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의 형태를 닮은 질 샌더의 ‘뷰 백’은 만든다는 표현보다 짓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화려한 것의 내면은 간결하게 표현된 것의 내면보다 오히려 단순하다. 간결함 안에 복잡한 구조가 정교하게 얽혀 있고, 표면적으로 간결함의 미덕을 뽐내려면 불필요함을 걷어내는 치열한 연구가 필요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밀라노에서 본 질샌더의 2015 F/W 컬렉션은 잊히지 않는 쇼 중 하나다. 간결한 형태의 룩과 의외의 컬러 매치도 신선했지만 특히 기억에 남은 건 그날 대다수의 모델 손에 들린 건축적인 형태의 백들이다. 모델들은 포춘 쿠키를 닮은 크고 작은 그 백을 무심한 표정으로 들고 런웨이를 활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질 샌더 매장을 가득 채운 그 백의 이름이 바로 ‘뷰 백’이다. 매장에서 마주한 그 독특한 구조의 백을 보는 순간 무언가에 홀린 듯 열어 봤던 기억이 있다. 이 가방에는 V 형태의 커팅이 들어가 있는데, 이는 완벽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넣은 디자인이다. 부드러운 형태감 역시 정밀한 움직임 분석을 통한 결과물.

독특한 형태의 덮개를 이해하기 위해 영감의 과정이 된 비주얼을 보며 실험해봤다. 먼저 A4 사이즈의 종이를 한 장 꺼내 반으로 접는다. 그런 다음 접힌 부분을 아래로 두고 브이 형태로 종이를 오려낸 뒤 양손으로 종이의 끝을 잡고 가운데로 모으면 ‘뷰 백’이 가진 볼륨을 확인할 수 있다. 안에 무언가를 채우지 않고 만든 입체적인 형태. 그 신기한 구조는 창의적인 동시에 미학적으로 완벽히 아름답다. 그렇다면 이 가방의 기능성은 어떨까? 직접 물건을 넣어보니, 납작한 덮개의 가방보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다. 심지어 많은 물건을 넣어도 가방의 형태는 그대로다. 클래식한 컬러가 기본이지만 V 존 사이로 보이는 의외의 컬러가 바로 ‘뷰 백’의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 질 샌더의 창의성과 실용성이 담긴 뷰 백은 독일 바우하우스의 정신이 탄생시킨 작품 같았다. “건축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모든 예술가에게는 공예의 숙련이 필수고 그 속에 창조적인 상상력의 근원이 있다”고 했던 바우하우스의 이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