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슬리먼이 만드는 생로랑은 어느 하나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옷은 당연히 내가 만든다
2016 S/S 생로랑 컬렉션을 ‘스킨 컬렉션’이라 명한 에디 슬리먼. 그는 사람의 피부색과 실루엣, 동물의 가죽, 텍스처 등 다양한 종류의 스킨을 떠올리며 컬렉션을 만들었다. 룩 전반을 이끈 건 2013년부터 줄곧 만들어온 슬립 드레스. 모두 이브 생 로랑의 역사적인 쿠튀르 의상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것들이다. 여기서 그친다면 에디 슬리먼답지 않았을 터. 그는 모든 드레스 위에 파이톤 소재의 테디 재킷, 악어가죽 소재의 모터사이클 재킷, 타이거 프린트의 오버사이즈 카디건, 와일드한 퍼 코트를 매치했고, 가느다란 힐과 페스티벌 러버 부츠로 그가 애정하는 90년대를 맘껏 찬양했다. 한편 이번 시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런지 티아라는 에디 슬리먼의 사진 속에 오랫동안 등장한 아이템으로 에디표 스타일링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무대도 내가 만든다
에디 슬리먼은 자신의 삶과 일을 구분하지 않고, 자신이 경험한 문화, 예술, 음악, 건축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 컬렉션에 버무린다. 그는 쇼 무대도 직접 디자인하기로 유명한데, 이번 시즌에는 추상미술 작가 래리 벨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외벽 전체를 스테이지 스트립 조명으로 장식한 기하학적인 큐브를 디자인했다. 쇼 시작과 동시에 반짝이는 큐브는 빙글빙글 돌며 두 개의 캔틸레버로 나뉘었고, 그 사이로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마치 미러볼의 미래적인 버전을 연상시킨 설치 작품은 현대미술관에 전시해도 무리가 없어 보일 정도.
 
사진도 내가 찍는다
에디 슬리먼은 디자이너이기 전에 감각적인 사진가다. 생로랑의 광고 캠페인은 모두 그의 렌즈를 거치며, 틈틈이 사진집도 발간한다. 이번 시즌 그가 포착한 모델은 바로 생로랑 쇼로 데뷔를 치른 모델 사인 룬드와 스페이 소에드.
부서질 듯 여리고 퀭한 모델들은 에디가 포착한 고요하고 정제된 이미지들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내가 한다
지난 12월 일본 오모테산도에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했다. 매끈한 대리석 바닥,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벽면은 그야말로 미니멀하지만 유니크한 에디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한편 검은색과 하얀색 일색인 공간에 유일하게 컬러를 드러낸 오브제는 바로 프라이빗 드레스룸에 놓인 황금 야자수. 그곳에는 네덜란드 가구 디자이너 게리트 리트벨트와 미국의 가구 디자이너 제이 스펙터의 빈티지 가구도 채워져 있다. 테이블 위 작은 소품 하나까지 모두 그가 직접 선택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