는 원 동력이 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