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

배그림

그곳에서 나는 겨울의 서울을 완전히 잊었고, 감정에 충실하게 웃었다.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의 일리카이 호텔&럭셔리 스위트에서 보낸 시간은, 그렇게 내 삶에 하나의 잊지 못할 순간들로 아로새겨졌다.

하와이의 꽃이라고 할 수 있 는 와이키키 해변

와이키키 해변에서 바라본 일리카이 호텔. 민트색은 일리카이 호텔을 상징하는 색이다.

럭셔리 주니어 스위트 오션뷰 룸의 전경.

1960년대 무드가 풍기는 멋스러운 서체의 로고.

출근 준비를 할 때면 언제나 라디오를 켜두는데, 늘 한 번 이상 듣게 되는 광고가 있다. 바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비즈니스 호텔 체인의 광고. 내용의 요지는 숙박업소 선택의 중요성으로, 이런 이야기를 전한다. “어디로 갔어?” “누구랑 갔어?”보다 더 중요한 건, “어디서 잤어?”라고. 지난달 출장차 다녀온 하와이는 새삼 이 광고 구절의 옳음을 확인하게 했다. 5일간 머물렀던 호텔은 와이키키 해변의 ‘일리카이 호텔&럭셔리 스위트(Ilikai Hotel and Luxury Suite)’. 하와이에 도착한 시점은 11월 중순으로, 호놀룰루 공항에 내리자마자 나를 반긴 건 뜨거운 한여름의 햇볕이었다. 공항에서 일리카이 호텔까지 걸린 시간은 차로 20분 정도.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위치한 호텔 중에서도 서북쪽에 위치해 공항에서 가까운 편이다. 호텔 입구에 당도하면, 가장 먼저 손님을 반기는 건 호텔의 역사와 함께해온 귀여운 돌고래 동상이다. 일리카이 호텔이 처음 문을 연 시점이 1964년이니 돌고래 동상들의 나이 역시 쉰 살이 넘었을 터. 당시 일리카이 호텔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땐, 호놀룰루의 모든 이들이 이 호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하와이에 오픈한 첫 럭셔리 고층 호텔이었기 때문. 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부인 낸시 레이건이 하와이에 방문하면 묵은 숙소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이 호텔의 위상은 대단했다. 이에 더해 미국 CBS에서 1968년부터 1980년까지 인기리에 방송된 형사 드라마 <하와이 파이브 오(Hawaii Five-O)>의 주연 배우 잭 로드(Jack Lord)가 와이키키 비치를 내려다보는 오프닝장면을 찍은 것 역시 이곳이라고. 호텔의 설계는 건축가 존 그레이엄 주니어(John Graham Jr.)가 담당했는데, 그는 미국의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인 시애틀의 스페이스 니들 전망대를 건축한 장본인이다. 위에서 봤을 때 Y자로 보이도록 3개 동이연결되게 설계한 것이 포인트며, 꼭대기 층에 위치한 고급 이탤리언 레스토랑 ‘사렌토(Sarento)’까지 해변을 바라보며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는 단독 엘리베이터는 지금도 멋지지만, 처음 지어졌을 땐 굉장한 명물로 여겨졌다고 한다.

커피 한잔 마시며 휴 식을 취하기 더없이 좋은 발코니.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하 기 좋은 럭셔리 투 베드룸 오션뷰 룸의 거실.

객실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구비된 주방이 있다

낮에는 화사하고, 밤에는 운치 있 는 풍광이 펼쳐진다.

부드러운 채도의 인테리어가 편안함을 선사한다.

돌고래들을 보며 층계를 오르면(물론 편의를 위해 에스컬레이터도 운행되고 있다), 오픈형 로비에 들어서게 된다. 재미난 점은 일리카이 호텔의 1층은 마치 야외형 몰처럼 정원까지 이어지는 넓은 공간 안에 작고 귀여운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는 것. 여기에는 커피가 맛있는 ‘아로마 카페(Aroma Cafe)’도 있고, 유용한 작은 슈퍼 ‘콰이 마켓(Kuai Market)’도 있으며, 오리발을 비롯한 물놀이 용품을 살 수 있는 숍, 심지어 커플의 특별한 사진 촬영을 위해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대여해주는 숍까지 다양한 가게가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다. 그야말로 투숙객들이 ‘이거 사려면 어디로 향해야 하지?’라는 물음에 당황할 필요 없도록 모든 것을 갖춰놓은 것. 숍 구경을 잠시 후로 미뤄두고 오른편에 위치한 프런트로 향하면 하와이언 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친절하게 체크인 과정을 진행해준다. “이 카드는 방 키이고, 이 카드는 해변에 나갈 때 필요할 비치타월을 대여해주는 카드예요. 종이로 된 이 카드는 로비에 있는 DVD 대여점에서 DVD를 빌려볼 수 있는 쿠폰이죠. 이 티켓은 아침 식사를 위한 것이니 잘 챙겨두고, 저쪽에 보이는 ‘아로마 카페’에서 사용하세요. 엘리베이터는 저쪽인데, 짐은 가져다드릴까요?” 여름 나라로 떠난 출장이라 가벼운 트렁크 하나가 전부였던 터라 괜찮다 말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향했다. 배정받은 방은 22층에 있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창 너머로 와이키키 비치가 한눈에 들어왔다. 나를 반긴 건 환영의 선물인 몸에 좋다는 하와이 생수 ‘알로하 워터’와 과자. ‘1964년에 지어진 호텔이 이렇게 모던하고 깨끗하다니!’라는 감탄도 잠시, 알고 보니 내가 묵은 층을 비롯해 맨 위 4개 층은 얼마 전 새롭게 단장했다고 한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이곳저곳 탐색을 시작했는데, 역시나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건 주방이다. 이는 일리카이 호텔이 가진 최고 장점으로 냉장고, 인덕션, 전자레인지, 커피포트 등 전기 기구부터 냄비와 프라이팬, 와인잔과 물잔, 숟가락과 포크, 칼, 심지어 페이퍼 타월까지 요리 기구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 그야말로 장기 투숙객, 혹은 직접 현지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하길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호텔인 것. 잠시 일과 관련된 미팅을 끝내고 돌아와 씻고(욕조는 없지만 깔끔하고 넓은 욕실 역시 대만족!), 이메일을 체크하다 보니(무료 와이파이 속도가 외국에서 써본 중 최고였다. 스트리밍 동영상 재생이 무리 없을 정도!)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저녁 7시 반. 큰 소리에 놀라 내다보니, 신명 나게 터지는 불꽃 놀이가 와이키키 해변 쪽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에디터
이경은
문의
ilikailuxurysuit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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