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의 세계를 유영하다가 #FairyTaleFashion이 태그된 사진을 마주했다. 순간 2016년엔 뉴욕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 새해 벽두부터 황홀한 패션 판타지를 선사할 특별한 전시, 바로 <페어리 테일 패션 (Fairy Tale Fashion)>을 마주하기 위해서.

 

동화 ‘빨간 망토’를 연상시키는 꼼데가르송의 2015 S/S 컬렉션.

동화 ‘빨간 망토’를 연상시키는 꼼데가르송의 2015 S/S 컬렉션.

FIT 뮤지엄의 큐레이터 콜린 힐(Colleen Hill)과 나눈 인터뷰

<W Korea> 우선 FIT 뮤지엄의 소개를 부탁한다.
콜린 힐 뉴욕에 위치한 FIT 뮤지엄(The Museum at FIT)은 뉴욕 패션 스쿨인 FIT를 전신으로 한, 패션 의상과 액세서리 소장품을 5만 작품 이상 소장한 방대한 패션 뮤지엄이다. 매년 특정 주제의 패션 전시를 선보이는데 올해의 첫 오프닝 전시는 바로 <페어리 테일 패션(Fairy Tale Fashion)>이다. (1월 15일부터 4월 16일까지, 자세한 정보는 www.fitnyc.edu/museum에서)

 

동화 ‘빨간 망토’를 연상시키는 꼼데가르송의 2015 S/S 컬렉션.

‘눈의 여왕’을 연상시키는 제이 멘델의 2011년 컬렉션 케이프와 2008년 컬렉션 드레스 앙상블.

페어리 테일 전시의 오픈을 손꼽아 기다렸다. 전시 주제가 흥미로운데, 이러한 ‘동화적인 판타지’를 모티프로 한 이유가 있다면?
나 역시 페어리 테일과 패션의 연관성에 대해 늘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2014년 돌체&가바나의 F/W 컬렉션을 보면서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그 컬렉션 중 네 벌의 의상을 소개하게 되었다. 또 FIT가 소장한 컬렉션 중 환상적인 드레스가 일부 전시에 포함되니 기대해달라.

 

 

사진가 커스티 미첼(Kirsty Mitchell)의 원더랜드 시리즈 중 ‘더 스토리텔러’.

사진가 커스티 미첼(Kirsty Mitchell)의 원더랜드 시리즈 중 ‘더 스토리텔러’.

사진뿐만 아니라 의상, 슈즈 등 다채로운 작품을 두루 선보인다. 전시 구성의 특징이 있다면?
다양한 컬렉션 의상을 중심으로 액세서리와 화보 이미지, 회화 작품이 일부 포함되었다. 그리고 갤러리는 숲 속과 성, 바다, 그리고 우주를 배경으로 한 특별한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이를 배경
으로 ‘신데렐라’와 ‘오즈의 마법사’,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 15가지의 유명한 동화 스토리에서 영감 받은 오브제를 선별했다. 동화의 내용에 어울리는 의상을 직접 고르기도 했고, 또 동화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비주얼적 모티프를 찾아내 패션을 통해 표현했다.

 

 

‘백설공주’ 속 주요 오브제인 사과를 모티프로 한 주디스 리버의 2013 가을 컬렉션 미노디에르 클러치.

‘백설공주’ 속 주요 오브제인 사과를 모티프로 한 주디스 리버의 2013 가을 컬렉션 미노디에르 클러치.

전시 공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가?
샤를 페로의 동화 ‘빨간 망토’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케이프 의상들을 눈여겨볼 것. 갤러리 입구에 두 그룹으로 나누어 전시했는데, 관람객들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그 동화를 떠올릴 것이다. 다른 페어리 테일 작품에 등장하는 의상들과는 달리 이 망토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fit 판타지 전시작품 (10)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한 붉은 슈즈를 연상시키는 크리스찬 루부탱의 2009 F/W 컬렉션인 레이디 린치 스틸레토 슈즈.

1월 15일 전시 오프닝을 앞두고 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전시를 위해 지난 2015 S/S 시즌의 꼼데가르송 룩을 받았는데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멋져서 놀랐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리고 전시를 준비하며 고심했던 찰나들이 스치듯 지나간다. 페어리 테일은 직접적으로 패션 역사를 바탕으로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동화의 시각적 언어에 대한 이해를 도울 많은 리서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잭 집스와 마리아 타타르, 마리나 워너 등 여러 페어리 테일 학자에 대해서 공부했고, 동화 속 캐릭터가 패션 사진을 비롯해 미술, 영화 등 다른 미디어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도 다채롭게 살펴봤다.

 

 

fit 판타지 전시작품 (8)

‘백조의 호수’를 표현한 2015 S/S 시즌의 언더커버 컬렉션.

페어리 테일 전시를 통해 하이패션의 본능, 즉 판타지를 느낄 수있을 것 같다. 큐레이터의 입장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샤를 페로와 그림 형제, 한스 안데르센처럼 수많은 동화작가의 오리지널 버전을 이번 전시에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만약 축약되거나 재구성된 버전으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페어리 테일의 판타지를 새롭게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1954년 찰스 제임스가 디자인한 스완 이브닝드레스는 ‘백조의 호수’를 떠올린다.

1954년 찰스 제임스가 디자인한 스완 이브닝드레스는 ‘백조의 호수’를 떠올린다.

패션을 콘텐츠이자 오브제, 영감의 대상으로 하는 패션 전시가 일반 회화나 조각 전시와 다른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동안 우리는 예술가와 제작자의 눈을 통해 페어리 테일을 보았기에, 패션 큐레이터가 해석한 동화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그리고 준비 과정에 있어 동화 속 캐릭터가 만약 실제 살아 있다면 어떤 하이패션의 의상을 선택할까라는 상상은 무척 즐거웠다.

 

 

fit 판타지 전시작품 (6)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트럼프 모티프가 위트 있는 마니쉬 아로라의 2010년 드레스는 전시를 위해 2015년 다시 제작되었다.

패션이 런웨이가 아닌 전시장에서 사람들과 만날 때, 어떤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전시 공간에 놓인 하이패션의 환상적인 의상을 3D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특별한 이유인 것 같다. 사진이나 필름을 통해 패션을 접하는 것보다 실제 마네킹에 입혀진 의상을 눈앞에서 본다는 것, 그 디테일을 하나하나 목도함으로써 동화 속 캐릭터의 의상을 더욱 쉽게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